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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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1.11.1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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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정 충북사회적경제협의회 상임대표
송유정 휴먼케어 이사장
송유정 휴먼케어 이사장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로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자활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을 모두 하고 있다. 일 자체는 마을을 대상으로 마을기업과 같다. 덕분에 사회적 경제 조직들의 특성을 두루두루 배우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 모두를 아우르는 사회적 경제 모델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송유정 충북사회적경제협의회 상임대표는 말했다.

그는 사회적협동조합 휴먼케어를 운영한다. 휴먼케어는 생애주기별 종합 돌봄서비스를 운영하는 전문기관이다. 청주 청원구에 근거지를 두고 사업을 진행한다. 업계에서는 꽤 이름이 나 노년의 대상자가 휴먼케어에서 관리를 받기 위해서 대기하는 일도 많다.

충남 당진이 고향인 송 대표는 사회복지에 뜻을 품고 1996년 대학에 진학하며 청주에 정착했다. 졸업 후 7년간 사회복지 현장에서 관련 업무를 경험한 뒤 2007년 창업에 도전했다.

현장에서 고생하는 자활근로자들과 힘을 합쳐 모두가 주인인 회사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였다. 그의 뜻에 동참해 창업 초기에 33명이 우리사주로 출자했다. 그리고 현재 290명까지 늘어났다. 현장에 근로자는 물론 일반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이 참여하고 있다.

휴먼케어는 이들과 함께 시장 상황에 맞춰 꾸준히 성장했다. 2007년 자활기업으로 시작해 2008년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2019년에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변신했다.

변화의 원동력은 늘어나는 출자였다. 송 대표는 구성원들은 매월 월급의 수십만 원을 출자금으로 낸다. 이 돈을 밑천으로 이런저런 도전을 하고 있다. 참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출자금은 매월 600만원 정도 쌓인다. 이를 토대로 지금은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에 전문시설을 건설 중이다.

휴먼케어가 생길 당시에는 지역에 복지에 대한 인프라나 인식이 별로 없었었지만 창업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은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변했다.

 

휴먼케어의 출자자이자 근로자인 구성원들
휴먼케어의 출자자이자 근로자인 구성원들

 

존엄의 케어도전

 

최근 휴먼케어는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인근에 있는 의료법인과 협업하기 위해서다. 송 대표는 재가 간병을 원칙으로 하면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지금은 의료 따로 복지 따로의 서비스가 많지만 이 둘이 융합되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라고 설명했다.

그간 돌봄서비스 시장은 인스티튜셔널 케어에서 커뮤니티 케어서비스로 발전해왔다. ‘인스티튜셔널 케어는 사회복지시설에 입주해서 받는 서비스다. 반면 커뮤니티 케어는 자택에서 받는 재가 서비스다.

휴먼케어는 창업 초기부터 커뮤니티 케어의 일환인 재가 노인을 위한 재가 서비스를 잘하기로 소문났다. 근로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일한 결과다. 지금은 재가 중심의 서비스를 강화했다. 청원구 일대의 마을·기관들과 협업했고 공간마련을 위해 내수읍에는 종합복지시설도 짓고 있다.

이를 토대로 앞으로는 자칭 존엄의 케어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송 대표는 현장에서 딱히 용어가 없는 말이어서 존엄을 붙였다며 멋쩍게 말을 꺼냈다.

일부 요양시설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기저귀를 착용하게 하는 일도 있다. 하지만 이 행위가 그분들의 존엄성에 큰 상처가 된다. 휴먼케어는 원칙적으로 기저귀를 채우지 않는다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이런 도전은 노인돌봄서비스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그동안 사회적 경제조직들의 중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사회적 경제조직들보다 사회적기업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 2012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통과하고 사람들의 관심이 크게 쏠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공영역에서 제공하기 힘든 서비스를 사회적기업들이 수행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편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협동조합, 자활기업, 마을기업은 같은 일을 수행하면서도 소외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송 대표는 같은 영역에서 일하지만 법인격이 다르다는 이유로 일을 중복 처리하는 행정업무도 많다. 휴먼케어도 그렇지만 대부분 단체들이 사회적기업이자 협동조합이기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이런 소모적 행정에 대한 비판이 많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올해 사회적 경제 생태계가 조성되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겠다며 충북사회적경제협의회 상임대표직을 맡았다. 그동안 다소 유명무실했던 충북사회적경제협의회를 활성화해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에 건설 중인 휴먼케어 종합복지시설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에 건설 중인 휴먼케어 종합복지시설

 

대전환의 기회다

 

먼저 송 대표는 사회적 경제의 토대를 구축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청주지역은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먼저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태동했다. 하지만 지금은 유명무실한 상태다다행히 저변에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인식은 깔려 있다. 이제는 이를 잘 엮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이 대전환의 시기라고 설명했다. 올해 내 통과할 것으로 보였던 사회적경제기본법제정이 미뤄졌지만, 시대적 요구이니만큼 내년에는 통과해 후년부터는 현장에서 큰 변화가 찾아온다고 전망했다.

이와 더불어 정부 주도로 진행됐던 과거에서 벗어나 민간의 목소리가 더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태동하고 10년이 지난 지금 관련 시장은 형성됐고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탁상에서 머리를 짜내는 것보다 현장에서 경험한 사람들의 의견이 더 반영돼야 한발 나아갈 수 있다.

송 대표는 논의를 위해 충북사회적경제위원회가 구성됐지만 관 주도로 이뤄져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 앞으로는 자리싸움 말고 실질적인 변화를 논의할 때라며 사회적 경제 생태계가 우리 지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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