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교차로 상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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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교차로 상념들
  • 한덕현
  • 승인 2022.01.19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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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청주 도심에 설치된 회전교차로의 효과를 수치로 입증하는 뉴스가 지방언론에 일제히 보도됐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로선 평소 느꼈던 생각을 서로 공감하는 것같아 무척 반가웠다. 다른 시·도에 비해 우리 지역에 상대적으로 회전교차로가 부족함을 늘 아쉬워했던 차에 그나마 설치된 회전교차로의 교통사고 감소효과가 검증됐다고 하니 안 그렇겠는가.

한덕현 발행인
한덕현 발행인

잘 알다시피 회전교차로는 교차로 중앙에 원형교통섬을 설치하고 이를 중심으로 시계 반대방향으로 차량이 회전하며 통과하는 교차로다. 교차로에서도 차량이 멈추지 않고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신호등 운용에 따른 대기시간이나 공적 비용 등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출퇴근시간대에는 회전교차로의 필요성이 더 절실해진다. 교차로마다 신호등 앞에서 멈춰야 하는 시간낭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청주시는 현재 주요 교차로 20곳에 회전교차로를 운영 중이다. 2019년 설치된 서원구 남이면 팔봉삼거리와 흥덕구 오송읍 쌍청교삼거리, 그리고 2020년 설치된 오송읍 식품의약품안전처 인근과 청원구 오창읍 양청택지로 등 4곳의 교통사고 발생건수를 조사했더니 회전교차로 설치 이후 무려 89%나 감소했다고 한다. 사망자도 없었고, 부상자는 경상 1명에 그쳤다.

특히 교통사고 다발지역으로 꼽히던 오창읍 양청택지로 교차로는 2018~202016(부상 29)의 교통사고가 발생했으나 회전교차로를 설치한 이후인 2021년에는 단 한 건의 사고와 부상자도 나오지 않았다. 해당 지역주민 만족도 조사에서도 '회전교차로 설치 후 차량 소통이 더 원활해졌다'고 응답한 사람이 85%, '교통사고 위험 감소와 보행자 안전성에 대해 만족한다'고 응답한 인원이 79%에 달했다고 한다.

지난해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가 실시한 '회전교차로 설치 및 개선효과' 조사에서도 회전교차로가 통행시간 21%, 교통사고 발생 24.7%, 사망사고 76%, 사상자 33.1% 감소 등의 효과를 보였다는 것을 보면 회전교차로의 필요성은 이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론 회전교차로라고 해서 만능이 아니고 지역에 따라선 오히려 교통흐름을 방해하거나 사고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어쨌든 총체적으로는 충분히 효과가 입증된 셈이다. 운전의 기본만 잘 지킨다면 회전교차로를 지날 때는 대개 속도를 줄이기 때문에 사고요인도 크지 않다.

그런데도 전국을 다니다 보면 충북은 다른 지역에 비해 회전교차로가 현저히 적음을 인지할 수 있다. 정확한 통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로인한 시간낭비, 세금낭비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앞으로 회전교차로 설치에 더 적극적인 행정을 폈으면 하는 바람이다. 회전교차로는 단순히 교통문제 뿐만 아니라 폭이 넓은 도로 한 가운데에 수목식재가 가능한 교통섬을 설치하는데 따른 도시미관 효과도 크다. 디자인을 잘 고려해 제대로만 설치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여건도 없을 것이다.

청원구 오창읍 양청택지로에 설치된 회전교차로. / 뉴시스
청원구 오창읍 양청택지로에 설치된 회전교차로. / 뉴시스

운전을 하다보면 그야말로 시도 때도 없이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것이 또 있다. 과속단속기다. 마구잡이로 설치하는 것도 부족해 외곽의 주요도로나 고속도로 등의 박스형 무인단속함은 거의 가짜인 경우가 많아 국민들이 공권력의 노리개가 되고 있다는 자괴감마저 들 정도다. 무인단속기를 계속 늘려만 가다 보니 최근엔 단속기를 지나자마자 곧바로 또 단속기가 나타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린이 보호구역이나 과속 우려 구간등 꼭 필요한 지점엔 당연히 과속단속기의 운용이 불가피하겠지만 요즘은 지나쳐도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뜩이나 힘든 국민들의 주머니를 턴다는 볼멘소리가 나올만도 하다. 과속단속기 설치 목적이 사고 예방과 원활한 교통흐름을 위한 것이라면 지금의 실태는 급정거등 혼란을 부추겨 오히려 사고요인이 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과속단속기 전문업체들이 계속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며 홍보하는 것을 보면 당국이 이들 업체의 농간에 놀아난다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한 때 고속도로의 가짜 과속단속기가 국민들의 민원제기로 일제히 철거돼 호평을 받은 적도 있지만 지금은 정반대의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빈껍데기의 가짜 단속기가 운전자를 기망하면서 도로의 미관마저 해치고 있다. 오죽하면 요즘 사석에선 불필요한 과속단속기 철거를 공약하는 대통령후보를 무조건 찍겠다는 말까지 나올까. 국민들의 소확행은 다름아닌 이같은, 하찮고 작은 것들이지만 실질적인 위안과 기쁨을 주는 데서 나오지 않겠는가. 냉정하게 따지면 과속은 교통사고 요인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비중이 크지 않다. 폭주족을 빼고는 음주운전이나 신호위반, 졸음운전 등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성격은 다르지만 요즘 청주시민들의 소확행을 심리적으로 가로막는 것이 또 있다. 이때쯤이면 무심천에서 여지없이 벌어지는 공사행위다. 일반 시민들은 잘 모르겠지만 무심천 인근에 사는 나로서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게 무심천의 끊이지 않는 공사다. 거의 매년 파헤치고 또 메우기를 반복한다. 근자에만도 잔디밭 만든다고 뒤엎고, 하수관로 교체한다고 파헤치고, 무슨 고향의강 만든다고 헤집고, 생태하천 만든다고 포크레인 들이대고, 걷기길 보강한다고 파쇄하고, 나무 심는다고 파내고, 화단 만든다고 흙 퍼나르고... 현재는 보행로와 자전거길을 구분한다며 또 대대적인 공사를 펼치고 있다.

다른 곳도 아닌 도심을 관통하는 하천이라면 5, 10년은 아니더라도 2, 3년 앞을 내다보는 공사를 벌여도 시원찮은 마당에 무심천은 똑같은 지점이 매년 온갖 명목으로 파헤쳐지고 되메워지기를 반복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무심천공사에 현직 자치단체장의 뭐가 있나(?)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숨기지 않는 시민들도 많다. 지방의회가 한번 쯤 모든 공사의 계약과 발주, 예산집행등을 꼼꼼히 살펴봤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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