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안전해야 국가가 평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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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안전해야 국가가 평안하다
  • 충청리뷰
  • 승인 2021.09.1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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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뀌면 여성의 명운도 달라진다. 지난 817일 탈레반이 아프간 전쟁 의 종료를 선언한 뒤 아프간 여성의 앞날은 불확실성과 불안에 휩싸였다. 탈레반은 1996년 집권했을 때 특히 여성에게 악몽과 도 같은 각종 인권 탄압을 자행했다. 당시 아 프간 여성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외출복은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였다. 이른바 '풍속경 찰'이 부르카를 착용하지 않은 여성을 신체 노출이란 이유로 단속하고, 거리에서 마구 채찍질하는 등 가혹한 형벌을 내렸다. 분위 기가 이렇게 되자 일반인 남성도 길에서 마주친 여 성을 무작위 폭행하는 사 건이 종종 일어났다.

이남희 충북도 여성가족정책관
이남희 충북도 여성가족정책관

탈레반의 여성 탄압은 이슬람 율법 샤리아와 파슈툰족의 관습법 파슈툰왈리를 뒤섞은 것이라는 설이 있는가 하면, 양쪽을 구실 삼 은 편의적 극단주의라는 설도 있다. 어느 쪽 이든 탈레반 치하에서 여성은 교육, 직업, 재 산에 대한 권리를 갖지 못했다. 남성 보호자 없이는 외출도 할 수 없으며, 결혼 명령을 거 부하거나 신랑감을 택할 수도 없었다. 시대 착오적인 여성 억압을 자신들의 중요 정체 성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탈레반은 정치세력 으로서 확장성이 극히 제한된다는 한계를 지녔다.

2001년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밀려나고 미 군이 들어온 후 지난 20여 년간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가 가장 노력을 쏟은 의제는 여 성 인권이었다. 아프간 여아의 초등학교 입 학률이 0%에서 80%로 올라갔다. 영아 사망 률은 절반으로 줄었다. 파카스탄의 탈레반 점령지에서 소녀들의 교육을 위해 일하다 이마에 총을 맞은 97년생 말랄라 유샤프자 이는 저항의 상징이었다. 유샤프자이는 그 공로로 2014년 최연소 노벨평화상을 받았 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아프간에서는 어머니 세대와 달리 스포츠도 하고 대학에 다니고 직장에 나가 돈을 버는 신세대 여성이 등장 했다. 강제 결혼은 불법이 되었다. 그러나 이 제 탈레반의 2차 집권으로 수도 카불에서도 여성들이 집안에 숨어있거나 시위에 나서다 채찍에 맞아 다치고 끌려가는 사태가 일어 났다. 당장 부르카를 안 입었다고 총을 맞을 수도 있어서 부르카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 다는 소문도 있다. 여성 인권에 대한 공감이 나 이해가 전혀 없는 극단주의 세력 앞에서 여성들은 목숨을 위협받는다.

정치가 여성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 할 때 국가의 안녕도 위태롭다. 여성들이 맞 고 죽어가는 상황에서 남성들만 안전하고 행복하리라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영국 시 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911일자에서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는 폭력적이고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 다. 한 국가가 불안정한 이유를 여성 억 압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두 가지 요소는 상당히 관련성이 있다고 보고 한 나라가 잘못되길 바란다면 여성을 경시하게 하라고 말한다.

또한 기사는 가부장제를 약화시키는 요소로 경제적 변화를 꼽는다. 여성 스 스로 소득을 올릴 때 여성들의 목소리 가 크게 들리고, 노후 생계를 자식이 아 닌 연금이 메워줄 때 가 족 관계가 달라진다. 우 리나라는 그런 점에서 긍 정적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지역으로 꼽힌 다. 그 과정에서 혐오와 같은 반작용도 일시적으로 불거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잘 살고 정치적으로 안정된 나라일수록 여성들 이 안전하고, 반대로 여성들이 안전한 상황에서 역량을 발휘할 때 국가의 생 산성과 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아프간 전체 인구의 63%25세 이하 청년층으로, 표현의 자유에 익숙하고 스마트폰의 사용이 보 편화된 세대라고 한다. 이전처럼 공포 와 폭압의 정치만으로 다스릴 수 없는 국민이 등장한 것이다. 희망을 놓지 않 고 향배를 지켜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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