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일상화, 나의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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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일상화, 나의 2022년
  • 맹은영 충북도 신성장동력과장
  • 승인 2022.01.1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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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나는 유행에 민감하기 보다는 기존의 익숙하고 평범한 것들을 좀 더 선호하는 편이었다. 가요 프로그램을 챙겨보지만 친구들이 HOT와 젝스키스에 열광할 때 나는 무심한 척(아니 실제로 무관심한 경우가 더 많았다) 순위권 밖의 노래에 집중하고, 텔레비전보다는 라디오와 친해 내 나이 또래들이 잘 모르는 ‘어른’ 노래를 아는 일종의 ‘자부심’같은 게 있었다.

맹은영 충북도 신성장동력과장
맹은영 충북도 신성장동력과장

친구들이 ‘싸이월드’에서 미니미를 꾸미며 파도타기에 집중할 때 나는 그런 것에 관심 없다며 혼자 한가로움을 즐겼다. 독서광인 친구가 전자책 리더기를 추천해줄 때 책은 자고로 종이 냄새와 함께 한 장 한 장 손으로 넘기며 보는 게 재미라며 극구 거부하기도 했다. 핸드폰은 전화와 간단한 모바일메신저, 그리고 인터넷 정도만 되면 괜찮다며 설명서나 여러 블로그에서 추천하는 새로운 최첨단 기능에는 무관심했다. 온라인 영역과 같은 익명의 숨겨진 세상보다는 오프라인 속의 인간미 넘치는 세상을 더 선호한다고 이야기하며 기계치인 내 능력의 한계를 덮어왔다.

과거에는 이런 나의 습성을 ‘개성’이라고 포장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일시적인 유행을 쫓기보다는 정말 제대로 나만의 고유한 특징을 살릴 무언가를 축적해두었다면 좀 더 내 삶이 재밌지 않았을까 싶다. 그것 역시 다른 사람들과는 동떨어진 고립무원 같은 곳이 아니라 시대의 트렌드 속에서 말이다.

그러다보니 어느 해부터인가 매년 연말연시 즈음에 습관적으로 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새해의 트렌드를 알려주는 책들을 뒤적이는 것이다(물론 여전히 종이책이지만). 트렌드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오랜 시간 지속되며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행동을 변화시키는 사회적인 방향성이라는 점에서 내가 그 변화를 얼마나 이해하고 내 생활에, 그리고 내 일에 접목시킬 수 있을지 잠깐이나마 고민하게 된다. 게다가 누군가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 2년간의 변화가 지난 20년 동안의 변화보다 더 크다고 평가하듯 최근의 빠른 변화 속도는 내가 인지하기도 전에 지나가버린 중요 이슈들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까지도 생기게 만든다.

최근 인사이동으로 부서를 옮기면서 이러한 트렌드와 기술의 변화를 좀 더 민감하게 들여다보아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어린 시절을 비롯한 과거의 나와는 어울리지 않게 말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여행 중 방문한 박물관에서도 신기한 전시가 있으면 그 내용보다는 무슨 기술을 썼는지, 어느 기업과 작업했는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으니 나조차도 당황스러울 정도다. 진작에 좀 열린 마음으로 살았어야 했는데 변화의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듯한 이 조급함은 벼락치기로라도 해소해보려고 하는데 아직은 역부족이다.

중장년층들도 디지털 서비스 이용에 익숙해지고, 스마트워치를 통해 건강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격진료까지는 아니어도 병원시스템이 집 문턱까지는 도달한 기분으로, 헬스케어산업의 기술력 또한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아이들의 게임 속 세상과 같던 메타버스가 사업설명회나 취업시장에서도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일상 깊숙이 ICT 기술이 자리 잡고 있고, 탄소중립과 나노기술 등 새로운 이슈들도 전문가들만의 관심사는 아닌 상황이 되어버렸다.

최근 폐막한 CES 2022에서도 행사 주최사인 CTA(미국소비자기술협회)의 대표 Gary Shapiro는 “기술의 변화와 혁신은 팬데믹과 같은 위기로부터 우리 사회를 더 탄력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근무와 학습에서부터 사회적 소통 및 건강관리에 이르기까지 삶의 질 향상에 ‘기술’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로 인한 사회적 변화 속에서 언제나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바로 ‘휴머니즘’이다. 가상공간과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고 자동화와 효율화로 인한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적 소득과 일상의 여유가 보장된 삶은 다시 사람 냄새나는 진정한 행복과 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라는 게 어느 유명 미래학자의 예측이다.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고객 트렌드를 먼저 예측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데에도 결국은 유대감과 정서적 안정을 자극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인간미가 넘치는 가상세계와 스토리텔링으로 무장한 감성 자극 굿즈들이 내 주변을 장악하는 그 시점이 멀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어릴 적 동네 모습을 친구들과 함께 메타버스로 구현하며 추억을 공유하는 것도 재밌는 작업이지 않을까. 아무튼 올해 나의 화두는 ‘신성장, 신기술’이다. 좀 더 전투적으로 트렌드를 탐구하는 데에 올해의 호랑이 기운을 쏟아 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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