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러 건축물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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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러 건축물이 뭐야?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1.11.2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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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선 대중화, 한국에선 걸음마 단계
가건물인 컨테이너와 달리 기준 충족한 건축물

모듈러 교실 논란

건축기법


최근 청주 내곡초등학교에 모듈러 교실을 도입하는 것을 두고 교육청과 학부모 간의 갈등이 심화됐다. 학부모들로 구성된 내곡초 컨테이너 증축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모듈러교실은 화재·소음·진동·악취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안전성을 문제 삼았다. 이에 도교육청은 일반 컨테이너를 이용한 개념과 다르게 품질과 안전성이 철근 콘크리트 건물에 준하는 성능을 갖추고 있다며 반박했다.

격한 반대가 있지만 모듈러 교실은 이미 충북지역 3개 학교에 도입됐다. 학교들의 평가는 좋은 편이다. 전국적으로도 확산세인 데다가 내곡초의 사례에서는 모듈러 교실 외에 선택지가 별로 없다. 그래서 이번 갈등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체 모듈러 교실이 무엇이기에 다툼이 심화됐는지, 그리고 왜 학부모들이 길거리로 나와 반대하는 지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전국에 보급 중인 모듈러 교실과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경기행복주택(왼쪽) /경기도시공사 (원본=정광식 사진작가)
전국에 보급 중인 모듈러 교실과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경기행복주택(왼쪽) /경기도시공사 (원본=정광식 사진작가)

 

모듈러 공법은 코로나19 이후 주목받는 건축기법이다. 인력관리가 어려운 상황에서 유리하고, 공사기간을 단축하는 등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모듈러 공법은 건물의 벽체, 창호, 배선, 배관 등을 건축물의 70~80%를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뒤에 현장에 옮겨와서 블록 쌓듯이 조립하는 방법이다. 일반 콘크리트 건축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빨리 지을 수 있고, 철거가 쉽다.

해외에서는 이미 대중화됐지만 한국은 모듈러 산업이 늦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2003년 처음 등장해 농막·단독주택을 중심으로 보급됐다. 2013년 당시 국토해양부가 핵심 정책으로 행복주택을 모듈러 공법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활성화됐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공공건축물에 공법을 도입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국내 1호 모듈러 주택은 올 초 시공이 발표된 경기행복주택이다. 국내 1호 모듈러 교실은 지난해 전북 고창군 고창고등학교다. 이후 전국에 32개 초··고등학교 16곳에 모듈러 교실이 들어섰다. 올해부터 충북은 리모델링 예정 94개교에 127개 모듈러 교실을 도입할 계획이다. 현재 3개 학교에 도입됐다.

최근 쟁점 중 하나는 컨테이너랑 무슨 차이가 있냐는 것이다. 가장 먼저 모듈러 주택을 도입한 경기도시공사는 모듈러와 컨테이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컨테이너는 가건물이고, 모듈러는 사전 제작해 모듈화한 건축물이다. 컨테이너는 거주 목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건축물에 적용되는 각종 법령의 규제를 받지 않아 소음·악취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모듈러 공법은 건축 용도에 따라 안전성 기준, 거주성능 기준이 다르다.

실제로 최근 입찰을 진행한 충북 제천 홍광초등학교 모듈러교실 임차용역의 과업지시서를 보면 건축공사의 표준시방서(KCS), 자재의 KS인증, 구조안전성능, 소방시설, 환기·공기질, 내구성능, 기계설비 등 세부적인 요건을 충족해야 투찰이 가능하게 했다.

 

중소기업 뛰어들어

 

모듈러 공법은 크게 3가지 방식으로 구분된다. 대중적인 것은 유닛박스로 공장에서 제작된 박스형 구조 모듈을 적층하여 건축하는 형태다. 현재 많이 이용되는 방식으로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패널라이징은 바닥과 벽을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내부는 현장에서 제작하기 때문에 공사기간이 일반 건축물과 큰 차이가 없다. ‘인필은 현장에서 철골, 철근콘크리트조 뼈대를 쌓아 올리고 그 안에 박스 형태로 제작한 모듈을 채워넣는 방식이다. 상황에 따라 모듈을 바꿔야할 때 사용된다.

이런 공법을 토대로 현재 교육부·조달청에 제시하는 기준을 통과해 혁신제품으로 등록된 업체는 엔알비, 플랜엠, 유창 등의 중소기업들이다. 개중에는 포스코 등과 연계해 경쟁력을 키운 업체, 업력이 40년을 바라보는 업체도 있다.

최근 모듈러 교실 입찰에 뛰어든 업체들도 대부분 중·소업체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진입하기에는 시장 규모가 작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래서 많은 중소 업체들이 참여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건설사들의 참여가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모듈러 공법 /현대엔지니어링
모듈러 공법 /현대엔지니어링

 

 

건설사 약진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모듈러 시장에 뛰어들었다. 선두주자는 대림산업이 건설사업부문을 20211월 인적 분할한 DL이앤씨다. 현재 충남 부여의 국민임대·행복주택 등 176가구를 건설할 예정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앞서 국내 1호 모듈러 주택이 될 예정인 경기행복주택의 시공자로 선정됐다. GS건설은 지난해 8월 모듈러 전문 자회사인 자이가이스트를 설립했고 올해 4월 관련 건축사사무소를 세웠다. 8월부터는 목조 모듈러 주택 시장을 겨냥한 준비를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장규모를 올해 16000억원으로 파악했다. 또한 정부방침에 따라 모듈러 주택·교실 등 관련 시장이 내년에는 24000억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정부는 모듈러 공법을 공사장에서 분진 등이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공법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내년까지 총 3500개의 모듈러 교실을 추가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국토부는 올해 모듈러 주택의 발주를 2200가구까지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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