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 시립미술관 건립 본격 추진
상태바
제천시, 시립미술관 건립 본격 추진
  • 윤상훈 기자
  • 승인 2021.07.21 09: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닥종이 인형’ 작가 김영희 작품 위주로 구성, 지역 미술계는 반대
제천시가 세계적인 닥종이 작가인 김영희 씨 콘텐츠 위주의 시립미술관 건립에 나섰다. /사진은 제천시 제공.
제천시가 세계적인 닥종이 작가인 김영희 씨 콘텐츠 위주의 시립미술관 건립에 나섰다. /사진은 제천시 제공.

'닥종이 인형으로 유명한 김영희 작가의 작품을 주제로 하는 미술관이 제천에 건립된다.

제천시는노인종합복지관으로 사용하던 옛 건물을 구조변경해 제천시립미술관을 건립키로 하고, 이달 중 문화체육관광부에 공립미술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를 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 계획에 따르면 지상 4, 연면적 1446m² 규모로 지어지는 시립미술관 중 1, 2층에는 김 작가의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공간이 마련된다. 이 밖에 작품 수장고와 카페 등 부대 시설도 설치된다. 시는 상설전시실에 김 작가의 인형 작품과 조각품, 회화 등 400여 점을 전시한다는 구상이다.

시립미술관 건립에 총 55억 원을 배정한 제천시는 문체부 사전평가 통과로 지원받게 되는 39억 원에 시비를 보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시립미술관 운영 조례를 제정해 미술관 설립 및 운영 등에 대한 법적, 제도적 근거도 완비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시의 구상에 김 작가도 호응했다. 시에 따르면 제천시 김연호 제천문화재단 이사장 등 시 관계자는 지난달 독일에 거주하는 김 작가를 만나 이 같은 시의 구상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김 작가는 뮤지엄은 나의 인생이라며 자신의 역작을 담은 시립미술관 건립 사업에 각별한 관심과 지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적극적인 참여 의사도 비쳤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제천시 관계자는 김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다수 제공키로 했고, 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작업 도구와 도서 원고까지도 기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시가 김 작가에 사례비로 책정한 10억 원에서 과거 작품을 구입해 연대별로 컬렉션을 구성하고, 새로 작품을 창작하는 데에도 사용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전국의 어린이 청소년을 상대로 김영희 닥종이 교실을 운영하고 출판물에 대한 인세도 관련 사업을 위한 지원금으로 제천시에 기증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1944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김 작가는 두 살 때 제천으로 이사와 4학년까지 동명초등학교를 다니는 등 사실상 제천이 고향이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1971년부터 1977년까지 제천 송학중학교에서 미술교사로 근무하는 등 사회생활의 첫 발도 제천에서 디뎠다.

한국의 전통 종이인 닥종이를 소재로 인형을 만들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김 작가는 닥종이 외에도 추상화, 퍼포먼스, 설치예술 등 미술의 전 분야에서 업적을 쌓았다. 인형 작가 김영희의 삶·사랑·예술을 담은 자전적 수필집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1992)를 출간해 현재까지 200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1981년부터 독일로 이주해 독일, 체코 등 유럽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김영희 작가 댁 닥종이 작품사진
김영희 작가 댁 닥종이 작품사진

 

지역 미술계 “김영희 작품 테마 미술관 반대”

개인미술관과 다를 바 없는 계획이라며 백지화 촉구에서

제천 출신으로 세계적인 ‘닥공예 인형’ 작가로 명성을 쌓은 김영희 작가의 작품을 테 마로 한 제천미술관 건립을 추진하는 데 대해 지역 미술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제천시립미술관의 올바른 건립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종원)'는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공공성을 배제하고 한 작가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형식으로 개인 작품을 매입해 미술관을 건립하겠다는 것”에 반대하며 “무늬만 공립이지 내용은 개인미술관에 다를 바 없다”고 각을 세웠다.
이들은 “제천시는 도심공동화 현상 해결, 지역경제 활성화 논리만 내세워 지역 미술인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거나 사업 과정을 공유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왜곡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상황”이라며 “제천시는 왜곡된 내용의 현 시립미술관 건립 계획을 백지화하고, 미술관 진흥법 취지·목적에 맞게 시민과 관람객이 다양한 미술 세계를 제공받을 수 있는 시립미술관 건립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현대미술의 거장 이중섭 화가가 한국의 고흐라고 부른 김례호 선생, 제천에 서양화의 씨앗을 뿌린 윤석원 선생, 한지 작업의 창시자 최창홍 선생, 서양화 거장 안영목 선생 등 오늘날 제천 미술 역사를 만들어낸 많은 미술인이 있다”면서 제천미술협회 62명 가운데 54명이 개인 명의 미술관 건립에 반대했다는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처럼 지역 미술계가 반대에 나서고 있지만, 시는 당초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천시 관계자는 “공립미술관 개관 초기 차별성을 위해 김영희 작가 작품을 비중 있게 전시하고, 2∼3년 후부터는 지역 예술인들의 가치 있는 작품도 연차적으로 매입해 전시하는 것은 물론 지역 작가들의 창작 공간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는 그동안 시의원 간담회, 주민 설명회, 자문회의, 타당성 용역 등을 거치면서 시립미술관 건립사업에 지역사회의 호응을 확인했다”며 “시립미술관이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역량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