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참사 손배소 기각에 유족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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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참사 손배소 기각에 유족 망연자실
  • 윤상훈 기자
  • 승인 2021.10.1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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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인과관계 부족” 판단에 “재판이 개판” 반발
제천 화재참사 유족들이 충북도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법원이 기각했다. 사진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
제천 화재참사 유족들이 충북도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법원이 기각했다. 사진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참사와 관련해 충북도의 책임을 요구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법원이 기각하자 유족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청주지법 제천지원 민사부(부장 남준우)는 지난 7일 유족 측이 충북도를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 1심 선고공판에서 원고의 청구를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지역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이처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은 화재 참사 피해와 소방 과실 간 직접적 인과관계 소명이 부족했던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재판부는 화재 현장의 무선통신 장비 고장, 굴절차 조작 미숙, 2층 목욕탕 요구조자 미전파, 지휘관의 구체적 지휘 소홀 등 유족이 주장하는 소방의 과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소방의 과실과 피해자들의 생존 가능성과의 인과관계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소방 구호가) 미흡한 점은 있었지만 실제 구조에 걸린 시간과 생존 가능 시간, 화재 확산 속도 등을 고려할 때 피해자들의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부족해 보인다면서 “1층이 주차장인 필로티 구조 건축물의 특성과 외벽 드라이비트, 방화벽을 설치하지 않은 구조적 특성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소방 당국이 화재 사고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잘못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해자들이 소방 과실로 죽음에 이르렀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2개월 동안 고민했지만 이런 판결을 할 수밖에 없어 죄송하다며 소송 기간 내내 억울함을 호소한 유족들에게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소방 측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내려지자 법원이 피해자들과 유족들을 두 번 죽였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방청석에서 선고를 참관하던 일부 유족들은 재판이 개판이다. 이런 재판이 어디 있냐?”며 목청을 높였고, 다른 유족들은 국가와 지자체에 이어 법원까지 억울한 희생을 외면하는데, 과연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냐?”며 힘없이 법정을 빠져 나갔다.

이 같은 판결에 대해 변호인과 유족들은 지난 연휴 기간 내내 항소 여부를 두고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 관계자는 “1심 선고 후 대체공휴일 연휴 기간 동안 유족과 변호인 간에 많은 토론과 협의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항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하루이틀 더 유족의 의견을 수렴하고 변호인과 숙의한 뒤에 후속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71221일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지상 1층 주차장 천장에서 불이 나 건물 전체로 옮겨붙은 이 사고로 2층 목욕탕에 있던 여성 18명을 비롯해 29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건물 관리를 소홀히 해 대규모 인명피해를 유발한 건물주에게 징역 7년의 중형을 확정했다. 발화 지점에서 얼음 제거작업을 한 시설관리과장도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하지만 소방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유족과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소방합동조사단은 2018111일 최종 브리핑을 열어 현장 지휘관들이 상황 수집과 전달에 소홀했고 소방본부 상황실은 2층에 다수의 요구조자가 있음을 출동대에 적절히 전파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충북도는 이같은 책임을 물어 이일 충북소방본부장을 직위해제하고 소방본부 상황실장, 제천소방서장, 제천소방서 지휘조사팀장 등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지만, 이후 진행된 행정소송으로 이일 소방본부장 등에 내려졌던 징계는 해지됐다.

한편 유족 80여 명이 낸 손배소에서는 건물주가 유족에게 1215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유족 측은 이와는 별개로 소방 지휘 책임은 충북도에 있다며 도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번에 법원이 원고(유족)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고 판결함에 따라 행정 책임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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