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수의 메아리] 입법부가 대선 예비후보에 졸졸대는 나라
상태바
[김천수의 메아리] 입법부가 대선 예비후보에 졸졸대는 나라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1.08.11 1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천수 취재국장
김천수 취재국장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은 개별적인 입법부이며, 국회는 국민의 대표 기관이다. 대통령은 국회를 찾아 국회의장이 내려다보는 단상에서 시정연설을 하게 된다. 민주주의 기초인 삼권분립이 엄연하기 때문이다.

요즘 내년 3월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당별로 예비후보 경선이 한창이다. 각자 전국을 돌면서 지지자들을 만나 연일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 관련 영상 뉴스를 볼 때마다 눈꼴이 시리고 배알이 꼬이는 장면이 있다. 내가 뽑은 국회의원이 국회가 아닌, 지역구도 아닌 대선 예비후보를 졸졸거리는 모습을 보아야하기 때문이다.

졸졸대는 것은 ‘작은 동물이나 사람이 자꾸 뒤를 따라다니는 것’을 이른다. 한마디로 입법부가 유권자들 눈앞에서 대선 예비후보의 졸개나 다름없음을 버젓이 드러내고 다니는 셈이다.

정당의 유력 예비후보 캠프마다 후보자를 따라다녀야 하는 수행단장 또는 수행실장, 수행팀장 등으로 불리는 실질적인 ‘수행비서’를 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김남국 의원, 이낙연 전 당대표는 오영환 의원에게 그 역할을 맡겼다.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는 이용 의원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의 얼굴은 늘 후보자 관련 영상뉴스 속에서 후보자의 뒤나 옆에서 확인된다. 현역 국회의원이 대선 예비후보의 수행비서 역할을 하는 형국이다. 유권자로선 자괴감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이들은 초선 의원으로 구시대적 정치를 혁파할 젊은 정치인이다. 김 의원은 39세로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을이 지역구다. 오 의원은 경기도 의정부시 갑이 지역구로 33세다. 비례대표인 이 의원은 봅슬레이 스켈레톤 국가대표 총감독 출신으로 43세다.

국회의원인 이들에게 수행을 맡긴 후보자나 그 역할을 받아 든 당사자나 똑 같은 정치 수준을 바라봐야 하는 국민은 답답할 따름이다. 초선의 신선도를 득표력에 이용이나 하려는 후보자, 일찌감치 출세를 위해 줄서기나 하려는 젊은 정치인으로 읽혀질 수 있다는 것을 당사자들은 모를까.

그들 속을 들어가 볼 수야 없겠지만 이기고 봐야한다는, 줄을 잘 서야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승자독식 정치판에서의 낮 두꺼움 현상일 게다. 후보자의 뚜렷한 지도자다운 철학이나 획기적인 공약이 제시되고 있지도 않다. 그저 세를 불려 보여주고 싶은, 어느 쪽 캠프에도 속하지 않게 될 경우 계파 없는 설움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후보자와 국회의원 각자의 현실 심리의 만남일 것이다. 그렇기에 캠프마다 현역 의원들이 줄을 서고 숫자 세기에 여념이 없는 것 아닌가. 이는 전국 동네 골목길 마다 당내 선거인단, 입당원서를 받으러 다니는 작태로 이어지고 있다.

예비후보가 당내 경선을 거쳐 공식 대선후보가 되고 최종 당선될 경우 이들 ‘수행비서’는 권력자의 '복심'이 되는 걸 지켜본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그들과 그 권력자의 종국은 어떤가. 작금에도 영어의 몸이 되어 있는 최고 권력자들과 그런류의 복심자를 보고 있지 않나.

이들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책임도 크다. 그래도 이런 유권자들조차 심지 있는 철학과 비전으로 감동시킬 후보자는 없는 걸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