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어떤 정치인으로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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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택, 어떤 정치인으로 남을까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1.11.03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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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음성→청주상당→청주흥덕→다시 청주상당으로
“4선 도당위원장이 자신의 이익만 좇는다” 비판여론 비등
정우택 전 국회의원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당선(자민련, 진천·음성)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당선(자민련, 진천·괴산·음성)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낙선(자민련, 증평·진천·괴산·음성)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당선(새누리당, 청주상당)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당선(새누리당, 청주상당)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낙선(미래통합당, 청주흥덕) 2022년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 예정(국민의힘, 청주상당)

4선 정우택 전 의원의 국회의원 선거 이력이다. 그는 정당과 지역구를 여러 번 바꿨다. 역대 충북의 정치인 중 가장 자주 왔다갔다 한 것으로 꼽힌다. 정당은 자민련에서 현재의 국민의힘으로 한 번 변경했다. 당적을 한 번 정도 바꾸는 정치인은 많으니 그렇다치고 지역구는 진천·음성→청주상당→청주흥덕→다시 청주상당으로 세 번이나 변경하게 되자 뒷말들이 무성하다.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에 청주흥덕당협위원장인 그는 예상대로 지난 10월 말 마감한 청주상당조직위원장 공모에 신청서를 냈다. 흥덕을 버리고 상당으로 간다는 것이다. 내년 대선과 함께 치르는 청주상당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중앙당은 청주흥덕조직위원장을 다시 공모해야 한다.
 

4선 의원의 공천 탈락
 

정 전 의원이 처음 진천·음성에서 정치를 시작한 것은 부친의 고향이 진천이라는 인연 때문으로 알려졌다. 부친 고 정운갑은 진천에서 민의원으로 활동한바 있다. 정우택 전 의원의 출생지는 부산이다. 그는 2006~2010년 민선4기 충북도지사를 지낸 뒤 민선5기 도지사 선거에 또 도전했으나 이시종 지사에게 패했다.

이후 2012년 총선에서 청주상당에 정착했지만 8년 후인 2020년 총선 때 공천을 받지 못했다. 공천은 정치신인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에게 돌아갔다. 그러자 정 전 의원은 “친문세력의 텃밭인 청주흥덕구에서 바람을 일으키라는 당의 권유가 있었다. 험지인 흥덕구로 간다”며 무심천을 건넜다.

하지만 당시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정 전 의원이 스스로 쉽지 않을 곳으로 들어가겠다고 했다”며 정 전 의원을 흥덕구에 단수 공천했다. 이로써 당의 권유가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이 때 흥덕구 총선 출마를 준비했던 김양희 전 충북도의원은 정 전 의원을 강도높게 비난하며 무소속 출마의사를 밝혔다.

그는 “정 전 의원이 험지라며 흥덕구를 선택한 것이지 당에서 권유한 게 아니다. 끝나가는 정치생명을 연장해보려는 구태수법”이라고 적나라하게 비난했다. 그런 김 전 의원도 본선거가 시작되자 무소속 출마를 접고 정 전 의원을 돕겠다고 나섰다. 이래저래 무소속 출마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떠들썩하게 흥덕구로 간 정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후보에게 졌다. 그것도 큰 표차로 낙선한다. 당시 도 의원은 상당구에서 날아온 정 전 의원과의 차별화 전략으로 ‘흥덕이 이깁니다’라는 선거 구호를 내걸었다.

이대로 정 전 의원의 시대는 끝나는가 싶었으나 무슨 조화인지 청주 상당구 정치인들이 차례로 탈이 난다. 총선 몇 개월 후 민주당 정정순 전 의원과 국민의힘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은 검찰을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은 라임 로비 의혹으로 지난해 12월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는 중이고, 정정순 전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 9월 1일 당선무효가 확정됐다.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 당선 이후
 

정 전 의원이 다시 날개를 단 계기가 된 것은 지난 7월의 충북도당위원장 당선이었다. 윤갑근 전 위원장이 구속 기소되자 중앙당은 충북도당을 사고 도당으로 지정하고 공모에 나섰다. 정 전 의원을 포함해 3명이 신청했다. 이 때 A모 청주시의원은 국민의힘 소속 충북도의원 5명, 청주시의원 12명 전원으로부터 정 전 의원 지지서명을 받아 제출하는 등 도당위원장 만들기에 나섰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지방의원들을 줄 세우는 식의 구태정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근 정 전 의원은 “(시민들 얘기가) 잘못된 공천이기 때문에 제 지역구로 돌아가는 게 옳은 길이다. 이것이 상당구민에 대한 도리”라며 상당구 行을 합리화했다. 잘못된 공천은 지난해 총선 공천을 말하는 것이다. 상당에서 흥덕구로 갈 때는 당의 권유라고 하더니 이제는 어긋난 것을 바로잡기 위해 상당으로 간다는 얘기다. 그러자 호사가들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감탄고토(甘呑苦吐)’가 딱 어울린다”고 수군거린다.

앞으로 중앙당의 상당조직위원장 선임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정 전 의원은 쓴소리를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위원장이 되더라도 꼬리표가 달릴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소속 지방의원이나 정치지망생들이 모른체하는 이유는 정 전 의원이 도당위원장이기 때문이다. 내년 충북 지방선거 공천시 영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자 눈치를 보는 것이다.

지역의 한 정치인은 “정 전 의원의 상당구 行은 명분이 없다. 갈짓자 행보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정치인은 “정 전 의원은 4선에 도당위원장이다. 충북의 국민의힘을 이끌어가는 사람인데 이렇게 자신의 이익만 좇아서야 되겠는가. 충북도민들과 후배 정치인들이 보고 있다. 어떤 정치인으로 남을 것인가 생각하고 행동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문제는 있다. 현재 경쟁력있는 정치인이 없어 몇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다. 선거 때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이 나온다. 정 전 의원이 상당구 공천을 받지 못해 흥덕구로 갔다가 상당구 복귀를 꿈꿀 정도로 상당구에는 뚜렷한 후보가 없다. 세대교체나 선수교체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이게 안되는 것은 인물난이라는 게 중론이다. 선거 때마다 절감하는 인물난 해소를 위해 정당은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도당위원장이 할 일이 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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