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비, 끈질긴 노력으로 인생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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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비, 끈질긴 노력으로 인생을 바꾸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1.10.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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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에 사는 캄보디아 당구여왕 스롱 피아비
현재 여자 3쿠션 국내 1위, 세계 3위 선수

 

'2019 구리 세계3쿠션당구월드컵'에서 우승한 스롱 피아비.  사진/ 피아비 

 

당구좀 치는 사람들은 안다. 캄보디아인 스롱 피아비(31)가 얼마나 실력있는 선수인가를. 블루원리조트팀 소속인 그는 프로선수가 된 뒤 2017년 이후 수많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최근에는 제15회 대한체육회장배 전국당구대회 3쿠션 여자부 우승(2019), 스페인 세계여자3쿠션선수권대회 3위(2019), 블루원리조트 LPBA 챔피언십 우승(2021)을 기록했다. 그래서 그에게 현재 여자 3쿠션 국내 1위, 세계 3위 선수라는 수식이 붙었다. 이 기록은 앞으로 깨질 것이다. 기록은 깨지기 위해 있는 것이므로. 덕분에 지난해 1월에는 MBN 여성스포츠대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런 피아비가 충북 청주시에 산다. 지난 2010년 한국남자 김만식(59) 씨와 결혼하면서 한국으로 왔다. 학창시절에는 의사를 꿈꿨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포기하고 부모와 함께 농사를 지었다. 다른 결혼이주여성처럼 피아비도 남편만 바라보고 한국에 정착했다. 남편은 충청대 근처에서 인쇄소를 운영했다. 여느 새댁처럼 살면서 가족 생각에 눈물을 훔쳤다. 그러나 결혼 이듬해인 2011년 남편과 함께 갔던 당구장에서 당구를 배우면서 인생이 달라졌다. 이젠 예전의 피아비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지금 그는 당구선수로 이름을 널리 알렸고 기업체에서 후원을 받는다. 남편은 인쇄소를 접고 청주에 당구장을 차렸다. 올해는 후원을 받아 ‘스롱 피아비배 아마추어 3쿠션대회’도 열었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알아보는 ‘즐거운 경험’도 만끽하는 중이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번 돈으로 캄보디아에 틈틈이 기부도 한다. 그 곳에서는 당구여왕 피아비를 스포츠 스타로 대접한다. 부모에게는 자랑스런 딸이 됐다.
 

“하루 10시간 이상 연습”

지난 20일 피아비를 그의 당구장에서 만났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우리말을 잘했다. 피아비는 “한국에 와서 고국생각만 하고 있으니 남편이 어느 날 당구를 가르쳐줬다. 쳐보니 재미있었다. 캄보디아에는 아예 당구가 없다. 그랬더니 남편이 ‘열심히 연습해서 당구선수 해봐라. 한국에서는 본인만 잘하면 선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 때부터 집안일도 거의 안하고 당구연습만 했다. 밥 먹고 나면 당구만 쳤다. 하루에 10~12시간 연습했다”고 말했다. 집안 일은 그 때나 지금이나 남편이 거의 다 한다. 아이는 없다.

그는 지금 당구선수로 행복하게 살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이렇게 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고통없이 꽃을 피우는 법은 없다. “당구 배우는데 돈이 많이 들었다. 이것을 남편이 모두 부담했다. 나는 친구를 사귈새도 없이 당구만 생각해야 했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 아니다. 경기에 나가 패하면 무척 힘들었다. 남편과도 여러 번 다퉜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지금의 피아비 선수를 만든 것은 꾸준한 연습이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몇 배의 연습과 노력을 해왔다고 말한다. 한국인 코치의 말을 알아듣기 어려워 고생하던 그가 뛰어난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이 것이라고. 조오복 코치는 한 방송에서 “후천적인 노력으로 선수가 됐다. 기존 여자선수들 연습량의 3배 정도 더 하는 것 같았다”고 말한 바 있다.

처음 피아비가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 상을 휩쓸자 외국인인데다 스토리가 많아 금세 유명해졌다. 결혼이민자라는 사실이 화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지금은 물론 실력으로 승부할 만한 선수로 성장했다. 그는 2016년 프로선수로 데뷔한 이후 여자 3쿠션부문 국내1위에 올랐다. 캄보디아에서는 피아비를 위해 당구연맹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국제대회에 나갈 수 있게 됐다. 그는 대한당구연맹 소속이었으나 올해 PBA 프로당구협회로 이적했다.

피아비는 올해 5월 LPBA 데뷔전을 치렀으나 16강 진출에 실패해 본선에 참가하지 못했다. 그러나 곧바로 PBA팀 리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블루원리조트에 지명되었으며 맹연습 끝에 6월 블루원리조트 LPBA 챔피언십 시즌 개막식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다.

 

캄보디아 어린이들과 함께 한 피아비. 사진/ 피아비
캄보디아 어린이들과 함께 한 피아비. 사진/ 피아비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희망 전해

그의 국적은 캄보디아다. 한국남자와 결혼했으나 귀화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고국 캄보디아에 금메달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피아비는 “내가 캄보디아 국민을 도울 수 있어 기쁘다. 어렵고 힘들 때마다 모국의 아이들과 찍은 사진을 보고 힘낸다. 이 아이들을 보며 포기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아이들의 사진을 보여줬다.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무척 많았다.

그는 캄보디아의 현재 경제형편이 한국의 1970년대 정도라며 돈이 없어 고생하는 아이들의 희망이 되겠다고 했다. 피아비 자신은 가정형편 때문에 공부를 못했지만 아이들에게는 공부할 기회를 주고 싶다는 것. 그래서 캄보디아에 스포츠전문학교를 건립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상금을 저축한다. 그가 남편 김 씨에게 특히 고마워하는 것도 이 점이다. 남편이 고국에 기부하고 뭔가 도움이 되고 싶어하는 뜻을 지지해주기 때문이다. ‘부창부수’라고나 할까?

피아비는 당구선수가 된 덕분에 그동안 고국 캄보디아를 10번 정도 방문했다. 그 중 지난 2019년 3월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한-캄보디아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했던 때를 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캄보디아 훈센총리가 참석했던 자리였다. 동아제약은 이 포럼에서 피아비 후원 협약식을 열었다. 피아비는 지금 여성가족부의 다문화위원, 캄보디아 수원마을 홍보대사로 활동중이다. 오로지 노력으로 자신의 인생을 바꾼 피아비가 한국과 캄보디아에 희망의 전령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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