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을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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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이유
  • 한덕현
  • 승인 2021.07.2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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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다 차치하더라도 이들은 국민들에게 다음과 같은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대선 지지도에서 현재 선두를 다투는 윤석열, 이낙연, 이재명 얘기다.

첫째, 세 사람 모두 국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지 못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큰 죄는 없다. 이들은 입만 열었다 하면 희망은커녕 각종 불편함과 불안감만 증폭시켰다. 지금까지 펼쳐진 선거전도 서로 사생활을 물어뜯거나 말꼬리를 잡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오죽하면, 이들이 뉴스에만 나오면 채널을 돌린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을까. 아무리 선거에서 네거티브는 필연적이라고 하지만 셋은 지도자감으로서 금도보다는 협량만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둘째, 국민들을 기망하고 있다. 당사자들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이들을 그나마 대통령 후보로서 각인시킨 것은 무슨 국가비전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극도의 적개심과 저주다. 윤석열은 자신을 키워준 현 정부에, 이낙연과 이재명은 한 솥밥을 먹던 동지에게 칼을 들이대는 것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보하려 한다. 이런 식으로 권좌에 오르면 정치보복은 반드시 재연된다. 한 사람의 내적 심성은 평소 생각과 가치관의 발로로써 나타나는 것이지 결코 신화적으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날이 갈수록 이들의 눈빛에선 복수심이 아른거린다.

셋째, 세 사람은 국민들을 너무 쉽게 여긴다. 그들이 말하는 국민과 실제 국민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다. 말로는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이는 거짓이다. 그들은 자신을 따르는 극렬 지지자를 제외하곤 국민을 입에 올릴 자격조차 없다. 그토록 국민을 의식한다면 지금같은 천박한 선거전을 벌이면 안 된다. 이들의 이전투구가 어느덧 많은 국민들의 감성을 오염시키고 또 국민들의 도덕지수를 한참이나 아래로 끌어 내렸다. 사석에선 이미 저런 이들도 대통령을 하겠다는데...”가 개인 도덕성의 기준에 잣대가 되고 있다.

세 사람의 그릇됨을 개별적으로 들여다 보자. 윤석열은 정의와 공정을 외치며 대선에 나서고 있지만 오히려 그는 그것과는 상극인 배신의 내성을 지녔다는 비판을 받는다. 작게는 자신을 신임한 대통령을, 크게는 검찰개혁을 간절히 바라는 국민들을 배신했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조롱하며 조국 가족을 멸문지화로 몰고 갈게 아니라 그 부당하다는 인사에 좀 더 의연한 충심으로 반기를 들었어야 마땅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쳐야 할 배수진은 진정어린 진언으로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주군을 지키려는 자진(自盡)이어야지 결코 주군을 넘보는 역모(逆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끝까지 검찰주의자의 본색을 드러내고도 자신은 충심에서 한 일이라고 말하는 것도 불편하기 그지없다. 배신은 반드시 또 다른 배신을 낳는다.

이낙연이 초기에 어대낙의 분위기를 이끌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지지도를 누릴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하다. 국무총리와 여당 대표를 지내던 시절의 국민 신뢰감이 컸기 때문이다. 그가 공직을 수행하며 보여준 여유와 위트, 그리고 풍부한 식견과 순발력, 이를 통해 많은 국민들은 우리도 이젠 품위있는 지도자를 갖게 되었구나 하는 위안감을 갖게 됐고 그 것이 곧 높은 지지도로 표출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낙연에게서는 이런 모습을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표정에선 조바심이 묻어나고 말에서도 여유보다는 이기(利己)가 넘쳐난다.

 

상대 캠프의 네거티브와 가짜뉴스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대응이라고 하지만 요즘은 사람 잘못 봤다는 생각이 언뜻 언뜻 든다. 대범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냉정하지도 못하다. 영웅은 위기에서 나온다는 말은 다른 의미가 아니다. 위기일수록 남들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를 못한다. 이러니 지금까지의 이미지도 실속없는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직면하는 것이다. 실제 그가 오랜 기간 총리와 여당 대표를 지냈음에도 이낙연 표라고 부를만한 무슨 정책적 성과가 안보인다.

지난 신천지 사건 때부터 본격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이재명의 말보다 행동의 추진력과 돌파력은 그가 대선에서 내세울 최고의 무기임엔 틀림없지만 최근 들어선 국민들에게 좀 불안하다는 생각을 안긴다. 꼭 형수 욕설과 모 여배우 관련 추문 때문만은 아니다. 상대 후보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받는 상황에서의 대처능력이 즉흥적이고 단견적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기본소득과 관련해선 그토록 코너에 몰릴 필요가 없었다. 코로나 19를 계기로 이미 야당에서조차 그 당위성을 인정했던 터라 원칙적인 언급만 하면 될 일을 재원과 수혜폭까지 싸잡아 비난을 자초한 것은 본인의 책임이 크다. 당연히 신중하지 못한 포퓰리즘 적 마인드라는 비판을 받을만하다.

자신이 흙수저 출신임을 강조하는 이재명이 꼭 새겨들을 말이 있다. 리더는 균형감각을 잃으면 안 된다는 것, 그래서 나온 말이 리더는 정상적인 가정, 정상적인 교육, 정상적인 직업, 정상적인 사회관계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윤석열과 마찬가지로 이재명이 유독 사생활과 관련된 구설이 많다는 건 그만큼 지금까지의 삶이 어딘가 허위였음을 방증한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현재 지지도 트리오를 형성하는 윤석열 이낙연 이재명을 떠올리면 아주 흥미로운 자료가 생각난다.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미디어오늘이 국회출입기자를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에 적합한 인물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문재인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설문에 응한 197명 중 문재인 24.9%(49), 박근혜 17.8%(35), 손학규 15.7%(31), 안철수 10.2%(20) 순이었다. 당시 여론조사만 했다 하면 부동의 1, 2위는 박근혜 안철수였고 당선은 박근혜 몫이었다.

이에 앞서 2007년 대선을 앞두고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한 언론사가 역시 국회출입기자 100명을 상대로 누가 대통령감으로 가장 적합하냐고 물었더니 손학규(21%)1위로 나왔고 그 뒤로 이명박(18%) 박근혜(6%) 순이었다. 그러나 손학규는 본선에 오르지도 못했고 승리는 이명박이 거머쥐었다. 이처럼 대통령후보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평가했을 전문가(기자)들이 차기 대통령 감으로 인정했다고 해서 꼭 당선까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대통령 적합도에서 밀렸던 후보들이 막상 대권을 차지한 이후의 말로(末路)이다. 이에 대한 답은 현재 영어의 몸이 된 이명박과 박근혜의 처지가 잘 시사하고도 남는다. 적합하지 않는 인물의 대통령 등극, 이의 위험성은 바로 이런 것이고 우리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또 한번 기로에 서 있다고 봐야 한다. 말년에 감옥가는 대통령이 아니라 반드시 성공하는 대통령을 뽑아야겠고 또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는 정치보복을 하지 않는 차기 대통령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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