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정북동토성(사적 415호)에서 새로운 공연 장르가 탄생할까. 토성의 성곽을 무대로 삼고, 노을빛의 역광을 조명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실루엣 뮤지컬’이 오는 10월 30일과 31일 오후 5시에 펼쳐진다. 이번 공연은 별도의 인공 구조물이 없는 게 특징. 또 사적으로 지정된 문화재 공간에서 실루엣만으로 공연이 펼쳐진다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이번 공연은 유튜브 종합편성 채널을 지향하는 ㈜와우팟(대표 김재원)과 공연기획사 코액트(대표 이길영)가 공동 기획했다.

실루엣 뮤지컬의 작품명은 ‘노을빛 아리랑’이다. 극의 시공간적 배경은 원삼국시대에 축조됐을 것으로 추정하는 정북동토성에 도읍을 둔 가상의 나라 ‘아리랑’이다.

또 ‘아라리록(-rock)’이라는 장르의 개척자인 ‘고구려밴드’ 이길영 대표(노을빛 아리랑 감독)가 이야기의 얼개를 짜고, 노래를 만들었다. 20년 관록의 고구려밴드와 정찬희 소프라노는 이번 공연에서 △서곡 △몽중연가(변주곡) △혼례 △출정 △몽중연가 △수심가 등을 부른다.

이외에 놀이마당 울림(대표 구본행)’과 2005년 전남 영암에서 창단해 전통무예와 연희의 융합을 선보여온 ‘기예무단(대표 유래형)’, 충북민예총 춤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안선영 무용가 등이 출연해 춤과 연기를 선보인다.

이길영 감독은 “정북동토성의 노을을 보면서 이 장소에 오랜 세월 깃들었을 민초들의 애환을 전율처럼 느꼈다”면서 “가상의 시대, 가상의 인물과 함께 정북성, 무심천 등 실제 지명이 혼재하는 공연을 통해 역사인 듯, 전설인 듯 흘러온 2000년의 세월을 다뤄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노을랑’과 ‘아리녀’의 사랑과 결혼 △외적의 침입에 맞선 출정과 전쟁 △아기의 탄생과 마을잔치 △전쟁터에서 전해진 비보와 민초들의 아리랑 행진이라는 기본 구조를 바탕으로 삼국시대, 고려 또는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등 시대 설정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를 덧입힐 수 있다.

‘노을빛 아리랑’을 기획한 이재표 와우팟 제작국장은 “지구의 자전주기는 24시간이고 그래서 태양의 절정은 한낮이 아니라 노을”이라면서 “노을이 지는 30분 동안, 오직 자연의 빛과 토성을 무대로 공연을 펼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인간이 결정할 수 없는 공연시간과 무대, 노을 조명이라는 절대적인 ‘제한성’이 이 공연의 매력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당일 현장을 찾는 불특정 다수의 크리에이터들이 찍은 영상이 랜선을 타고 어디까지 전파될지도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다. 이 모든 게 모호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공연당일 촬영구역에서 촬영을 원하는 개인이나 촬영팀은 10월 27일까지 와우팟(043-236-2570)으로 신청하면 된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려해 모두 10개 팀에게 촬영구역을 배정할 계획이다.

한편, ‘노을빛 아리랑’은 문화도시 조성사업 ‘자율예산제 ISSUE있슈 시민제안형’ 공모에 선정돼, 예산 일부를 지원받아 제작됐다. 제작진들은 ‘토성 무대 노을 조명 실루엣 뮤지컬’을 정북동토성의 독자적 공연 장르로 만들기 위해 향후 상설조직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