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공예의 가치, ‘공생의 도구’로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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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공예의 가치, ‘공생의 도구’로 해석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1.09.15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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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청주공예비엔날레, 청주 문화제조창 및 온라인 동시 개막
‘공생의 도구’주제로 32개국 309명 작가 참여, 1192작품 전시
드론투어, VR갤러리, ASMR공예, 전지적 공예가 시점 브이로그

'공예가 가진 그 본연의 가치로 공생의 진정한 의미를 탐색하는 40일간의 여행이 시작됐다.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가 8일 청주시일원에서 온오프라인 동시에 개막했다.

1999년 시작된 공예분야 세계 최초최대 규모의 축제는 팬데믹 시대 앞에 이제 공예는 공생의 도구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세계 32개국 309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공생의 도구를 주제로 1192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코로나로 인해 사상 첫 온라인 비엔날레를 병행하게 됐다. 위드코로나 시대 국제 전시의 새 지평을 연다.

코로나19로 국내외 관람객의 직접 방문이 제한적인 만큼 본전시를 비롯해 초대국가관, 국제공예공모전, 충북공예워크숍, 크래프트 캠프, 미술관 프로젝트 등 모든 프로그램을 공식 홈페이지(www.okcj.org)를 통해 공유한다.

360VR촬영으로 전시장에 온 듯 둘러볼 수 있게 한 VR갤러리는 기본, 모바일 앱 오디오 가이드(큐피커) 운영, 작가의 작업과정 및 인터뷰 영상 등으로 랜선에서도 이해도 높은 전시 관람이 가능하도록 했다.

 

물야나-심연 속으로
물야나-심연 속으로

 

위드코로나 보여준 전시

 

특히, 실내인 전시장을 드론으로 촬영해 관람자에게 신선한 시각을 제공하는 <드론 투어>는 국내외 어느 국제전시에서도 유사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시도로 이번 온라인 비엔날레의 시그니처 콘텐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더불어 작가가 재료를 다루는 순간부터 최종 작업에 이르는 과정까지의 소리를 극대화해 새로운 감각의 공예를 만나게 하는 <ASMR 공예>,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촬영한 <브이로그 공예> 등 색다른 온라인 관람 방식은 팬데믹 시대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글로벌 비엔날레의 진화를 엿보게 할 것이다.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도 매력적이지만 현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비 마이 게스트’, ‘공예탐험 바닷속으로등 본전시 연계 공예문화 향유프로젝트와 충북공예워크숍의 체험, 공예마켓 등은 랜선에서는 해소할 수 없는 경험하는 공예의 즐거움을 관람객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공모전 대상_정다혜_2021_말총-빗살무늬_말총_29×29×38cm
공모전 대상_정다혜_2021_말총-빗살무늬_말총_29×29×38cm

 

본전시에 담긴 시대정신

 

이번 비엔날레는 그 어느 때보다 공예의 본질에 다가섰다.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하기 위한 도구에서 출발한 본연의 자세를 각성하고, 도구를 어떻게 대하고 사용해야 인류가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지, 본전시를 연출한 임미선 예술감독은 이들의 작품에서 그 해답을 함께 발견하고자 한다.

뜨개질로 해양 생태계를 창조하는 인도네시아의 작가 물야나’, 천연 염색과 손바느질로 독특한 패턴의 의상과 액세서리를 만드는 태국의 작가 솜폰 인타라프라용’. 전혀 다른 작품 세계를 가진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공예작업을 통한 공생의 실천이다.

스케일 있는 작업을 선보이는 두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지역 커뮤니티와의 협업으로 완성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금으로 어려운 지역 아동들의 교육사업을 지원하는 등 사회적 환원에도 관심을 둔다. ‘공생이야말로 공예가 가진 가치이자 최고의 미덕이며 오블리주(도덕적 의무)라 믿는 이들의 작품은 그래서 온기가 있다.

수천수만 번, 온 몸이 저릿해지는 두드림으로 정성스러운 은 기물을 완성하는 작가 김영옥은 이번 비엔날레에서 ‘2인용 반상기를 선보인다. 식사 도구, 본연의 역할에 가장 충실한 작품. 그러나 그 속에는 팬데믹으로 온 지구를 뒤덮고 있는 일회용 포장용기들에 대한 경고와 생명을 유지하는 음식에 대한 경외가 오롯이 담겼다. 그 철학은 김현숙 작가의 마크로파지의 역습에도 관통한다. 동물의 체내에서 면역을 담당하는 중요한 세포지만 과다 섭취된 유전자변형농산물에 의해 인간의 세포를 파괴하는 존재로 변이한 마크로파지. 풍족함을 위한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을 도자로 빚어낸 작가는 묻고 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당신은 과연 어떤 도구로, 무엇을 먹을 것인지.

 

환경에 대한 메시지 작품에 녹여

 

포르투갈 작가 바네사 바하가오의 재료는 섬유공장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천이다. 과다하게 생산하고 유행에 따라 가차 없이 버리는 섬유 산업이 야기하는 환경 문제에 대해 작가는 버려지는 천위에 크로셰, 펠트, 직조, 자수 등 모든 직물 기법을 활용해 자연을 그리고 다시 숨을 불어넣는 방식으로 이의를 제기한다. 금속을 전공한 이혜선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 제주에서 진행된 바다 쓰레기 전시회를 보고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해변정화 활동 일명 비치코밍을 통해 바다에서 수도 없이 버려지는 플라스틱 부표를 수집하고, 그 해양 쓰레기에 다시 빛을 불어넣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버려지는 물건, 혹자는 쓰레기라 부르는 재료를 사용하지만 두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재료를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결코 없다. 공예는 그렇게 공생의 도구가 된다.

이처럼 공생의 도구에 대한 동시대 공예작가들의 해석이 담긴 본전시는 1. 노동 _ 사물의 고고학 2. 생명 _ 일상의 미학 3. 언어 _ 감성의 분할 4. 아카이브 _ 도구의 재배치, 4개의 섹션으로 공예의 지속가능한 미래 가치와 폭넓은 스펙트럼을 조명한다.

조직위원장 한범덕 청주시장은 팬데믹이라는 지난하고도 값비싼 희생을 치르고서야 우리는 비로소 공생이라는 두 글자에 담긴 진정한 가치를 깨달았다인류의 생존과 지구의 내일을 위협받는 위드코로나 시대,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상처 입은 세계인을 치유하는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초대의 말을 전했다.

8일 막을 올린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는 공생의 도구를 주제로 오는 1017일까지 40일간의 여정을 이어간다. 본전시 국제공예공모전 초대국가관 공예마켓 충북공예워크숍 크래프트 캠프를 비롯해 청주의 7개 국공사립미술박물관이 함께하는 미술관 프로젝트로 청주 문화제조창과 도심 일원을 넘어 온라인까지 공예의 향기로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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