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개발하고 외면하는 건 대기업의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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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개발하고 외면하는 건 대기업의 횡포”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1.07.2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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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폼테크, 현대건설과 협약 통해 국산 항만제작설비 ‘케이슨’ 개발
공동개발했지만 현대 측 사용 안 해… 업체 “우리 이용당했다” 주장
현대건설과 공동개발해 제작한 케이슨. 오른쪽은 박영석 우진폼테크 대표
현대건설과 공동개발해 제작한 케이슨. 오른쪽은 박영석 우진폼테크 대표

 

충북에서 금속구조물을 제작하는 우수중소기업 우진폼테크는 3년 전 현대건설과 케이슨 시공 유압장비 국산화 기술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협약서를 작성했다.

케이슨은 항만에 배를 대기 위해 쌓는 해양 구조물이다. 개당 가로세로 30m 크기로 보통 아파트 한 채의 크기와 맞먹는다. 항만을 짓기 위해서는 백여 개의 케이슨이 필요하다. 주요 기술은 현장에서 제작해서 이동시키는 유압시스템이다. 이를 위한 양 사의 공동연구는 지난해 12월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하지만 양 사는 지금 분쟁 중이다. 박영석 우진폼테크 대표는 대기업인 현대건설을 믿고 우리 회사는 오랜 기간 기술개발을 했다. 현장에서 바로 쓰일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애를 썼지만 결국 외면당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지금 고사 직전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기술연구소 관계자는 기술을 꼭 써야 한다는 협약은 없었다. 하지만 우리도 우진폼테크와 함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향후 현대건설의 현장에서 쓸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어떤 경위로 시작됐나?

 

공동연구는 항만 케이슨 제작 등과 관련된 시장에서 우리기술을 갖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현재는 스웨덴의 비깅우데만사(B)가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박 대표는 항만은 국가기반시설이다. 그 중추 기술 중에 하나인 케이슨 제작·개발 분야를 외국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것은 국가적으로 손실이다고 운을 뗐다.

우진폼테크는 현대건설과 손잡기 이전부터 관련 분야의 연구를 진행했다. 2012년 특허를 취득해 서귀포 해군기지 건설에서 수주를 따냈다. 하지만 B사가 특허소송을 제기했고, 공방 끝에 2013년 승소했다. 이후부터 개발에 탄력을 받았다.

2014년부터는 운송 특허에 도전해 2017년 케이슨의 제작 및 운송에 대한 개발을 마쳤다. 그 무렵인 2018년 현대건설은 우진폼테크에 관련해서 공동기술 개발에 대한 제의를 했다.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더 세밀화하자는 취지다. 이후 양 사는 서로 소통하며 협력적 관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총 115400만원 투자규모의 공동 기술 협약서를 체결했다.

개발은 순조로웠다. 20186월에는 연구과제인 초고압 유압제어 시스템을 이용한 케이슨 이동장치로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최하는 수출기업기술개발사업에 지정돼 36500만원을 지원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현대건설과 공동개발 과제를 종료했다.

케이슨이 사용되는 항만 개발 공사 현장 /업체 제공
케이슨이 사용되는 항만 개발 공사 현장 /업체 제공

 

우진 측 쓰겠다고 약속 했는데...”

 

박 대표는 현대건설과 공동개발협약서를 맺으면서, 공동개발을 했으니 현대건설이 수주를 하면 우진폼테크에 일감을 주겠다는 얘기가 오갔다. 하지만 올 2월 현대건설이 수주를 하고 우리 회사에서 견적서까지 다 받았지만 우리보다 훨씬 값을 높게 낸 B사와 계약을 했다. 이유를 물었지만, 담당자는 우진폼테크 제품을 쓰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고 주장했다.

양사가 작성한 협약서는 기술의 공동개발을 목적으로 작성됐다. 12조에는 현대건설이 참여하는 케이슨 제작공사에 대한 입찰의 경우, 우진폼테크는 현대건설이 아닌 제 3자의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현대건설이 입찰에 실패할 경우에는 독자적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지만 현대건설에서 제공한 견적가의 120% 이상의 가격으로 개발 기술을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또한 이 경우 현대건설에 수주가 10%를 기술료로 현금 납부해야 한다고도 적었다.

박 대표는 현대건설이 자신들이 함께 개발한 기술을 쓰지 않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B사와 비교해 가격경쟁력도 높고, 기술력도 앞섰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업계에서는 자기들이 개발하고도 안 쓴다는 소문이 돈다. 이 때문에 우리는 당장 고사하게 생겼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진폼테크 입장에서는 협약한 기술료 10%도 부담이다. 박 대표는 보통 케이슨 수주액은 200~300억 규모다. 결국 자기들은 연구비 약 57000만원을 내놓고, 매번 수십억의 이득을 챙기겠다는 것이다그렇지 않더라도 B사와의 입찰가격을 낮추는 등의 이득을 보기 위해 우리를 이용한 것이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현대건설 측 안 쓰겠다는 것 아냐

 

현대건설 기술연구소 A관계자는 공동기술개발이 완료되면 업체와 실시협약을 맺는다. 논의하는 중에 올해 초 현대건설이 수주를 했다. 내부적으로 이번에는 우진폼테크와 계약하기에 너무 빠르다고 판단해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여태까지 우진폼테크와 함께 개발한 노력들이 있는데 현대건설도 이를 쉽게 외면할 수 없다. 향후 이 기술을 안 쓰겠다는 것이 아니다. 다음번에는 쓸 수 있는 것이므로, 향후 우진폼테크와 협의해서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진폼테크는 빠른 대처를 호소한다. 상대적으로 자금회전력이 대기업에 비해 턱없이 미흡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뱁새가 황새 쫓다가 다리 찢어진 격이 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본업인 토목 사업의 역량을 이쪽으로 쏟은데다 2018년부터는 현대건설의 높은 기준에 맞추기 위해 공동기술투자비 외에도 장비구입 등 추가로 연구비용이 들어갔다. 또한 협약을 맺은 이후에는 항만 시장의 수주에 참여하지 못했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한 손실액을 기술가치평가소에 의뢰했더니 약 3000억원으로 추산됐다. 더구나 현대건설이 기술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그동안 우리 기술력을 보고 투자하겠다는 제의들도 다 사라졌다이제는 버틸 힘이 없다. 이대로 우리가 고사하면 누구만 좋은 일이 되는가? 차라리 현대건설에서 그간의 기회비용을 포함해 기술을 사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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