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한국인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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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한국인은 없었다
  • 충청리뷰
  • 승인 2021.10.1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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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소외지역 과학특강을 위해 단양 매포초등학교에 갔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옹기종기 모여 기다리고 있을 어린 학생들을 생각하며 두 시간을 달려 학교에 도착했다. 나의 강연은 어려운 전공과 첨단 과학의 이야기가 아니다. 학생들의 호기심 유발하기 위해 재미있는 실험을 보여주며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다른 것과 융합시키는 방법을 일러주는 것이다. 어린 시절의 뚱딴지같은 단순한 호기심과 창의 융합적인 생각을 해본 경험이 성장 후에 큰 업적을 낳을 수 있다는 평범한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월요일부터 발표되고 있는 노벨상을 제정한 노벨 이야기를 빌려 과학자나 위인전의 이야기에 진실과 동떨어진 일방적인 미화나 지나친 과장이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 주기로 했다.

김용은 충북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충북과총 회장
김용은 충북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충북과총 회장

노벨이라고 하면 누구나 할 것 없이 다이너마이트와 노벨상을 떠올린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하여 어마어마한 부자가 된 그가 독신으로 살고 있던 어느 날 프랑스의 한 신문에 죽음의 상인, 노벨 사망이란 기사가 실렸다. 노벨 형의 사망에 대한 오보였다. 우리나라에도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이 죽었다라고 소문이 퍼지면 오히려 오래 살고 좋은 일도 많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죽음의 상인이란 기사를 본 노벨은 충격을 받고 오명을 벗기 위해 어떤 일을 할까 고민했다. 고민 끝에 자기 재산의 대부분을 스웨덴 과학 아카데미에 기부하여 노벨재단을 설립하고 매년 물리학, 화학, 의학, 문학, 평화 등 5개 부문에서 인류를 위해 크게 공헌한 사람에게 상을 수여하라는 유언장을 남겨서 노벨상제도가 만들어졌다.

일설에 의하면 노벨은 자신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가 평화적인 목적으로만 사용되기를 바랐으나, 인명 살상용 군사 무기로 사용되는 것을 보고 크게 낙담하고 가슴 아파하였다. 그래서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서 인류평화에 기여한 사람에게 상을 수여하라고 노벨상을 제정하였다고 전한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노벨을 미화한 이야기이며 완전한 허구이다.

본래 다이너마이트의 제작 목적은 아주 민감한 폭발력을 지닌 니트로글리세린을 더 안전하게 보관하며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니트로글리세린은 아주 민감해서 보관 중 아주 작은 충격만 받아도 폭발하는 경우가 흔했기 때문에 인명 피해가 상당했다. 노벨은 니트로글리세린을 규조토에 흡수시켜 다이너마이트를 만들어 폭발 안정성을 높였다. 그 때문에 인명 살상용 무기로 사용하기에는 부적당하게 되었다.

노벨상은 18961210일 그가 죽고 나서 4년 후에 그의 유언대로 설립한 노벨재단에서 1901년부터 수상자를 선정하여 시상하고 있다. 그때부터 해마다 10월이 되면전 세계의 이목은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하는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집중된다. 어느 나라에서 어떤 학자들이 무슨 업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노벨상을 받게 되는가 지켜본다. 1년에 한 번 시상하는 노벨상은 10월 첫 주 월요일 생리의학상 수상자 발표를 시작으로 화요일 물리학상, 수요일 화학상, 목요일 문학상, 금요일 평화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그리고 3일 후에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경제학상은 노벨상이 아니고 스웨덴 중앙은행이 은행설립 300주년을 기념하여 1968년 노벨 이름을 붙여 제정한 상이다. 그 때문에 다른 상과 구별하여 노벨기념 경제학상이라고도 부른다. 정식 명칭은 '알프레드 노벨 추모 스웨덴 중앙은행 경제학상'이다.

올해 노벨상 상금은 지난해 노벨재단 운영 수익금의 67%를 균등하게 5등분 해서 1000만 크로나(한화 13억 원)를 지급할 예정이다. 이 상금을 분야별 수상자의 기여도에 따라 나누어 지급한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까 하고 11일 경제학상 수상자 발표까지 지켜보았으나 한국인은 없었다. 미국 6, 독일 2, 그리고 이탈리아, 탄자니아, 필리핀, 러시아에서 각 1명의 수상자를 냈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치를 보면 노벨과학상을 받을 때가 됐을 법도 한데 아직 기회가 오지 않고 있다. 기초과학 부문의 연구 경력이 선진국에 밀리는 게 현실이지만, 근래 들어 국제적으로 유명한 학자들도 많이 배출되었고, 정부가 기초과학에 투자를 늘리며 우수 인재들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나서고 있다. 이로 미루어 보면 머지않아 성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어린 학생들이 노벨상 인재로 성장하고, 오창에 건설하는 방사광가속기가 한국의 노벨과학상 수상에 한몫할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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