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과 ESG 경영, 그리고 성별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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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과 ESG 경영, 그리고 성별 균형
  • 충청리뷰
  • 승인 2021.12.0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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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운영하는데 돈 벌면 됐지 성차별이 무슨 상관인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최근 흐름은 사회적 책임을 가치로 여기는 기업이라면 당연히 관리가 필요한 요소라고 본다. 성별 균형과 포용성은 이제 조직의 성장뿐 아니라 기업 투자와 직결되는 가치이며, 기업 규모에 따라서는 법적 의무사항이다. 우리나라에서 내년 8월부터 자산총액 또는 자본금이 2조 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의 경우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의 이사로 구성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법을 준수해야 한다. 작년 1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일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신설된 조항이다.

이남희 충북도 여성가족정책관
이남희 충북도 여성가족정책관

법 시행에 대비해서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기업 가운데 여성 이사를 1명이라도 선임한 기업은 1918.9%에서 2151.8%로 빠르게 늘었다. 대부분 사내이사 대신 사외이사를 늘려 구색을 갖추었지만, 매출 기준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보면 여성 이사를 1명 이상 고용한 기업 비율은 65%까지 올라간다. 상대적으로 여성 진출이 미약한 철강, 자동차, 금융 등에서도 현대차나 KB금융그룹처럼 처음으로 여성 임원을 선임한 기업이 생겨났다.

유니코써치 조사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수는 200413명에서 올해 322명으로 크게 늘었다. 법 개정의 효과라고 볼 수 있다. 그래도 비율은 4.8%로 여전히 낮다. 노동시장 내 여성의 지위를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유리천장지수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올해도 OECD 29개국 중 29위이다. 1위는 스웨덴이고 28위는 일본이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공통점은 성별 고정관념이 강하고, 근로시간이 긴 것이라고 설명하는 이도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거나 지속가능 발전을 추구하는 개념은 이미 오랫동안 논의되었고 새로운 것은 아니다.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에서 첫 글자를 따온 ESG 경영은 기업이 환경을 보전하고,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며, 투명하고 윤리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실천할 때 투자도 잘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ESG 경영의 평가지표는 환경(E)에 속하는 기후변화, 탄소배출, 에너지효율, 폐자원활용, 생물다양성, 사회(S)에 속하는 정보보호, 인권 및 성평등과 다양성, 근로자 안전, 지배구조(G)인 이사회 구성, 부패, 기업윤리, 공정경쟁 등 다양하다. 예를 들어 여성 이사 비율은 지배구조(G)에 속하는 지표이고, 육아휴직 기간 및 이용자 성비, 남녀 임금격차 등은 사회(S)지표에 속한다.

ESG 경영이 남다른 점은 투자대상으로서 기업의 지속성 여부를 평가할 때 재무제표만이 아니라 비재무적인 요소도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점이다. 2006년 유엔은 금융기관의 투자의사를 결정할 때 ESG 지표를 고려하도록 요구하는 6대 책임투자원칙(UN PRI)을 만들었다. 그 원칙 중에는 우리는 투자철학 및 운용원칙에 ESG 이슈를 통합하는 적극적인 투자자가 된다’, ‘우리는 우리의 투자대상에게 ESG 이슈의 정보공개를 요구한다등의 내용이 있다. 이때 세계 3000여 개 투자기관이 서명을 했는데, 우리 국민연금공단도 들어갔다. 공무원 연금공단도 앞으로 국내주식 투자에 ESG 기준을 적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

기후 변화에 관심을 갖고 탄소 배출 감축에 노력하는 기업, 차별에 민감하고 인권과 안전 기준을 지키는 기업을 찾는 일은 우리의 미래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성평등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가 몇 종 출시됐다. 조직의 여성리더십 향상과 지위 개선 여부를 중시하고, 경영진이나 이사진 중에 여성이 한 명도 없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적극적인 투자자의 등장이 지구를 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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