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상점엔 알맹이만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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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상점엔 알맹이만 '가득'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1.08.1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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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마당…교회 입구에 낸 가게, 기후위기 고민하는 전초기지
커피미각…가족이 함께 운영, 친환경 포장재 단가 높지만 고집

비하동에 위치한 다리놓는 교회의 김인규 목사(33)202011월 교회 도서관을 제로웨이스트 가게로 바꾸었다. 가게 이름을 동네 마당으로 지었다. 명함엔 어쩌다 사장 김인규라고 팠다. 동네 마당은 제로웨이스트 카페다. 청주에서 제일 먼저 문을 열었다. 그러다보니 제로웨이스트 가게를 하고 싶은 이들이나,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이곳을 성지처럼 다녀간다고 한다.

 

#동네마당엔 매일 사람이 와

 

동네마당을 운영하는 김인규 목사

 

세제는 필요만 만큼만 덜어서 살 수 있다.

 

김인규 목사는 이곳에서 보이차를 내리며 사람들을 맞이한다. 보이차 카페도 겸업 중이다. 제로웨이스트 가게를 열기 위해 초기자금이 200~300만원 필요했어요. 처음엔 교인들에게 일종의 마일리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마련했어요. 지금은 교인들의 돈을 다 갚았죠. 자본의 선순환이 이뤄졌어요.”

동네 마당을 열고 난 뒤 주민들이 호기심에 방문해 세제를 사고 난 뒤 리필하기 위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김 목사는 기후위기에 대해 공부를 하다보니 제로웨이스트 가게를 열 수 있다면 빨리 열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중부권 내에선 처음이라 처음 가게를 내고 난 뒤 천안, 세종에서 견학을 왔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가게를 열면서 당장 마을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로 진열장을 채웠다. “주방세제, 고체 삼푸, 화장품 등 일상생활에서 늘 쓰는 제품을 먼저 소개했죠. 가게를 열면서 아이가 태어났는데 자연스럽게 아기 용품도 관심을 갖게 돼 구비하게 됐어요. 가게를 통해 딱히 수익을 바라지는 않아요. 다만 이공간이 기후위기와 환경을 고민하는 이들의 전초기지가 되면 좋겠어요.”

동네 마당에선 약 50~60가지 제품을 판매한다.

그는 수요예배 대신에 기후위기에 대한 공부를 교인들과 한다. 교인들 대부분이 청년인지라 마음을 터놓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다리놓는 교회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기독교 환경운동연대 소속으로 녹색교회 네트워크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김 목사는 솔직히 기후 위기적 종말론을 생각해요.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을 인간들의 이기심으로 망쳤기 때문에 교인들에게 회개를 촉구하기도 하죠. 기후위기를 공부할수록 절망적인 생각도 드는 데 목회자니까 희망을 늘 이야기하려고 노력해요. 지금 교회의 역할은 생태회복을 위한 복음을 전하는 거라고 봐요라고 말했다.

 

#커피미각, 쓰레기가 없는 카페

 

허동욱(35)씨는 군대를 전역하고 2019년께 비하동 주택가에 카페 마실가다를 열었다. 처음 카페를 열 때 지역주민들이 썩 내키지 않아했다. 허 씨는 이러한 시선이 불편해 가게 주변 쓰레기를 직접 줍기로 했다. 그 때 카페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참 많다는 것을 알았다. 일회용품 테이크 아웃 컵이 끝도 없이 나왔다.

허 대표는 율량동으로 가게를 옮기면서 새로운 구상을 했다. 쓰레기를 최소화한 카페를 열기로 한 것이다. 가게 이름을 커피미각으로 정했다. 먼저 문을 열었던 동네 마당에서 일부 친환경 포장재 제품을 소개받았다.

허동욱 커피미각 대표는 포장재 단가보다 중요한 것은 환경이라고 말한다.
허동욱 커피미각 대표는 포장재 단가보다 중요한 것은 환경이라고 말한다.
커피미각에서 쓰는 환경을 생각한 특별한 포장재.

 

커피 미각에선 특별한 테이크아웃 컵을 쓴다. 커피를 테이크아웃을 하거나 배달을 할 경우 젖병소재(BPA free)로 만든 다회용 컵에 담아준다. 이 컵을 매장에 가져올 경우 500원을 돌려주거나, 10개의 컵을 모아오면 커피 한잔을 무료로 서비스한다.

허 대표는 손님들이 처음엔 깜짝 놀라서 컵을 집에 가져가도 되냐고 되물어요. 취지를 설명하면 공감해주시고 또 찾아오세요. 컵을 다시 가져오면 500원을 돌려드리는데 오히려 괜찮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으세요라고 말했다.

 

청주시 율량동에 위치한 '커피미각' 전경
청주시 율량동에 위치한 '커피미각' 전경

 

컵뿐만 아니라 생분해 빨대, 종이로 만든 테이크아웃 포장재 등을 사용한다.

이러한 친환경 제품들은 기본적으로 일반 제품보다 단가가 3~5배가 높다. 그래도 커피미각은 이러한 제품을 고수한다. 심지어 커피 가격 또한 3500원으로 저렴하다.

허 대표는 아버지가 직접 로스팅을 하세요. 친환경 제품을 사용한다고 해서 가격을 높게 받기가 그렇더라고요. 아버지가 공군 중령으로 전역하시고 먼저 커피에 입문하셨어요. 사천동에서 로스팅 카페를 따로 운영하다가 접으시고 가족들이 함께 커피 미각을 운영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의 아내 이성빈 씨 또한 가게 일을 돕고 있다.

이들 가족에게 커피 만큼 중요한 것은 환경이다. 이러한 삶의 태도는 많은 걸 변화시켰다. 허 대표는 아내는 아이 엄마이다 보니 환경에 대한 관심의 폭이 더 넓은 걸 느껴요. 환경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해서 지금은 따로 강의를 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어요라고 말했다.

카페 한 곳에는 커피트레인이 놓여 있다. 기차 모양을 한 이 기계는 커피 찌꺼기에 채소추출물을 섞어 일종의 박 형태로 찍어낸다. 기계를 통과하면 커피 찌꺼기가 마치 점토처럼 바뀌는데 이를 가지고 화분, 볼펜, 캔들 등을 만들 수 있다. 또 수세미, 비누 등 50~60가지의 친환경 제품도 전시 판매하고 있다.

허 대표는 주변에 카페들이 많이 있어요. 이러한 정보들을 같이 공유하고 싶어요. 카페 옆에 창고가 있다보니 친환경 제품들을 한꺼번에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카페에선 재고가 쌓일까봐 포장재를 선뜻 바꾸지 못하는데 커피미각의 창고를 공유하고 싶어요. ‘단순히 누가 하겠지하고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잖아요. 내가 먼저 시작하는 것 그 용기가 필요해요라고 말했다. 커피미각은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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