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28일 디에스컨설팅 주식회사가 청주시를 상대로 낸 소각시설 건축불허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디에스컨설팅(이하 업체)은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에 하루 처리용량 91.2t 규모의 소각시설 건립을 계획했다. 업체는 2016년 1월 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사업계획 적합 통보를 받은 뒤 소각장 건설을 추진했다. 하지만 청주시는 2017년 11월 시설에 대한 건축불허가 처분을 내렸다.

업체 측은 곧장 국민권익위원회에 행정처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권익위는 2018년 7월 업체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청주시에 행정처분의 취소를 권고했다. 하지만 청주시의 반대입장은 강경했다. 결국 업체는 청주시가 권익위의 권고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2019년 9월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그렇지만 청주시는 불복했다. 청주시 청원구청은 2019년 11월 ‘주민 건강권·환경 오염 등의 중대한 공익에 침해된다’며 다시 건축 불허가 처분을 내렸다. 이에 업체 측은 ‘건축행위는 요건만 맞추면 행정청의 재량이 허용되지 않는 기속행위’라는 이유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차전은 청주시가 승소했다. 재판부는 “1차 불허가 처분과 2차 불허가 처분은 처분 사유가 달라 그것만으로는 행정권 남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폐기물처리시설로 인한 환경 오염, 주민 건강위협 등을 이유로 한 건축 불허가 처분은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도 청주시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례는 환경청이 사업적합 통보를 내렸지만 청주시가 행정 재량권으로 소각시설 건립을 저지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청주시 관계자는 “주민 건강, 주거환경의 공익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 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며 “길었던 소송기간 동안 주민들의 협조가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북이면 소각장 이슈 계속

한편 업체가 소각로를 지으려고 했던 북이면은 전국 최대 규모의 소각장 밀집구역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 1999년 우진환경개발㈜, 2001년 진주산업(현재 ㈜클랜코), 2010년 ㈜다나에너지솔루션의 소각시설이 조성됐기 때문. 소각용량도 1999년 하루 15톤에서 2017년 543.84톤으로 36배 늘어났다.

이 때문에 주민들의 소각장에 대한 피로도가 높다. 더구나 주민 건강이 악화되면서 화두가 됐다. 북이면에서는 최근 10년 사이 60명이 암으로 사망했다. 그중 31명은 폐암 사망자다. 또한 거주하는 주민 중 45명은 호흡기·기관지 질환을 앓고 있다. 주민들은 암 발생과 소각장과의 연관성을 의심했다.

이에 환경부에서 2019년 12월부터 2020년 3월까지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올해 5월 13일 최종 발표에서 관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주민 반발이 거센 가운데 환경부의 조사가 허술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환경부의 역학보고서에는 소각장 밀집과 집단암의 연관성 조사에서 일부 원인을 인정하면서, 인근 폐광산으로 인한 암발병 가능성을 제기했다”며 “원인을 폐광산 쪽으로 몰려는 의도다”고 비판했다.

올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의원들이 조사가 부실했다며 재조사를 촉구했다. 의원들은 환경부가 미흡한 조사를 바탕으로 소극적인 결론을 내면서 소각업체에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접근방법과 다른 방식의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환경부는 역학조사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조치가 없다. 이 때문에 향후 재조사 여부를 두고 주민과 환경부 간의 갈등이 첨예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