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70주년 충북대학교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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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70주년 충북대학교에 바란다
  • 충청리뷰
  • 승인 2021.09.0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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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점국립대학 앞에 개교 70주년 기념이란 수식어가 붙는 것을 보니 충북대학교가 1951년에 설립되었나 보다. 그 때라면 한국전쟁 직후라 극도의 사회 혼란 속에서 대학을 설립하는 게 쉽진 않았을 시기다. 게다가 청주에는 이미 한수 이남 최초로 청주대학이 설립(1947)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어떠한 목적으로 또 대학을 설립하였을까 궁금하다.

청주에 제2의 대학설립 분위기가 일기 시작한 것은 19492월이다. 일제 강점기에 억눌렸던 교육에 대한 욕구를 한껏 풀어내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발전을 이끌어갈 인재양성을 기반으로 대학을 설립했다.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고 고유한 문화를 창출하며 내륙도인 충북의 주산업인 농업발전을 위해 제3대 이명구 충북지사가 1949120만 도민의 염원을 모아 농업대학창립기성회를 결성하면서 대학을 태동시켰다.

김용은 충북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충북과총 회장
김용은 충북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충북과총 회장

충북도에서는 교육부의 학제개편에 맞추어 1951년 초에 가인가 된 초급농과대학을 초급대학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추진하였다. 가인가 되었던 청주초급농과대학을 폐지하고 농학과와 축산학과에 입학정원 120명의 청주농과초급대학 설립 인가를 받아 청주농업중학교를 나눠 쓰면서 1951927일에 개교하고 2년 후에 4년제 도립 청주농과대학으로 승격하고 4년제 대학의 체제를 갖추었다. 이웃 충남대학보다도 1년 앞서서 대학을 설립한 것이다.

충북대학교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캠퍼스로 명성을 얻게 된 데는 내무부에서 부임한 제6대 김학응 충북도지사가 혜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부임과 함께 도정 제일 목표를 종합대학의 건설에 두고, 도립 농과대학을 종합대학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부지가 넓어야 한다며 당시 청원군 사주면 개신리에 있는 임업시험장과 농도원, 그리고 복대동의 종축장 등을 대학부지로 결정하였다.

김 지사는 도비로 하천과 도로를 정비하고 내무부에서 1억의 특별 예산을 확보하고 제1, 2 본관과 대강당, 도서관, 실험실 등을 신축하여 1956년에 이전하였다. 이 때 지은 1본관 건물은 대림건설이 지은 1호 건물이라 대학은 물론 건설회사에도 사료적 가치가 높은 건물이다. 이 건물을 보존하지 못하고 몇 년 전 철거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개교 70주년을 맞아 초기 건물로 유일하게 남은 제2본관 내부를 리모델링하여 보존하며 문화재적 가치를 보존하며 대학역사관으로 사용할 것이라 한다.

김 지사의 혜안은 캠퍼스와 건물의 확보에 그치지 않았다. 산학일치를 목표로 교수들이 연구 결과를 도 행정에 직접 반영할 수 있도록 사회개발에 참여시켰다. 그는 이상적인 연구와 행정으로 도정을 보다 차원 높게 끌고 가려고 했지만, 관계부서의 반발로 포기하고 말았다. 지금에 와서도 본받아야 할 행정을 펼쳤던 것 같다.

새 캠퍼스에서 도약의 발판을 놓던 대학에 516군사정변 집권 세력은 단호한 조치를 했다. 1961년 약학과와 체육학과를 폐쇄하고 충남대학교와 강제 통합시키고 충청대학교 농과대학으로 격하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도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힘입어 이듬해에 원상회복 되면서 교명을 국립 충북대학으로 바꾸었다. 도립에서 국립으로 바뀌면서 도의 관심이 식기 시작한 게 아니었나 하는 추측을 해본다.

아름다운 개신 캠퍼스에서 안주하며 한때는 충북의 대학들을 외면하고 충남대학교와 통폐합을 추진하다 호된 홍역을 치르기도 하고,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되어 거점대학의 명예을 실추시키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지금은 건학의 초심을 지키며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이 지향하는 오송 바이오생명과학단지와 오창 첨단에너지 특화단지에 캠퍼스를 개설하고 관련 분야 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다목적방사광가속기 건설사업이 오창에 유치되면서 방사광가속기 융합연구소를 설치하여 완공 후를 대비하고 나섰다. 가속기가 완공되고 관련 연구시설이 들어서고 나면 충북은 대전의 중이온 가속기(RAON)에 이어 두 번째로 고가인 국가 연구시설을 갖게 되어 현재 17개 시도 중 6위인 과학기술 혁신 역량이 최상위권으로 도약할 것이다. 첨단과학기술 분야의 국제 경쟁력이 크게 향상되고, 융합학문 R&D 부분에서 큰 성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개교 70주년을 맞은 충북대학교는 설립 초심을 잃지 말고, 지역거점대학으로서 융합학문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과 연구 성과를 얻어 충북의 과학기술혁신 역량을 드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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