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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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권하는 사회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1.11.2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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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빚 권하는 사회, 빚 못 갚을 권리라는 책이 출간됐다. 당시 정부는 빚내서 집 사고, 빚내서 소비하라는 부채 주도 성장정책을 내놓았다. 이후 채무자의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대출을 일삼았다는 지적이 일었다.

책은 금융권이 이득을 취하고 서민들은 막다른 길로 내몰리는 우리나라의 약탈적 금융시스템을 비판했다. 당시 비슷한 내용을 담은 책들이 서가를 장식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개선 정책들도 나오고 몇 번 선거를 치르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들도 제시됐다. 그리고 약 5년이 지났다.

당시처럼 정부가 나서서 빚 내서 뭐 하라는 얘기들은 없다. 하지만 주식이나 코인을 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커졌다. 집 값도 정상적이지 않다. 가파른 집 값 상승세에 우물쭈물하다가는 늦는다며 너도나도 자발적 빚투에 합류했다.

손쉬운 대출 제도도 빚투를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스마트폰으로 클릭을 몇 번만 하면 대출이 쉽게 된다. 소득이 없어도 카드를 만들 수 있고, 카드 현금 대출은 누구나 가능하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3년 사이 카드 현금대출이 7배나 폭등했다.

정부는 지난달 뒤늦게 대출에 대한 규제를 내놓았다. 그렇지만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그런 가운데 당장 급한 불을 또 대출로 끄자는 정책이 나왔다.

정부는 23일 손실보상 대책에서 제외된 소상공인들에게 1%의 초저금리 대출을 실행하기로 했다. 10만개 업종에 대해 최대 2000만원 내에서 융자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빚내서 버티라는 거라며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배경에는 그간 정부가 실물경제 활성화를 위해 소비 시장에 막대한 자금을 풀었지만, 허투루 쓰인 과오도 있다. 지난해 처음 지원한 재난지원금으로 명품사는 일이 터진 게 대표적인 사례다.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고 대형마트, 온라인 사용은 막았지만 엉뚱하게 명품매장의 사용은 가능했다. 이후 논란이 개선되고 잠잠하나 싶더니 최근에는 재난지원금 신용카드 캐시백이 문제다.

이번엔 전례를 반성하듯 면세점, 명품전문매장 등에서 사용하는 것은 제외했다. 하지만 허점이 있었다. 대형마트는 안되고 이케아는 됐다. 명품도 우회하면 구매할 수 있다며 온라인에는 관련 정보가 수두룩하다.

그러면서 정책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 이젠 상황을 타개할 희망은 코로나19가 잠잠해져 소비가 살아나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전 수준을 회복할지 의문이다. 그동안 상인뿐 아니라 대다수는 생존을 위해 빚이 늘었다. 이를 부양하기 위해 정부는 빚으로 가불했고 그사이 부익부 빈익빈만 커졌다. 이번처럼 외국 기업들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누군가는 우리가 지금 빚투의 꼭지점에 왔다고 표현한다. 이제라도 연착륙할 안전장치들이 필요하다는 경고음들이 나온다. 하지만 현상을 타개할 방법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빚을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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