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는 자기 삶을 우려먹는 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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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자기 삶을 우려먹는 거지 …”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6.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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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작가 강준희씨 23번째 소설 ‘누가 하늘이 있다 하는갗
순 우리말과 고사성어 700여개 직접 풀이, 소설같은 소설가의 삶
   
▲ 강작가의 서재 한켠에는 지금까지 낸 소설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소설가를 만나러 가는 길은 늘 즐겁다. 충주시 연수동에 살고 있는 지역의 원로작가인 강준희(72)옹은 최근 23번째 장편소설‘누가 하늘이 있다 하는갗(새미)를 펴냈다.
방 안에는 그의 기나긴 창작 세월을 짐작케하는 원고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절반도 더 버렸는데 아직도 이렇게 많은 걸 보니 세월이 느껴지지.”

이번 소설은 갑오경장이 일어난 구한말을 배경으로 계급사회에서 차별받는 천민층인 상도와 꽃님을 등장시켜 사대부계급에 대한 한을 담아냈다. 어쩌면 소설의 제목 ‘누가 하늘이 있다 하는갗는 주인공들의 외침보다 강 작가의 세상에 대한 물음일지 모른다.

그는 1935년도 단양에서 태어났다. “자기 삶을 우려먹는 사람이 소설간거야”라고 말하는 그는 시대의 역경을 몸소 체험했다.

정치부 기자, 학원 강사, 막노동꾼, 엿장수 등 강 작가는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다. 그는 만석지기의 외아들도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사업실패와 갑작스런 죽음으로 예닐곱살부터 가장 노릇을 했다. 나무짐을 팔며 어머니를 부양하고 학비를 마련했다. 그의 공식 학력은 초등학교 5학년 중퇴가 전부다.

“중학교 들어갈 나이에 시골에서 나무짐을 하고 읍내에 선생님을 찾아다녔어. 어떤 선생님은 기특하다며 친절히 공부를 가르쳐줬고, 어떤 선생님은 외면도 했지. 수험료 대신 땔나무를 두고 왔었어.”

돈만 있으면 책을 사고, 책만 보면 다 외웠던 그의 가난한 공부방법은 지독하게 이어졌다. 그러다가 인생을 의미있게 사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고, 예술가중에서도 소설가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는 것.

“맺힌 것 많고, 억울한 것 많은 사람들이 좋은 글도 쓸 수 있는 법이지. 그러고 보면 내 삶은 소설가로서는 좀 유리한 편 아니었나 싶어. 하하. ”
강 작가는 서른 중반 자신이 경험했던 엿장수 삶을 토대로 쓴 ‘나는 엿장수외다’가 신동아(66년)에 당선된다. 이어 ‘하 오랜 이 아픔을’이 서울신문에 당선됐고, 75년 현대문학에 ‘하느님 전상서’로 화려하게 등단했다.

하지만 글을 쓰기 위해서는 여전히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짐이 남겨져 있었고, 그럴수록 그는 선비정신의 날을 세웠다.

그간의 작품중에 특히 ‘강준희 선비론’과 ‘이카로스의 날개는 녹지 않았다(상중하)’는 그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이카로스 날개는 사실 녹아버리지만 작가는 소설가의 삶이 사그러지지 않기를 기도하며 반어법으로 제목을 지었다.

   
▲ 강준희씨가 지금까지 낸 소설들이 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 세월을 짐작케 하는 오래된 원고들.
강 작가는 나이 마흔이 되어서 본격적으로 소설만을 쓸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는 소설가로 대학에서 강의도 나가고, 90년부터 지역 일간지인 중부매일과 충청매일신문, 충청일보 논설위원으로 두루 활동했지만, 감투보단 글쓰는 여생이 더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사실 명예박사를 준다는 곳도 여러군데 있었지만 그는 한사코 거절했다.

후배들에게 올곧은 선비작가로 불리는 그는 지금도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대대로 서가에 꽂아 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겠다는 것이 그의 작가론.
또한 이번 소설에서 사라진 우리말과 없어진 우리말 등 700여개를 직접 풀이했다. 책 말미에 뜻을 풀이한‘작은 우리말 사전’코너도 만들었다.

여전히 글을 쓰고 있고, 강의 청탁에도 간간이 응하고 있다는 강 작가. “많이 외롭지, 외로운 것이 본질인 것 같아. 요즘은 무념무상이야. 바보처럼 가만히 생각하고 글쓰고 이런 것이 내겐 평온이야.”

강 작가는 “내년에는 소설 전집이 나온다”고 귀띔했다. 그는 23권의 소설을 엮어 전집을 내는 충북의 최초 작가로, 또 선비작가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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