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데일 패러독스, 합리적 낙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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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데일 패러독스, 합리적 낙관주의
  • 김승호 청주 서원고 교사
  • 승인 2022.01.05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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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마냥 밝게 새해를 맞이하기 어렵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에 가장 힘든 점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잡았던 약속들이 당일에 취소되기가 일쑤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위드코로나로 기대를 품었다가 연말 다시 강화된 거리두기로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많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모두 거리두기 상태로 맞이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년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 무의미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힘들 때일수록 기대를 품는 것은 인간의 특성이다. 코로나와 다투는 이런 상황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그러나 이 기대가 곧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우리는 성에 갇혀있고 코로나가 우리를 포위한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성 밖의 적을 물리치기는 쉽지 않다. 가끔 성문을 열고 적을 격퇴하려고 군을 내보내지만 실패해서 돌아온다. 위드코로나는 문을 열고 싸움을 건 상황이다. 지금은 패해서 다시 문을 닫았다. 앞으로도 몇 차례 성문을 열었다가 다시 퇴각하는 일이 있기도 할 것이다.

김승호 청주 서원고 교사
김승호 청주 서원고 교사

성 밖의 코로나를 물리치려면 좀 더 많은 무기가 필요하다. 백신일 수도 있고, 자연면역일 수도 있다. 무기를 제조하고 모두에게 공급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음 아픈 일이지만 기대는 하되, 당장의 현실을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더 나아질 것에 대한 기대를 잃지 않으면서도 눈앞의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는 것을 스톡데일 패러독스라고 한다. 스톡데일은 미국의 장군으로 베트남전에 참여했다가 포로가 되어 수용소에 갇혔다. 8년간 포로 생활을 하며 견디지 못하고 죽는 동료들을 보면서 그는 꿋꿋이 버텨냈다. 마침내 종전 후 석방되어 고국 땅을 밟았다.

그에게 한 사람이 물었다. “어떻게 힘든 포로 생활을 견딜 수 있었습니까?” 그는 답했다. “언젠가는 풀려날 것이라고 희망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이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포로 생활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그가 답했다. “바로 희망에 가득 찬 낙관주의자들이었습니다.”

스톡데일에 따르면 수용소에 갇힌 낙관주의자 병사들은 근거 없는 희망을 품었다. ‘이번 부활절에는 풀려날 수 있겠지?’, ‘크리스마스에는 풀려날 수 있을거야’, ‘새해에는 상황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근거 없는 기대와 함께 풀려난 뒤의 일들을 마음껏 상상한다. 그러나 근거 없는 희망은 오히려 희망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더 큰 절망으로 다가온다. 결국 몸도 마음도 병들어가고 만다. 물론 무조건적 비관주의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풀려날리 없어. 이러다가 죽을거야.’라고 포기한 사람들도 포로생활을 견디지 못했다.

하지만 스톡데일은 당장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언젠가는 포로 생활이 끝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끝까지 버텨냈다. 스톡데일의 태도를 빗대어 이름 붙여진 스톡데일 패러독스를 합리적 낙관주의라고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어떤 고난이 닥쳤을 때 앞으로 잘 될거라는 굳은 신념을 가지되 비관적인 현실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합리적 낙관주의가 스톡데일의 생존 비법이다.

그의 비법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소통이다. 그는 힘든 상황에서 정신적으로 고립되면 버틸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포로인 상태에서 자유롭게 동료들과 대화를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는 부하들과 모스 부호 등을 통해 소통하며 고문을 견디는 노하우나 생존을 위해 필요한 방법 등을 공유했다. 서로가 포기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격려하고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스톡데일이 그랬던 것처럼 2022년에는 서로가 더 서로를 지켜주고 버텨주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희망을 가질수록 무조건적 낙관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지난 2년간 힘들게 버텨왔던 것이 무너지지 않도록 서로 격려하고 힘내야 한다. 가까운 가족, 친구들에게 좀 더 자주 연락하고 서로에게서 힘을 얻을 수 있도록 하자. 외로워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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