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기자의 '무엇'] 운천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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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의 '무엇'] 운천동 이야기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1.12.29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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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있으면 남들이 못 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좋은 점도 있고 안 좋은 점도 있다. 충청리뷰는 운천동에 위치해있다. 운천동의 작은 골목은 하루에 다르게 바뀐다. 새로운 상점이 빈틈을 비집고 문을 연다. 대부분 청년들이다. 죽은 골목에 숨을 불어넣는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 것만 같다.

동네의 외관도 그만큼 자주 바뀐다. 도로를 새로 내거나 철거가 진행 중이다. 연중 내내 공사 중이다.

운천동은 전형적인 구도심으로 아침마다 주차전쟁을 겪는다. 오늘 아침에 어렵사리 주차를 하고 회사에 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벨소리가 울렸다. 도로 정비를 한다며 차를 옮겨달라는 전화였다.

전화를 받고 주차한 곳을 가보니 2명의 남자가 도로에 보행로라는 글씨를 바닥에 새기고 있었다. 골목길 안쪽에 일정간격으로 스프레이를 뿌려 글씨를 새기는 것이었다.

이게 무엇을 하는 건지 잠시 지켜보았다. 마침 주차를 한 곳 맞은편 빌라에 살고 있는 남자와 여자가 도로에 나왔다. 도로 한쪽은 일방통행, 도로 한쪽은 보행로라고 써 있었다.

빌라에 살고 있는 여자는 그러면 앞으로 주차는 어디다 하나요?”라고 도로 정비원에게 되물었다. 그들은 저희도 몰라요. 시켜서 하는 거예요. 아마 차량 단속은 안하니까 그냥 하시면 되겠죠라고 답했다.

그러자 여자는 남자를 향해 시켜서 하는 거래~”라며 웃었다. 그 광경을 보자니 씁쓸했다.

운천동은 최근 도로정비사업을 한다면서 50억 넘게 썼다. 이른바 운리단길로 불리는 도로를 사람과 차가 다닐 수 있도록 바꿔놓았는데, 정말 기묘한 모양새가 됐다. 주차면적은 줄었고, 그렇다고 보행환경이 편리하거나 쾌적해지지도 않았다. 주차하기도 엄청 복잡하게 돼 있다. 동네 상인들도 왜 이런 공사를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문제제기한다. 누구에게도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그 뿐이 아니다. 밤에는 야광조명등을 도로에 쏜다. 대략 직지의 고장 청주이런 느낌의 글씨를 도로 바닥에 쏘는 것이다. 길이 어둡기 때문에 밝히는 효과는 있겠지만 미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는 한참미달이다. 꼭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데 돈만 많이 쓰고 안을 들여다보면 이상하게 꼬여놓은 느낌이다. 이것도 아마 누군가 시켰기 때문에했을 것이다.

작은 골목에 일방통행과 보행로를 같이 놓으면 주차는 어디다 하란 말인가. 구체적인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그저 도로에 그림을 그리면 해결이 되는 건가.

이러한 일련의 공사로 인해 이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편의가 과연 나아졌을까. 과연 시킨 사람은 이 같은 결과가 나올 줄 알았을까. 제발 눈에 보이는 것만 신경 쓰지 말라. 새해에는 정말 겉치레 행정은 그만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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