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수의 메아리] 한 대학 청년의 '원룸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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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수의 메아리] 한 대학 청년의 '원룸 감옥'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1.09.08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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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수 취재국장
김천수 취재국장

‘피 끓는 청춘’이라 말한다. 그 만큼 혈기 왕성하고 역동적이며 꿈을 향한 열정으로 가득한 나이 20대 초반. 2년째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이 이어지는 대학가. 고향을 떠나 타향에서 대학생활을 하는 공부 좀 하는 청년이 있다. 기숙사 생활을 하다가 학교 측의 확진자 발생, 방역 조치에 따른 이 방 저 방 옮기기 사태에 질려 대학 인근 원룸 생활을 택했다.

세탁기, 에어컨, 전자렌지, 침대, 책상 등이 갖춰진 주방 및 생활가구와 방 옮기기와의 이별 덕에 적응이 쉬웠다. 건물 출입구와 방 철문은 비밀번호를 알아야 통과할 수 있게 보안도 철저하다. 혼자만의 학습과 음악감상, 언제든 쉬고 잘 수 있는 나만의 소중한 공간이다. 인근에는 카페도 있고 학교가 가까워 간혹 산책을 즐기기도 했다.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기숙사 생활 2년 만에 자유를 만끽하는 느낌이다.

그런데 지난해 과목별로 비대면 수업이 간혹 있더니 실기 과목 외에는 전면적인 비대면 수업이 장기화 됐다. 집중력이 높은 청년은 방학 때도 기숙사에 남아 독학에 빠질 정도로 학습에 흥미를 가진 친구다. 하지만 올해 들어 여름방학이 돼서는 고향집에서 지냈다. 코로나로 빚어진 비대면 수업 영향으로 원룸 생활이 괴로웠던 것이다.

9월 가을학기 개학을 맞았다. 한 주 1시간의 실기과목 대면 수업을 위해서는 ‘원룸 독방’ 생활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휴학을 택하기도 어려운 환경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을 보고도 인사말이 나오지 않았다. 교수님의 인사에도 모기소리 같은 자신의 목소리에 스스로 놀랐다. 식은땀이 솟고 앞쪽 시야를 명확히 보기도 어려웠다. 가까스로 만남의 시간이 끝나서야 위기를 벗어난 것을 느꼈다.

그는 슬기롭게도 정신과 의사를 찾아 상담했다. 복약 처방과 함께 다양한 생활 패턴의 변화 등을 요구 받았다. 청년은 부모에게 비밀에 부쳤다. 스무살이 넘은 성인이 부모에게 걱정을 끼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전화 통화가 되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솟고 말문이 막혔다. 부모의 추궁에 들키고 말았다. 소식을 접한 부모는 한밤 중 4시간 거리를 달려 자식을 부둥켜안고 함께 한없이 소리없는 눈물을 흘렸다. 그는 부모 상담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말도 전하지 못했다. 대화가 교대로 이루어졌다. 부모는 충격적이게 자식이 스스로 생을 마감할 생각도 깊이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밤 모두는 밤을 지새웠다. 방이 비좁기도 했지만 눈물이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 블랙(Corona Black) 현상을 겪는 것이 분명했다. 우울감을 넘어 좌절·절망·암담함 등을 느끼는 심리적 상태다.

전국의 대학가는 청년들이 왁자지껄 꿈을 향해 젊음을 불태우며 찬란한 미래를 설계하는 지성의 산실이다. 하지만 코로나가 없을 때도 취업과 잘 곳을 걱정해야 하는 게 우리 청년들의 현실이다. 그런데다 2년째 비대면 생활로 감옥 아닌 감옥 생활을 하고 있으니 혈기에 찬 청년들도 위기 계층이 됐다. 성인이 됐어도 미취업자로 경제적 자립을 못한 청년들의 위기다. 그 청년의 코로나 블랙 치유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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