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아동도 우리와 함께 사는 주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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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아동도 우리와 함께 사는 주민이다
  • 충청리뷰
  • 승인 2021.11.1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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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우리나라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하였습니다. 아동권리협약에는 아동이 본인 또는 부모의 신분과 관계없이 어떠한 종류의 차별 없이 아동이라면 반드시 누려야 할 권리가 있음을 규정하며, 협약 당사국은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과 결정에 있어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이 협약대로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각종 제도를 보완하고 제공해야 합니다.

김혜란 충북참여연대 생활자치국장
김혜란 충북참여연대 생활자치국장

그러나 국가가 돌보지 않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부모는 외국인이지만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아기 때 한국으로 와서 살지만 한국 국적은 없는 이주아동입니다. 아동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차별 없이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함에도, 이주 아동에 대한 우리 정부 차원의 지원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보육과 관련한 보육료 지원이나 양육수당, 아동수당은 말할 것도 없고 어린이집 등원을 희망해도 이주아동이란 이유로 받아주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유치원의 유아학비 지원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모두 외국 국적의 아동을 제외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어 외국 국적의 영유아들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영유아보호법에 따르면 영유아에 대한 보육은 무상으로 제공되며 지원의 대상과 기준에 따라 양육수당이 지급될 수 있지만 보건복지부가 정한 지원대상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자로서 주민등록법에 의해 주민번호를 정상적으로 부여받은 만 0~5세 아동으로 제한하고 있어 한국 국적이 아닌 아동은 보육료 지원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어린이집을 다니지 못하고, 보육료 지원을 받지 못해 아쉽다는 것이 아닙니다.

영유아를 키우는 주된 양육자가 한국어가 서툰 이주민일 경우, 이주아동의 어린이집 취학은 가정에서 습득하기 어려운 한국어를 배우고, 어려서부터 한국의 사회와 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단순히 보육을 위해 어린이집을 보내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더불어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는 이주아동에게 보육의 기회를 우선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이나 보호자의 성, 연령, 종교, 사회적 신분, 재산, 장애, 인종 및 출생 지역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아니하고 보육되어야 한다라는 영유아보육법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보건복지부에 이주 노동자 미취학 자녀에게도 양육수당과 보육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권고를 하였으나 보건복지부는 사회보장제도 대상이 국민이고 다른 개별 사업도 외국인을 수급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인권위 권고를 거부했습니다. 여기에 국가재정 부담도 거부 사유로 꼽았습니다. 아울러 UN 협약 관련 권고도 추가 입법 필요성이 낮다며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보육사업 안내 확대는 받아들이겠다고 했습니다. 제도를 개선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이주아동의 주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하는 일에 나서고 있다는 것입니다. 경기도가 2015년 관련 정책을 마련한 것을 시작으로 서울시나 세종시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외국인 아동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에서도 늦은 감이 있지만 최근 이주아동을 지원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우리 지역에 맞는 조례안 제정 등을 통해 이주아동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 자체 재원으로만 외국인 아동 보육료를 지원할 경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일부 지원, 차등 지원, 최악의 경우에는 지원 중단 등 이주아동을 지원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을 해야 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한국에 입국하여 한국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첫 단추가 잘 채워져야 합니다. 이주아동은 잠시 머물다 돌아가는 방문객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정주하며 함께 살아갈 주민이기 때문입니다. 국적과 신분이 다르다는 이유로 아동을 외면하는 차별의 사회가 아닌 모든 아동이 평등하게 보육을 받으면서 자랄 수 있는 인권의 사회를 만드는 것, 그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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