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산 같은 故동범 최병준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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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산 같은 故동범 최병준 선생님
  • 충청리뷰
  • 승인 2021.12.1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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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니 시민단체가 술렁술렁합니다. 올해는 누가 동범상을 받게 될까 궁금해하는 것입니다. 동범상은 우리 고장 시민·문화 운동의 큰 어른이신 최병준 선생님의 상생과 연대의 뜻을 이어받아 시민단체 활동가에게 주는 상입니다. 2003년 제정되어 올해까지 18년째 이어지고 있는데 오늘도 묵묵히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사람이 살기 좋은,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 시민운동가들을 발굴하고 격려하기 위해 매년 신년인사회와 함께 시상하고 있습니다.

김혜란 충북참여연대 생활자치국장
김혜란 충북참여연대 생활자치국장

새해 시작 충북지역활동가들이 모여 함께 축하해주는 이 영광스러운 상을 올해는 누가 받게 될지 시민사회의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매년 이렇게 동범상 수상자는 누구인지 시민단체의 이슈로 부각되지만 정작 동범 최병준 선생님은 누구신지, 동범 정신은 무엇인지 조금씩 잊히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입니다.

동범 최병준 선생님은 우리 지역 시민운동의 선구자였습니다. 1932년 진천에서 출생하셨고, 젊은 시절부터 문화적 소양이 뛰어나 195726세의 나이로 충북예술문화인협회(현 충북예총) 창립을 주도하였고, 그 후 1958년부터 1970, 1982년부터 1982년까지 약 14년간 청주문화원장을 역임하셨습니다. 정부 지원이 없는 열악하고 어려운 시절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시민문화운동에 뜻을 두고 정력적인 활동을 전개하셨습니다. 그 후 충북시민회를 통해 철당간 보존운동, 직지찾기운동 등 문화운동의 지향을 넓혀주시며 척박한 땅에 문화예술의 꽃이 활짝 피게 하셨습니다.

또한 1971년에는 정의로운 지역인사들과 뜻을 같이하여 관권과 금권선거가 판을 치는 현실을 바로 잡고자 공명선거추진협의회에서 공명선거운동을 주도했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정권의 탄압을 받아 예총, 문화원 등 모든 사회 문화 관련 단체장에서 강제 퇴임을 당하기도 하셨습니다.

이후 1987년 민주화운동이 일어나면서 우리 지역에서도 시민운동을 뿌리내리기 위해 많은 분들의 노력과 열정이 있었습니다. 동범 최병준 선생님 또한 새롭게 시작된 시민운동에 적극 참여, 충북시민회(현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충북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청주경실련(현 충북경실련), 충북총선시민연대 상임대표를 역임하며 지역 시민운동에 씨를 뿌리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토대를 만드는 데 역할을 다하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동범 최병준 선생님이 보여주신 희생과 참여 민주주의를 향한 선도적인 역할로 동범정신이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특히 청주대, 서원대 등 지역 사학들이 학내 민주화 운동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기꺼이 나서서 연대의 힘을 보태주셨습니다.

다양한 색깔의 지역 시민단체들이 갈등과 경쟁보다는 연대와 협력, 화합과 양보의 정신을 발휘하도록 하는 동범 최병준 선생님의 포용의 리더십은 충북지역 시민운동의 건강한 성장과 발전의 전기를 마련하는데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 지역시민사회단체 후배 활동가들은 매년 1010일 선생님의 기일에 추모제를 개최하고, ‘동범상을 제정하여 시상하고 있습니다.

세월은 유수와 같다고 하더니, 동범 최병준 선생님이 우리 곁을 떠나신 지 벌써 20년이 되었습니다. 지금 선생님은 우리 곁에 계시지는 않지만 말이 아닌 실천하는 모범을 보여주신 그 정신은 우리 지역 시민단체 안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가 더 넉넉한 마음으로 서로를 감싸고 격려하고, 차이를 강조하기보다 다름을 존중하며, 더 크게 하나가 되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 그것이 동범 최병준 선생님의 정신을 이어받아 새로운 시민사회를 만들어가는 후배 활동가들의 몫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동범 최병준 선생님이 과거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힘이 닿는 한 제 자리를 지키며 후배들의 밑거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하셨는데 선생님은 돌아가셨지만 여전히 동범상으로 후배 활동가들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주고 계십니다. 2022년 새해 충북시민사회 신년인사회 때 발표될 동범상은 어떤 활동가가 수상하게 될까요? 더 큰 박수로 축하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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