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정치 후진성, 언제 벗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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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정치 후진성, 언제 벗을까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2.01.13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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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택, 지역구 여러 번 옮겨다니며 신의 잃고 적 많이 생겨
국민의힘 정우택·윤갑근 예비등록 후 치열한 공천 경쟁 시작

뜨거워진 청주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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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택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이 다시 금배지에 도전하자 지역 정가가 시끄럽다. 정 위원장은 4선 국회의원에 충북도지사, 원내대표를 지낸 중진 정치인이다. 또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으로 충북 국민의힘을 이끌어가는 인물이다. 그런데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지역구를 여러 번 옮겨 신의를 잃었다. 적도 많이 생겼다. 따라서 새 시대를 향해 가는 이 시점에 정 위원장이 청주상당 재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지역정치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라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제기된다. 물론 일각에서는 힘있는 정치인이라는 찬사도 보낸다.

그는 15~16대 국회의원 선거 때 자유민주연합 후보로 충북 진천·음성에 출마해 당선됐다. 16대 때는 이 지역구에 괴산군이 포함됐다. 19~20대 때는 청주상당으로 건너와 새누리당 깃발을 들고 당선됐다. 제21대 총선 때는 청주상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러자 갑자기 청주흥덕으로 날아가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당시 흥덕구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했던 후배 정치인들을 누르고 공천을 받았다. 당연히 후배들의 불만과 원성이 터져나왔다. 흥덕구 선거 결과 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7만4900표(55.80%)로 1위, 정 위원장이 5만7656표(42.95%)로 2위를 했다. 당선자와 낙선자간의 표 차가 1만7244표(12.85%)나 났다.

그렇게 흥덕구를 차지한 정 위원장은 상당구에 변수가 생기자 다시 상당으로 온다. 묘하게도 비슷한 시기에 민주당 정정순 전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해 9월 1일 당선무효가 확정됐고, 윤갑근 전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은 라임 로비 의혹으로 2020년 12월 구속 기소됐다.

그러자 정 위원장은 “(시민들 얘기가) 잘못된 공천이기 때문에 제 지역구로 돌아가는 게 옳은 길이다. 이것이 상당구민에 대한 도리”라며 상당구 行을 합리화했다. 여기서 잘못된 공천은 21대 총선 공천을 말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정치신인 윤갑근을 전략공천했다. 여기서부터 두 사람은 정치적 경쟁자가 됐다. 악연이 시작된다.

정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7일 충북도청 기자실에서 윤갑근 전 도당위원장을 겨냥해 “출마는 자유다. 제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다만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고, 지난 총선에서 청주 상당구가 원칙 없는 공천 대상 지역으로 꼽혔다는 점을 고려해주기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물교체 내지 세대교체 필요한 시점
 

윤갑근 전 위원장도 이에 질세라 한마디 했다. 그는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지난 11일 중앙당 권성동 전 사무총장이 지난해 12월 최고위원회와 협의 없이 정우택 위원장을 청주상당 당협위원장으로 임명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문제가 있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납득할만한 조치 없이 분란을 막는 차원의 미봉책에 그치면 중앙당에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일부 언론은 권성동 전 사무총장이 최고위원회 의결없이 청주상당, 서울 서초갑, 경남 김해을 등 3곳의 당협위원장을 임명해 당내에서 문제제기를 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최고위에서 당협위원장 임명 건을 보류했는데 권 전 총장 명의로 공문이 나갔다는 것이다. 최고위원들은 이준석 대표에게 진상 파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조직위원장 선출권은 최고위에 있으나 당협위원장은 해당 당협위원회가 뽑는다”고 했지만 일단 시끄러워진 것은 맞다.

정우택 위원장의 상당구 출마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관계자들은 불만을 드러냈다. 민주당 이현웅 서원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28일 자신의 SNS에 “구태정치의 전형적인 인물이 충북정치 1번지인 상당에 출마하는 것이 누구를 위한 선택인지 궁금하다”고 썼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무공천이 정치수준을 후퇴시키는 인물을 무혈입성하게 하는 거라면 민주당도 공천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민주당 공천을 주장하는 건 좀 억지스럽지만 여튼 정 위원장을 비판했다.

그리고 민주당 김형근 전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은 지난해 12월 29일 “정우택 위원장의 재선거 예비후보 등록은 상당구에서 정치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는 한결같은 주민들의 여망에 반하는 것이다. 상당구는 이제 시대의 매듭을 넘어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 그의 출마 시도는 가히 구시대적이라 할 만하다”는 입장문을 냈다.

한편 정의당 충북도당은 지난 6일 “정우택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은 기후위기시대에 탈원전을 반대한다. 강남 부동산부자로 수년 전 관기발언으로 문제가 됐다. 이미 퇴출되었어야 하는 반여성적 정치인이다”고 지적했다. 윤갑근 전 위원장도 라임자산운용 관련 사건에 연루됐고 대법원 판결이 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는다.

한 정치인은 “구시대의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되면 나오는 충북지역은 인물교체 내지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하지만 둘러보면 경쟁력있는 젊은층이 별로 없다. 이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싹수가 있는 사람들을 키워야 하는데 중견 정치인들이 기회를 주기는 커녕 견제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북 정치는 언제 이런 후진성에서 벗어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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