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관상
상태바
조직의 관상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1.12.22 09: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3년 개봉한 영화 관상의 끝무렵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그날 당신들의 얼굴에 뭐 별난 거라도 있었던 걸로 아시오. 염치없는 사기꾼 상도 있고, 피 보기를 쉬이여기는 백정의 상도 있고, 글 읽는 선비의 상도 있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얼굴들이었고. 그냥 수양은 왕이 될 사람이었단 말이오. 난 사람의 얼굴을 봤을 뿐 시대의 모습을 보지 못했소. 바람을 잘 만나서 높은 파도를 탔을 뿐이고 언젠가 바위에 부딪혀서 부서질 것이오라며 배우 송강호 씨는 마지막 말을 했다.

관상은 사람의 첫인상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 관상이 간혹 환경에 부딪혀 좋게도 혹은 나쁘게 변한다. 그러다 보면 행동도 바뀐다. 그게 그 사람의 본성일 수도 있지만, 영화의 마지막 대사처럼 파도를 탄 사람도 많다. 개중에는 뜻하지 않는 탑승객도 있다.

최근 그간 인상 좋게 봤던 모 씨를 만났다. 여전히 얼굴은 좋아 보였지만 뭔가 모르게 수심이 있었다. 어두운 빚도 감돌아 물어보니 최근 뜻하지 않게 조직에서 파도에 휩쓸린 모양이다.

회사 내에서 동료가 잘못된 점을 바꾸자며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왕따 아닌 왕따를 당하고 있는데 자신에게도 불똥이 튈까 봐 외면했다고 한다. 거기에 그와 원만하게 지내던 동료들이 서로를 험담해 사이에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사실 모든 회사가 그 회사 같지는 않다. 다만 다른 곳과 비교해도 유독 그의 회사가 더 사정이 열악해 보인다. 이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은 잘 모르지만 외부에서는 귀신같이 정황을 포착한다. 이런 기운은 회사 밖으로까지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HR(Human Resources) 업종에서 일하는 헤드헌터들은 기업에도 관상이 있다고 말한다. 그들이 세운 나름의 판단 기준은 외부인을 상대하는 막내 직원의 태도를 보라는 것. 이를 통해 기업에서 직원들을 어떻게 대하고 어떤 조직문화를 가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조직문화가 개판인 회사는 사람을 소개해줘도 별의별 뒷말이 다 나온다. 그런 곳은 결국 아무도 선호하지 않는 곳이 되어 버리고 조직은 고인물이 된다. 자신이 몸담은 조직이 그런 조짐이 보인다면 이는 개선해야 할 숙제다. 아마 뭇매를 맞고 있는 모 씨의 동료는 이를 바로 잡아보고자 문제를 제기했겠지만, 이미 그 조직이 조언을 받아들일 만큼 건강하지 않다는 점은 간과했을 것이다.

돌아보면 우리 지역에는 그런 기업·단체들이 많다. 어떤 단체는 관리자 몇 명이 병에 걸려 쓰러졌다. 내부에서 그 관리자들이 서로를 헐뜯으며 정치싸움을 했다. 결국 그 단체는 서로 부서가 다른 직원들이 남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고, 문서를 전달할 때 책상에 휘휘 던지는 문화도 있다고 한다.

만약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그런 것 같다면 한발 물러나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월급은 매우 중요하지만, 자칫 병을 얻는다. 그리고 그 조직에서 끝까지 버텨 나온다고 한들 이미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그래서야 어디 설 자리가 있을까? 병 들기 전에 다른 길 찾는 게 더 돈 버는 길일 수도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