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식 제천비행장 반환 서명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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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식 제천비행장 반환 서명운동
  • 윤상훈 기자
  • 승인 2021.09.2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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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등학생 상대로 한 방문 서명에 학부모 일부 반발
반환 서명운동이 진행 중인 제천비행장 전경.
반환 서명운동이 진행 중인 제천비행장 전경.

 

제천시가 범시민 운동으로 추진 중인 제천비행장 반환서명운동이 채 두 달도 되기 전에 6만 명에 육박하는 등 놀라운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서명운동의 방법이 지나치게 전체주의적이고 대상도 남녀노소를 불문한 채 마구잡이로 진행되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제천시와 제천비행장 찾기 범시민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추석 연휴에도 제천시민과 귀성객들의 제천비행장 반환' 요구 동참이 이어졌다. 추진위와 민간단체는 지난 명절 동안 시외버스터미널과 제천역, 시민회관 광장 등 유동인구가 많은 시내 주요 거점에서 시민 서명운동을 벌였다.

그 결과 연휴 첫날인 지난 18일 하루에만 귀성객 500여 명이 서명부에 이름을 올려 누적 집계 55000명을 넘었다. 추진위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진행 중인 온라인 서명운동에도 약 2500명이 동참했다.

제천시도 서명운동 목표 조기 달성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시와 유관기관은 물론 지역 내 단체, 기업, 상점까지 서명부를 구비하게 하는가 하면 관내 초··고등학교에 공문을 보내 어린 학생들까지 서명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처럼 서명운동이 시민사회와 제천시, 의회 등 민·관 합동 체제로 지나치게 고압적으로 전개되자 지역 일각에서는 서명운동이 전체주의적 포퓰리즘으로 변질는 것을 경계하는 눈초리도 엿보인다.

학부모를 비롯한 지역의 젊은층으로 구성된 한 인터넷 카페에는 이른바 서명강요'를 고발하는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비슷한 경험을 토로하며 공감을 표시하는 댓글들도 적지 않다.

제천비행장 근처 초등학교 학부모라고 자신을 소개한 카페 회원 A씨는 “(이틀 동안) 시청 직원이 학교로 찾아와 비행장 관련 설명과 서명을 받았다고 한다제천이 잘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초등학생에게 서명 받는 게 옳은 건지……라고 꼬집었다.

일반 시민을 상대로 한 도넘은 서명 강요를 지적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B씨는 시의 강압적 처사를 질타하며 민원으로 동사무소를 방문했다 겪은 황당했던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동사무소에 갔는데, (동사무소 관계자가) 비행장 폐기 서명을 요구해 거부하자 거듭 서명을 강요했다면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가 추진해야 한다고 하면 시민은 당연히 서명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처럼 제천시와 비행장 반환 추진 단체들이 토론과 여론 수렴 절차를 소홀히한 채 일방적이고도 고압적인 서명 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오히려 공론의 왜곡과 시민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소재 대학 C교수는 서명운동은 제천비행장의 과거와 현재뿐 아니라 미래 구상이나 대안에 대한 공감과 공론의 성과물이어야 함에도 시와 시민단체가 비행장 반환을 결정했으니 시민들은 서명이나 하라는 식의 서명운동으로 변질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그는 시가 학교에 공문을 보내고 학생들에게 일괄적으로 서명을 받는 것은 민주주의적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된다집단지성과 공론화의 상징인 서명운동이 되레 민주질서를 훼손하는 수단이 된 것 같아 씁쓸하다고 개탄했다.

이어 교육지원청, 교사, 학부모 및 학생 단체 등과 심도있는 협의를 통해 학생들에게 충분한 정보와 시간을 주고 자율적인 토론의 장을 먼저 제공했다면 이번 비행장 건은 지역 학생들의 민주적 소양을 고취하는 좋은 소재가 됐을 것이라며 이미 학교 밖 곳곳에 서명장이 마련돼 있음에도 학교를 찾아가 대뜸 서명부를 들이대는 식의 서명운동은 제천의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에게 그릇된 애향심만 심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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