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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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 충청리뷰
  • 승인 2021.08.2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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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이 되었지만 매일 돌봄교실에 가야 하는 우리집 두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있었으니 바로 엄마 아빠의 여름휴가. 친구들에게 일주일동안 학교 안 나올거라고 자랑을 하고, 방과후학교 선생님들에게도 자신의 부재를 알리기 바빴다.

그렇게 시작된 여름휴가. 그런데 안타깝게도 첫 여행지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을 해 눈물이 찔끔나는 코로나19 검사와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혈기왕성한 아이 둘과 24시간 붙어 있는 건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둘이 붙어 놀고 있으니 조금은 숨쉴만하다. 한참 놀던 아이들이 똥 밟았네, 똥 밟았네~’ 뭐 이런 노래를 흥얼흥얼 거린다. ?? 웬 똥?? 똥 좋아할때지~ 매일 듣다보니 어느새 나도 흥얼거리고 있다.

김혜란 충북참여연대 생활자치국장
김혜란 충북참여연대 생활자치국장

그렇게 알게된 이 노래는 EBS에서 상영중인 <포텐독>이라는 애니메이션의 삽입곡으로 똥 밟았네이다. <포텐독>은 초능력을 가진 개들이 변신을 하고 악당과 싸운다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인데 우리 아이들이 부르던 똥 밟았네라는 노래는 현재 유튜브에서 700만 조회수가 넘은 그야말로 핫한노래였다. 중독성있는 가사와 댄스로 연예인들도 똥밟았네챌린지에 동참하며 유튜브와 각종 SNS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이 노래를 검색하다보니 흥행 못지않게 이 애니메이션에 대한 논란 또한 뜨겁다. <포텐독> 내용에 타인의 배변활동 관람, 불법촬영, 불법카메라와 변형카메라를 활용한 타인 사생활 시청 등 아동이 시청하기엔 부적절한 내용이 많다는 것이다.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인가? 게다가 이 애니메이션의 시청 연령은 7세 이상의 어린이다. 아이들은 눈으로 보는 것을 진실로 바라보고 그 행동들을 긍정적으로 인식해 모방하거나 심지어 학습해 후에 부정적인 영향을 보일 수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논란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이 영상의 홍보 게시물을 올리면서 잼민좌라는 표현을 사용해 비판을 받았는데 잼민좌는 초등학생을 비하하는 은어로 무개념 초등학생을 일컫는 말이다. 교육전문 공영방송에서 어린이를 비하하는 단어를 쓴 것이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에 EBS가 공식사과를 하는 일까지 있었다. 물론 <포텐독>이라는 애니메이션의 내용 전체가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들을 비하하는 은어인지 알면서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EBS를 비판하는 것은 디지털 미디어의 파급력을 좀 더 생각했어야 했다는 것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교육 공영방송에서 송출된 영상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미디어의 파급력은 대단하다. 그냥 소소하게 쓰이던 말도 미디어에서 사용되기 시작하면 모두가 쓰는 일상어가 되고, 범죄시 되는 표현이 미디어에 나오게 되면 정당성을 부여받아 따라 하기도 한다. 때문에 2020,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서는 아동의 권리가 디지털 환경에서 존중, 보호, 실현되어야 할 것과 아동이 디지털 환경에서의 폭력에서 보호받아야 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요즘 아이들이 혐오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그 뜻을 알고 사용한다기 보다 재밌으니 따라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무심결에 내뱉는 말들, 웃긴 어휘와 생소한 줄임말들,,, 실은 알고 쓰는 것보다 모르고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 아이들이 무조건 잘못했다고 할 수 있을까?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어린 자녀들이 스마트폰, TV 등 미디어에 노출되는 시간도 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3~9세 어린이의 하루 평균 미디어 이용시간은 약 4시간 45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지금 EBS 프로그램이 갖는 중요성과 파급력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그렇기에 부모들은 대한민국 교육방송이니 안심하고 EBS 애니메이션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는데 그 내용에 폭력적 콘텐츠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그 배신감은 더더욱 클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의 문제제기가 지속되자 EBS측은 지난 818<포텐독>의 일부 에피소드 방송 연령 등급을 7세에서 12세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SNS에서는 똥밟았네라는 노래가 인기를 누리고 있고, EBS에서는 똥밟았네인기에 힘입어 <포텐독> 몰아보기 방송까지 편성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미디어를 시청할 때 올바르지 못한 표현이 나오면 이를 지도하며 보면 된다고 한다. 물론 아이들이 미디어를 시청할 때 어른들의 지도도 중요하지만 어른들이 항상 아이들과 함께 시청하지 못한다는 점도 고려하며 제작해야 하지 않을까. 재미있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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