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에 대한 불편한 생각
상태바
정우택에 대한 불편한 생각
  • 한덕현
  • 승인 2022.01.11 15: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내에서 정우택만큼 총선출마에 따른 지역구 문제로 논란을 일으킨 정치인도 없다. 당장 지난 21대 총선이 그렇다. 정우택은 자신의 지역구인 청주 상당 후보에 검사 후배인 윤갑근이 단수후보로 추천되자 돌연 인접한 흥덕구로 넘어가 출마한다. 이 곳은 충북도의회 의원과 의장을 거쳐 총선출마로 정치이력의 정점을 찍으려 오랫동안 표를 닦은 김양희가 당협위원장을 맡아 활동하던 지역이다. 김양희는 정우택 도지사 시절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에도 초대 개방형 직위인 복지여성국장에 임용된 인연을 가지고 있다.

김양희의 국장 퇴임 후에도 둘 간은 정치적 멘토와 멘티 관계로 회자될 정도로 각별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가장 믿었던 후견인한테 날벼락을 맞은 김양희로선 정치 도의상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배수진을 치고 반발했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그 후유증은 정우택은 총선 패배, 김양희는 정치 무대에서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당시 공개적인 자리에서 정우택을 노려보는 김양희의 모습이 언론에 소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에는 정우택이 오는 39일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청주 상당 재선거에 다시 출마하는 문제로 시끄럽다. 정우택은 21대 총선 공천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컴백을 정당화하고 있지만 여론은 사회 각계, 심지어 당내 인사마저 비판하고 나설 정도로 결코 녹록지 않다. 이 곳에 대한 공천권 행사는 이미 당대표인 이준석과 대통령후보 윤석열 간의 파워게임으로 비쳐지고 있어 결론도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라임로비 사건에 연루돼 구속기소된 윤갑근 전 당협위원장이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명예회복 차원의 출마에 나섬으로써 앞으로 파장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지역사회에서는 본인의 구속에 이어 충격을 받은 가족까지 한때 불상사를 당한 윤갑근에 대한 동정론도 만만치 않다.

사실 냉정하게 따지면 윤갑근에 대한 사법처리와 이에 따른 당협위원장 상실은 논란의 소지가 크다. 본인은 의뢰인으로부터의 정상적인 수임과 조력이라고 주장하는데 설령 2억여원의 수임료와 라임펀드 재판매를 위한 청탁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의 구속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현재 대장동 사건으로 구설에 오른 곽상도, 권순일, 박영수를 비롯한 소위 50억 클럽 명단에 오른 인사들은 당장 구속돼야 마땅하다. 뿐만 아니라 법조 고위직을 퇴직하고 이름만 걸치거나 전화 변론으로 거금을 챙기는 전관들 역시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구속된 윤갑근에 대해 정치적 처분을 내린 국민의힘도 문제다. 통상 이런 사건의 경우 법 적용의 적절성 여부를 따지는 법률심(法律審)을 하는 대법원 판단은 그렇다 하더라도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를 다투는 2심까지는 지켜보는게 상식이자 관례다. 그런데 윤갑근에 대해선 기다렸다는 듯이 2심 판결을 목전에 두고 당협위원장을 정우택으로 교체했고 이 과정 또한 당 최고위원회도 모르게 이준석이 그토록 증오한 윤핵관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권성동이 임의로 강행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지금 당내가 시끄럽다.

정우택과 관련된 선거구 논란 하면 손인석과 김병일 사례도 빼놓을 수 없다. 둘 다 2012411일 치러진 19대 총선에 출마하려다가 기성 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하고 만다. 당시 손인석은 한국JC 회장과 새누리당 청년위원장등을 역임하며 정치력을 키워 자기 당의 세대교체를 위한 젊은 피 수혈 1호로 주목되며 청주 흥덕갑의 유력 출마자로 알려졌다. 김병일 역시 이명박의 서울시장 시절 대변인과 여수세계박람회조직위 사무총장, 서원학원 관선 이사장 등으로 이름값을 올리면서 청주 청원 통합 이전의 청원군 출마를 내심 노렸지만 공교롭게도 두 곳 다 정우택의 인물로 알려진 예비후보들에게 공천이 주어진다.

정우택 /뉴시스
정우택 /뉴시스

 

손인석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200655·31 지방선거 당시 정우택 지사후보 캠프에서 청년위원장을 맡았고 당선되고는 도지사 직무인수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여했는가 하면 이후로도 외곽조직인 충북청년경제포럼을 맡아 도지사 외유에도 동행하는 등 밀착 보필한 관계다. 공천에서 탈락한 손인석과 김병일은 정우택 작업설을 제기하며 여론전을 펼쳤지만 실체가 확인된 것은 없다. 다만 이 일로 손인석은 정치를 떠나 야인이 됐고 김병일은 세상을 떠났다는 점이 지역민들의 기억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불거진 것이 정우택의 제주도 성추문 의혹등을 고발하는 야후 블로그 <Crime to guilty> 사건이다. 19대 총선의 후보 등록을 코앞에 남겨둔 시점으로 문제의 블로그에 정우택의 4가지 의혹을 적시한 글이 올라왔고, 이를 김병일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동시키면서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이에 정우택 측이 그 배후로 손인석과 김병일을 찍어 수사를 의뢰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전개된다. 손인석은 수사를 받던 중 이 건과는 다른 예비후보 등록후 자원봉사자들에게 수천만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되고, 1차 경찰조사를 마치고 홍콩으로 출국한 김병일은 체포영장을 발부한 경찰의 귀국 종용에 갑자기 숙소에서 숨진채 발견됐다는 부음으로 소식을 전하게 된다. 그의 죽음에 대해선 극단적 선택이냐 돌연사냐는 논란을 크게 빚었지만 아직도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의 전개와 전후과정은 책으로 써도 부족하다고 할 정도이지만 분명한 것은 정치 지망생 두 사람, 한 명은 가정 환경 등 모든 여건에서 잘 닦여진 스펙의 준비된 유망주였고 또 한 명은 평소 인간미가 돋보이던 합리적 성격의 인물이었데도 그들을 사장시켰다는 점이다. 이런 성격의 사건에 대한 수사의 맹점, 즉 사건의 실체보다는 메신저 추적에 집중해 사안을 흐리는 수사관행이 손·김 두 사람을 희생시켰다고 봐야 할 것이다. 유일하게 충청리뷰가 이 건을 집중, 탐사보도했다가 상대의 소송제기로 지루한 법적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지금 정우택의 상당 출마에 대해 지역사회 각계의 비판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그와 관련한 지난날의 기억이 오버랩되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니다. 정우택에 대해 과연 유권자들은 무슨 생각을 해야 하고 또 그에게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 한 번 쯤은 고민해야 하지 않느냐는 자각 때문일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정우택의 이같은 처신은 좋게 말하면 순발력과 기민함으로 포장되겠지만 나쁘게 말하면 신의도, 의리도 없는 기회주의라는 오명을 쓰게 된다.

편견인지는 모르겠으나 국회의원과 도지사로 무려 20년을 봉직한 그의 치적 이른바 정우택 브랜드가 언뜻 떠오르지 않는 것도 아쉽다. 도지사만 하더라도 주병덕은 오창과학산업단지, 이원종은 바이오산업, 이시종은 오송생명과학단지와 방사광가속기 등으로 연상되지만 재임시 경제특별도 건설을 슬로건으로 하이닉스와 LG화학등을 유치해 수십조원의 투자유치를 성사시켰다고 하는 정우택에 대해선 과연 도민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궁금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