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자료의 보물창고 ‘우리한글박물관’…개관 12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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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자료의 보물창고 ‘우리한글박물관’…개관 12주년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1.10.0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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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에 40년 미친 김상석 관장…12월 ‘한글기계화 선구자, 공병우 박사 특별展’ 계획
우리한글박물관 전경.
한글의 소중함을 열성으로 설명하는 김상석 관장.

[충청리뷰_김천수 기자] 한글창제 578돌, 575번째 한글날을 맞는 요즈음 더욱 분주해 지는 곳이 있다. 충주 중앙탑면 가흥리에 있는 국내 최초의 한글박물관인 ‘우리한글박물관’이다. 이곳 박물관은 김상석(61) 관장이 40년 전부터 한글관련 자료 수집을 시작해 2009년 개관해 올해 12주년이 됐다.

2014년 개관한 국립한글박물관 보다 5년 앞섰다. 한국한글박물관으로 부르다 우리한글박물관으로 변화 발전하면서 한글 관련 자료의 보물창고가 됐다. 특별히 한글 관련 기획 전시회를 매년 개최하며 스스로의 역사를 쌓아 가고 있다.

요즘 김 관장은 5000여 점이 넘는 자료들로 가득한 박물관 내부에서 자료를 정리하고 기록하느라 여념이 없다. 자료수집을 위한 출장도 잦다. 오는 12월 1일부터 개최할 계획인 가칭 ‘한글기계화의 선구자 공병우 박사展’을 준비하기 위함이다. 이 특별전은 공 박사 서거 27주년 기념으로 오는 12월 1일부터 3월 7일까지로 계획돼 있다. 폐막일은 1995년 타계한 공 박사의 서거일에 맞춰졌다. 별도의 장소를 물색해 외부 전시회 개최를 고민 중이다.

매년 전시회, 학계에 영향

부장양문록
구활노비문서

김 관장은 성공적인 전시회를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 박사와 관련된 다양한 종류의 타자기와 그의 한글 관련 저서 등을 모아 정리하고 있다. 1906년 출생한 공병우 박사는 한글기계화 운동의 선구자이자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 최초의 안과의사이며 국어학자다. 공안과 의원을 개원하기도 했다.

1949년 세벌식 속도 한글 타자기를 처음으로 발명하고, 1980년 최초로 세벌식 한글 워드프로세스를 개발한 인물이 공병우다. 한글학회 이사, 한글기계화연구소 소장, 한글문화원 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한글 전용과 한글기계화 및 전산화에 전력을 다했다. 김상석 관장은 “공 박사님은 점자타자기 개발, 한 손으로 찍는 워드프로세스 등 개발에도 큰 공을 세운 인물”이라며 “한글날에 꼭 기려할 역사인물이다”라고 강조했다.

해주도자기 만흔금전보담도

김 관장은 세종대왕을 한글의 시조(始祖)라고 말한다. 이어 중시조는 주시경, 3세대 시조는 외솔 최현배 등으로 평가한다. 우리한글박물관은 지난해 12월 1일∼올해 3월 23일까지 외솔 서거 50주기 특별전으로 ‘한글이 목숨, 최현배展’을 개최했다. 김 관장은 외솔의 주요 저서와 주시경 선생의 자료 중심으로 우리말과 우리글의 소중함을 새긴 특별한 전시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그는 “1970년 3월 23일에 서거한 외솔은 우리말과 글에 큰 업적을 남긴 국어학자이자 나라와 겨레사랑에 평생을 바친 애국자다”라고 평가했다. 전시됐던 주요 전시물은 우리말본(1937), 한글갈(1940), 글자의 혁명(1947), 한글의 투쟁(1954). 주시경 국어문전음학(1908), 유길준 대한문전(1908), 지석영 언문(1909) 등 200여 점이다.

