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필터로 일상을 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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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필터로 일상을 낚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1.12.15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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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주 '평범의 감각' 개인전, 스페이스몸미술관

윤은주 개인전이 <평범의 감각>을 주제로 스페이스몸미술관에서 1223일까지 열린다. 평범한 일상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전시회다.

작가의 시선이 머무르는 곳은 특별하지 않다. 붉은 벽돌 건물의 그늘진 뒷면, 운동장의 옛날식 단상, 학교의 조경수, 심플한 실내의 일부분 등 눈여겨보지 않는 장면이 대부분이다.

윤은주_평범의 감각展_스페이스몸미술관_2021
윤은주_평범의 감각展_스페이스몸미술관_2021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누구나 어디서 본 것 같은 장면은 작가가 산책을 통해 발견한 것들이다. 주변을 관찰하고 어제와 달라진 지금의 변화를 포착한다. 그 장면이 모여서 작가의 시선을 드러내는데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을 건져낸다. 그 시선마저 너무 평범해서 선택된 이유를 추측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하지만 전시장을 둘러보면 작가가 산책하며 거니는 속도와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순간을 느끼게 한다. 눈이 멈춘 곳과 머무는 시간을 느끼게 하는 그림이다. 보고 있는 대상을 통해 어디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작가의 시선이 전달되는 자신의 감각에 매우 충실한 작품이다.

 

윤은주_5시8분_2021_캔버스에 유채_91×91cm
윤은주_5시8분_2021_캔버스에 유채_91×91cm

 

윤은주_고양이와 붉은 벽돌_2021_캔버스에 유채_100×80.3cm.
윤은주_고양이와 붉은 벽돌_2021_캔버스에 유채_100×80.3cm.

 

가령 <58>작품에서는 시간을 분명하게 표시하고 있지만 작가의 풍경은 대부분 오후 5시에서 8시 사이처럼 보인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해질녘은 많은 상상력을 불러온다. 개와 늑대의 시간은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시간의 이중성을 말하지만, 작가의 풍경에서는 중간 지대로 보인다. 가닿고자 하는 목표가 낮도 밤도 아닌 것 같다. 매우 사실적으로 보이나, 적당한 묘사만 있을 뿐이다.

황신실 큐레이터는 하나의 작품에 몰입하기 보단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가는 관람법을 추천한다. 다수의 작가가 디스플레이를 생각하며 작품을 제작하지만 마치 인테리어를 하듯 공간 배치를 했다. 풍경과 정물, 구상과 추상 사이에 다리를 놓는 작가는 그 중간쯤에 존재하고 싶어 하는 듯 보인다. 어느 쪽도 욕망하지 않으며 추상인지 구상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사이에 존재할 수 있고 최소한의 연결고리를 사용하여 공존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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