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 언론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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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과 언론개혁
  • 한덕현
  • 승인 2021.11.2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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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통령선거의 최고 단골 이슈중 하나가 언론개혁이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언론보도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야 이제 거론할 필요조차 없게 됐지만 바로 그 영향력의 유불리로 인해 언론은 모든 후보들에게 공공의 적이 된 느낌이다. 후보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론에 대한 자기 생각을 드러내고 있는데 하나같이 개혁을 전면에 내세운다.

한덕현 발행인
한덕현 발행인

한데 이번에는 정도가 더 심해지고 있다. 예전같으면 후보와 또 그 후보의 당선가능성에 따라 개혁에 대한 주장도 결을 달리 했지만 지금은 안 그렇다. 누가 당선되든 언론개혁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이 것도 부족했던지 개혁이 아니라 혁명의 수준으로 언론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까지 서슴없이 제기된다.

마침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골자로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김어준 방송을 놓고 논란이 컸던 점도 언론문제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체감도를 높이고 있다. 당장 여야를 대표하는 이재명, 윤석열 후보부터가 기존의 언론상황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가지고 있다. 서로 자신의 임기중에 언론개혁을 반드시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어 대선이 끝나면 어차피 언론계는 한바탕 소용돌이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언론개혁과 관련해 후보들의 의중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발언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후보는 최근 언론이 유독 자신에게만 야박하다는 주장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그는 '부산은 재미없다'는 발언이 논란을 사자 얼마전 한 공식적인 자리에서 "언론 환경이 매우 나빠서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어도 잘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으로 도배가 된다""상대방은 엄청나게 나쁜 짓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넘어간다"고 토로했다. 여기엔 성남시 대장동 사건과 부인의 낙상사고를 둘러싼 언론보도에 대한 불편함도 그대로 묻어난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러분이 언론이 되어주셔야 하는 이유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언론중재법 공방에서 일단 좌절한 민주당은 한 술 더 떠 이재명 후보에 대한 편향적 보도를 놓고 언론과의 전쟁이라도 선포할 태세다.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 낙상사고와 관련해 허위 사실을 인터넷에 유포한 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고, 보수성향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운영자 2명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허위사실 공포)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연일 강경 입장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이재명 찬성, 윤석열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는 언론 스스로 문제를 풀지 못하면 외부 규제가 가해져야 한다고 했고, 윤 후보는 언론만 특별하게 징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다. 또한 포털 규제 강화에 대해서는 윤석열 후보가 찬성, 이재명은 조건부 찬성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 후보는 플랫폼 사업자에 자율규제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답했고, 윤 후보는 알고리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정권마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공영방송에 대한 문제제기는 경선에서 패한 홍준표가 가장 강력(?)했다. 그는 공영방송 통폐합 및 민영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이에 이재명은 반대했고 윤석열은 조건부 찬성 입장을 냈다. 윤은 공영방송을 축소하는 추세는 맞지만 우리 상황에 맞는지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역시 경선패배로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유승민은 토론회에서 이 정권이 개판 쳐놓은 이 공영방송, 정부 통제 하에 있는 방송사·신문사들의 인사를 그대로 두고 다음 정권을 시작하겠다는 것인가. 언론이 굉장히 중요한 권력의 한 축인데 그걸 어떻게 그렇게(그대로 두겠다고) 하느냐고 주장해 이 또한 언론장악 의도가 아니냐는 비난을 샀다.

아닌게 아니라 대선 후보들의 언론개혁 발언을 곰곰이 살펴보면 다분히 이기적 발상임이 그대로 드러난다. 자신에게 유리한 언론과 그렇지 않은 언론에 대한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며 궁극적으로는 얌전한 언론에 대한 향수를 못버리는 것이다. 역대 정권마다 언론개혁을 기치로 내세웠지만 마치 시지프의 신화처럼 소기의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은 이같은 숨은 저의(底意)가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언론을 언론 본연의 영역으로 이해하지 않고 권력의 편의적 잣대로 바라보려 했으니 대선 때만 되면 언론개혁이라는 화두는 유령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언론자유에 대한 우리나라의 환경은 분명 좋아지고 있다. 세계언론자유지수만 보더라도 박근혜 정권에서 70위까지 추락했던 수치는 현재 42위로 뛰어올랐다. 아시아권에선 단연 1위다. 일본 67, 미국 44위와 비교해도 현실을 직시할 수 있다. 우리나라 언론은 비록 돈과 자본의 눈치를 볼지언정 더 이상 권력에는 휘둘리지 않는다. 오히려 권력이 언론의 눈치를 보는 시대가 됐다. 쓰고 싶은 대로 쓰고 특히 요즘 보도를 보면 국가권력의 최정점인 대통령은 언론의 노리개, 동네북이 된 것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과거 독재, 권위주의 시대에서 언론생활을 한 나로서도 요즘은 언론자유를 거론하는 자체가 사치로 느껴진다.

문제는 이같은 언론자유의 외피를 둘러쓴 언론의 일탈, 즉 가짜뉴스와 진영언론, 편파언론 그리고 넘쳐나는 쇼셜미디어로 인한 여론왜곡 현상으로, 이는 대선 후보들의 보복적 개혁마인드가 아니라 언론자체의 성찰과 정화가 없이는 절대로 고쳐질 수 없다. 언론행위에 제재를 가하겠다면 제대로된 기사를 쓸 수 있도록 제도와 판을 깔아주는 것이지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결코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규제는 현행의 실정법 만으로도 충분하다. 다만, 그 것의 운용이 권력과 정치적인 이해에 따라 흔들리기 때문에 사달이 나는 것이다.

현장에서 느끼는 언론개혁의 당위성은 정작 다른 데에 있다. 언론의 자질, 진정 상대를 향해 바른소리를 하려면 언론사와 그 종사자들의 실력과 인격, 가치관부터 갖추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언론개혁이라는 것도 이를 위한 정책적 접근이어야지 지금처럼 특정 정치세력의 호불호에 따라 의제가 만들어지는 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차피 언론의 생명은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 그리고 환경감시로서, 어떤 권력이든 서로 긴장의 관계를 유지해야 비로소 언론의 소명을 다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며칠전 전국 주요 대학신문(41) 800여 학생기자들은 조선일보가 과오를 뉘우치지 않고 오히려 반민주. 반민족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다며 조선일보 분쇄투쟁을 선언했다. 이 뉴스를 접하며 생각한 것은 다름아닌 언론개혁이다. 언론개혁은 이처럼 소비자운동으로 이루어져야지 지금처런 언론의 피감시자 위치인 권력의 시각으로 재단된다면 이는 100% 실패한다. 지금 언론에 대한 대선후보들의 악감정은 이래서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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