해외 전시회에서 큰 주목

이 밖에 우리한글박물관은 2013년 ‘한글 음식 방문전’, 2014년 ‘한글 고소설젼, 충주에서 만나다’, 2015년 ‘해주도자기, 한글을 노래하다’ 주제로 특별전시회를 이어갔다. 특별히 2015년에는‘런던 국제 고서전’에 참여해 관련 세계인들의 관심을 듬뿍 받기도 했다. 2016년에는 경북 영주에서 개최된 ‘한국 선비 문화 축제‘에 ‘한글, 런던국제고서전을 가다’를 주제로 참여했다. 이전 해에 ‘런던 국제 고서전’에 전시한 유물을 다시 한번 국내에 소개하는 기회로 삼았다.

2017년에는 ‘한글, 아리랑’ 특별전으로 관심을 모았다. 또 2018년은 ‘우리한글박물관 100선展’으로 박물관 보유 대표유물 100가지를 전시했다. 2019년에는 우리박물관 개관 10주년 및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으로 ‘태극기와 애국지사들’ 특별전이 열렸다. 또한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기념해 ‘남과북이 하나로, 우리는 하나’ 주제의 특별전을 개최해 관심을 끌었다.

우리한글박물관이 제작한 문화상품들.

이곳 우리한글박물관은 작지만 강한 박물관. 국내 최초 한글박물관이라는 자부심이 높다. 최초의 한글박물관으로서 많은 한글 관련 희귀 유일본을 보유해 매년 특별한 전시회 개최가 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학계의 다수 전문가들이 이곳 박물관 자료를 활용해 학위 논문을 완성해 통과하거나 저술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한다. 2015년 런던 국제고서전도 우리한글박물관 주관으로 소장 자료가 중심이 돼 사단법인 한국고서협회 주최로 참여했다. 고서는 물론 고문서, 고서, 도자기, 옹기, 민속품, 한글타자기, 수예, 편지, 그림, 간판 등 사료적 가치가 높은 한글 관련 다양한 생활사 자료가 소장돼 있다.

한글복합문화공간 목표

소장 자료는 모두 전국을 돌면서 수집한 것이라 이야깃거리가 많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 유일본인 고소설 ‘부장양문록’은 5책 완질인데 처음 수집할 때는 첫째 권을 제외하고 4권을 수집했다고 한다. 그 후 1년 뒤 나머지 1권을 구하게 된 기뻤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해주도자기 쌀독에는 ‘만흔금전보담도 빈한한 화목만 못하도다. 없는 생이라도 합의만 하면 만금부자를 이길수 있소.’ 라는 교훈적인 글이 들어가 있어 귀중하다는 평가도 했다.

그는 학자들에게 자료를 제공해 학문적 정리에 일조해 결과물이 나올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부장양문록, 효의정충예행록, 박기홍 창본 춘향가, 미발표 유일본 응조가 등을 제공해 석·박사 논문이 통과된 예를 들기도 했다.

그렇다고 우리한글박물관이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다. 한글 문장을 넣어 주문 제작한 도자기 작품도 전시하고 있다. 또한 한글을 새긴 보온물병, 옛 한글간판의 사진으로 만든 마그네틱 기념품을 팔기도 한다. 

우리한글박물관 내부 전경

김 관장은 학창시절부터 우표와 화폐를 취미로 수집하다가 자연스럽게 고서적으로 연결됐다고 한다. 한글고서적들을 취급하다가 “우리는 왜 한글을 전문으로 하는 박물관이 없을까”라는 의문을 가지면서 박물관 설립까지 왔다고 한다. 그는 “한글은 양반의 글이라기 보다는 민초들의 글씨였기에 더욱 매력적”이라며 “전시해설을 듣고 눈시울을 붉히며 성금을 주는 분들도 있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김상석 관장은 “우리한글박물관이 국토의 중심인 충북에서 뿌리를 잘 내리고 지켜나가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충주 고미술거리가 더욱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나타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그는 지역 문화네트워크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무엇보다 ‘우리한글박물관’이 한글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한글문화상품의 전시와 공연, 판매 등 시민들의 쉼터로 자리 잡는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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