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아파트 관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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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은 ‘아파트 관리비’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1.11.1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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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동 우성아파트 관리비 가수금 논란, 주민갈등 심화
청주시 상당구의 아파트 단지
청주시 상당구의 아파트 단지

 

가수금 원장을 볼 수 있을까요?”라고 만약 내가 사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묻는다면 반응이 어떨까? 이에 대해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대성우성아파트 관계자는 투명한 회계처리를 하지 않는 곳이라면 입장이 상당히 난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수금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금액이 관리비로 수납됐을 때 임시로 사용하는 계정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집주인 김 씨가 급한 사정으로 친구인 이 씨에게 관리비를 대신 이체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사전에 내용을 전달받지 못한 관리사무소에서는 이 씨가 낸 돈이 관리비인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이때 관리사무소는 돈을 관리비가 아닌 가수금으로 처리한다. 이후 가수금이 김 씨네 관리비로 증명되면 재처리된다.

현장에서는 이런 사례가 꽤 많다고 한다. 상당수 아파트는 가수금 계정을 만들어 관리한다. 그리고 연말이면 회계관리 규칙상 가수금을 기타수입 등의 항목으로 처리한다.

보통 기타수입으로 잡으면 주민들에게 걷은 돈이기 때문에 주민을 위해 사용하는 게 원칙이다. 그렇지만 잘 지켜지고 있는 지에 대한 관리는 어렵다. 또한 각종 요금으로 인해 막대한 가수금이 쌓인다면 문제가 커진다. 특히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가수금의 액수가 높고 문제의 소지도 크다.

실제로 2014년에는 난방비로 쌓인 가수금 문제로 전국이 들썩였다. 난방사용량의 측정 기준이 되는 계량기가 집 안에 있었고 입주민이 기록한 수치를 근거로 요금이 산정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당시 별의별 의혹들이 제기됐다.

 

논란에 휩싸인 대성우성A

 

국토부는 2017년부터 공동주택 관리비리 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신고센터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지자체 담당직원을 현장에 파견하도록 요청한다. 이후 아파트 관리 감사는 매년 늘고 있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외부회계감사를 받은 아파트는 전국 11105개 단지다. 충북은 401개 단지로 2017369, 2018384, 2019390개로 늘고 있다.

하지만 의혹이 있어도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못하는 곳도 있다. 대성동 우성아파트에 사는 주민 H씨는 지난해 아파트 감사를 추진하다가 실패했다. 문제제기를 했지만 조사 기준이 되는 전체 주민 10분의 1의 동의를 모으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입주자대표회의의 승인을 거치는 것도 어려웠다고 주장한다. 그런 가운데 대성동 우성아파트는 공사입찰, 관리비 등의 문제로 인해 갈등이 발생했다.(‘대성우성아파트 내홍 심각’, 2021.11.10.자 충청리뷰)

주민 H씨는 공사 문제뿐 아니라 난방비·수도료·전기료 가수금 문제도 논란이 됐다먼저 난방비 해결을 위해 계량기 교체공사를 진행했지만 여전히 의혹이 많다고 주장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전수조사결과 과잉가구 19건이 조사됐다. 그중 누군가는 수개월간 수도·난방비 약 800만원을 덜 냈다. 문제가 되는 사람들 가운데 입주자대표회의 임원도 있었다. 사실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분개했다.

관리사무소는 올해 4월 그 해결책으로 온수·난방 단가의 변경’, ‘난방비 과다책정 세대의 계량기 고장처리’, ‘세대 내 계량기 전수조사등을 제시했다. 문제가 된 계량기 5개를 바로 교체하고 10월 말까지 총 60여개의 계량기를 바꿨다. 논란이 된 가구에 대해서는 미납된 요금을 분할해서 납부하게 조치했다.

하지만 처리 이후에도 뒷말이 많다. 한 관계자는 당시 주민이 낸 가격과 지금의 가격이 다르다. 지역난방공사를 통해 온수를 공급받아 운영하는 단지는 난방공사와 톤당 계약을 체결한다. 만약 단지에서 100톤의 온수를 사용했다면 당시 단가를 기준으로 값을 매겨야 한다. 겨울에는 약 2300원대고 여름엔 800원대다. 하지만 이에 대한 보완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대성동 우성아파트 개별 가정 내 위치한 난방 계량기
대성동 우성아파트 개별 가정 내 위치한 난방 계량기

 

직권조사도 필요주장

 

여기에 전기세에서 발생하는 가수금도 문제라는 폭로가 나왔다. 보통 한국전력에서는 아파트들과 전기요금을 종합계약방식 또는 단일계약방식으로 진행한다. 종합계약방식은 주택용 저압요금 단가를 적용하고 공동설비 사용량은 일반용 고압요금 단가를 적용해 요금을 계산한다.

단일계약방식은 세대별 사용량 및 공동설비 사용량을 포함한 전체 사용량을 세대수로 나눠 평균사용량을 산출한다.

한 관계자는 대성동 우성아파트는 단일요금계약을 해놓고 종합요금제로 입주민들에게 전기료를 걷는다. 이는 적게 쓰는 사람에게는 이득이지만, 많이 쓰는 사람에게는 손해다. 이로 인한 가수금도 꽤 쌓인다고 주장했다.

이는 오래된 아파트 뿐 아니라 일반 아파트에서도 많이 발생하는 문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주의가 필요하다. 변호사 P씨는 관리규약에 별도로 명시하고 있지 않은 곳이 많다. 비슷한 사례로 현재 대법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어떤 판결이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직권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곳은 시에서 정기적으로 조사를 한다. 민원이나 신청을 근거로 판단한다내년 조사 대상을 수시로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6년 관련법이 생긴 이후 지난해 청주에서는 244개의 단지들이 조사를 받았다. 상당구 63, 서원구 53, 청원구 48, 흥덕구 80개 단지다. 이 중 회계문제로 인해 시정조치를 받은 곳도 여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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