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영화배우가 된 청주사람들
상태바
어쩌다 영화배우가 된 청주사람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1.10.21 1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명훈 소설가, 오재만 건축가 독립영화에 출연해
친구부탁으로 출연한 '시인들의 창''죽이러간다'
국내외 유수영화제 출품, 청주 배경 촬영도 눈길

정말로 어쩌다 배우가 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청주에 사는 이명훈 소설가와 개성 있는 건축을 선보이는 오재만 건축가다. 이들이 뜬금없이 영화배우가 된 사연은 이렇다.

이명훈 소설가는 최근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된 독립다큐 <시인들의 창>에서 주연을 맡았다. 그는 일단 대사는 없다고 운을 뗐다. 그저 시인들의 행동을 잠잠히 관찰하는 영화다. 시 안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듯 감독은 카메라 앵글 안에서 무엇이든 그려낼 수 있는 법. 시인들의 일상을 고스란히 화면에 옮겨놓았다.

 

<시인들의 창> 영화포스터
이명훈 소설가는 독립영화 '시인들의 창'에서 시인으로 출연한다.
이명훈 소설가는 독립영화 '시인들의 창'에서 시인으로 출연한다.

 

김전한 감독은 <시인들의 창>의 시나리오를 썼다. 그는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지난 1년여 간 강원도 횡성에 있는 문학레지던시인 예버덩에 온 작가들을 관찰한 다큐멘터리다. 이 작품은 최근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시인의 일상과 자연풍경이 빚어내는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프로그램 노트에서 강소원 씨는 이 영화에 대해 누군가의 말대로, 작가가 주인공인 영화가 만들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거기에 볼 만한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책상에 덩그러니 앉아 그저 손가락을 움직일 뿐인데 그렇게 밤을 새우는 일을 누가 지켜보겠는가. <시인들의 창>은 그런 작업 과정을 인위적인 무엇도 더하지 않은 담백한 시선으로, 그러나 무언가 흥미진진한 볼거리로 전환시킨다고 설명했다.

좋은 시를 쓰기 위해 작업 공간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때로는 벽 사이의 작은 틈 안에 비집고 들어가 시상을 고민하는 모습들에선 이상한 긴장감마저 들게 만든다. 강원도 횡성의 4계절을 찬란한 풍경과 아직 시를 쓰지 못한 시인들의 고뇌가 창문을 통해 비쳐진다.

이명훈 소설가는 “2019년께 횡성에 2개월 있으면서 감독을 처음 알게 됐다. 촬영은 2020년에 이뤄졌으며 그 때 인연으로 출연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찍었고 별도의 연출은 거의 없었다. 영화는 느리고 심플하다. 감독은 레지던시에 온 작가들 가운데 내가 자신이 생각한 영화이미지와 잘 맞는다고 해서 나중에 촬영비중을 늘렸다라고 설명했다.

갑자기 영화배우가 된 것에 대해서는 일단 기분이 좀 묘하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이상한 몰입도가 있다고 평했다. 낯설게 하기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돼 이번에 처음으로 영화제에도 가봤다. 인생에서 전혀 계획해보지 않은,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시인들의 창> 70. 다큐멘터리. 감독 김전한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친구 부탁이라

 

그런가하면 오재만 건축가는 장편 극영화 <죽이러 간다>에서 동네 건달로 출연했다. 영화 출연 계기는 <죽이러 간다> 감독과의 친분 때문이었다고. “박남원 감독이 한양대 동기다. 청주에서 영화의 많은 부분을 촬영했다. 친구가 부탁을 해서 난생처음 연기수업을 두 번 받은 뒤 연기를 하게 됐다. 극 중에선 그냥 동네 양아치로 출연한다.”

 

오재만 건축가(사진 오른쪽)는 영화 '죽이러 간다'에서 동네 건달역을 맡았다.
오재만 건축가(사진 오른쪽)는 영화 '죽이러 간다'에서 동네 건달역을 맡았다.

 

<죽이러 간다>는 블랙코메디다. 돌싱이 된 동창생 4명의 인물에 대해 다루는 데 오정연 전 KBS아나운서가 주연 윤고수역을 맡았다. 반전을 거듭하는 영화다. 청주에서 촬영된 화면도 눈길을 끈다. 주인공들이 사는 낡은 아파트는 청주 중앙동 주상복합아파트인 중앙아파트이고, 동네 파출소 장면은 가덕 파출소에서 찍었다. 극중 윤고수가 체력 단련을 위해 암벽등반을 하는 곳은 옥화대 청석골이다. 사직동 전집, 보살사에서 찍은 장면도 나온다.

 

영화 '죽이러 간다' 포스터
영화 '죽이러 간다' 포스터

 

오재만 건축가는 내가 나오는 장면은 5시간 정도 촬영했다. 액션신도 많이 찍었는데 편집이 많이 돼 한 5분 정도 나오는 것 같다. 친구부탁이라 거절할 수 없어서 응했는데 막상 해보니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청주사람들은 영화를 보면 촬영장소가 어디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는 부천국제영화제에 출품된 바 있으며 미국 시네퀘스트, 오스틴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 개봉일정도 잡혔다. 우선 CGV 압구정, 명동역, 광주터미널, 대구아카데미, 대전, 서면, 인천 아트하우스 상영관에서 상영될 계획이다. 청주는 아직 미정이다.

오재만 건축가는 청주에서 많은 부분 촬영된 작품이라 청주에서도 촬영관이 잡히면 좋겠다고 말했다.

<죽이러 간다> (영문제목 : Go to kill) 95. 블랙코메디. 감독 박남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