18세에 어른이 된 보호종료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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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에 어른이 된 보호종료아동
  • 충청리뷰
  • 승인 2021.07.1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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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 충북참여연대 생활자치국장
김혜란 충북참여연대 생활자치국장

 

작년 12월 아동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고등학교 2학년 A군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내년에 A군이 만 18세가 되면 지금까지 지내왔던 아동보호시설을 나와 ‘보호종료아동’이 되어야 하는데 평소 이에 대한 두려움을 자주 토로했다고 합니다.

A군과 같이 아동복지시설이나 공동생활가정, 위탁가정 등에서 생활하다가 만 18세를 맞아 보호기간이 종료되어 시설에서 퇴소하는 아동을 ‘보호종료아동’이라고 합니다. 보호종료아동은 해마다 약 2,600여명에 이르는데 아동보호시설 생활은 제각기 다른 이유로 시작되었지만 아동보호시설 생활이 끝나는 이유는 모두 같습니다. 바로 만 18세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준비가 되었든 되지 않았든 만 18세가 되면 이들은 세상 밖으로 나와 혼자의 힘으로 삶을 꾸려 나가야 합니다. 이들이 세상 앞에 홀로 설 때 쥔 돈은 자립 정착금 500만원과 월 30만원씩 나오는 자립 수당이 사실상 전부입니다. 매달 월세, 관리비, 통신비, 식비 등등 모든 것을 이 돈으로 해결해야 해서 이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작년 아동양육시설과 공동생활가정 퇴소 아동 중 59.5%가 기초생활수급자로 10명 중 6명이 기초생활수급비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보호종료아동 자립정착금을 인상한다고 발표하였으나 지자체는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자립정착금은 100% 지자체 예산으로 부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립정착금 금액 기준이 권고일 뿐 강제성도 없어 자립정착금 인상 추진이 얼마나 현실화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국가권익위원회에서 올해 4월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현행 보호종료아동 자립지원정책이 보호종료 이전 단계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금전적 지원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보호종료아동의 개인별 필요에 맞는 기반을 마련하고, 자립에 필요한 실질적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현장 관계자들 또한 보호종료아동에게 일정 부분의 사회화 교육과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지역사회는 보호종료아동에게 조금 더 세심한 접근을 통해 단지 금전적 지원뿐만 아니라 정서적 지원까지도 촘촘하고 견고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외국은 어떻게 보호종료아동을 지원하고 있을까요? 대표적인 나라는 미국과 영국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과 미국은 보호대상 아동·청소년의 보호기간을 연장하여 충분한 준비기간을 부여하며 특히 주거안정을 교육, 훈련 및 고용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인 자립지원 정책으로 삼아 보호 종료된 청소년들이 불안정한 주거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립을 앞둔 보호종료 청소년들에 대한 개인상담사 지정 등 지속적 연계와 신뢰구축을 통해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자립 가능성을 높이려는 노력 역시 기울이고 있고, 최근에는 보호종료 청소년들의 정신건강과 정서적 안정을 향상시키는 방안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보호종료아동들의 안정적 자립을 위해 자리지원전담기관과 자립지원전담요원을 배치해 아이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자립지원전담기관은 보호종료아동의 자립준비를 지원하고, 사례관리를 하기 위해 세워진 기관입니다. 그리고 이를 돕는 이들을 자립지원전담요원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작년 기준 전국의 자립지원전담요원은 고작 300명 남짓이고, 자립지원전담기관은 전국 17개 시·도 중 고작 8곳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자립지원전담기관 설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에 맡겨져 있어 지역별 현황이 다릅니다. 충북지역은 자립지원전담기관이 없을 뿐 아니라 보호종료아동들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관련 조례조차 없는 게 현실입니다.

보호종료아동을 지원하는 단체들의 노력으로 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과 제도적 뒷받침없는 관심은 공염불에 불과합니다. 보호종료아동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 허허벌판에 홀로 서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든든한 버팀목, 든든한 울타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김혜란 충북참여연대 생활자치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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