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는 ‘방심’을 먹고 산다
상태바
화재는 ‘방심’을 먹고 산다
  • 배민기 충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충북재난안전연구센터장
  • 승인 2022.02.09 0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북지역에서 올겨울에도 어김없이 화재로 인한 안타까운 희생이 반복되고 있다. 121일 청주 오창의 배터리 공장 4층 보일러실에 발생한 폭발과 이어진 화재로 미처 대피하지 못한 근로자 1명이 무너진 잔해에 묻혀 숨지고 3명이 대피 과정에서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 3명이 숨진 사고로 인해 전 국민과 유족의 슬픔이 미처 지워지지 않은 시점에서 또 다른 화재로 소중한 목숨을 잃은 것이다. 화재 당시 공장건물에는 40여 명의 직원도 있었다고 하니 자칫 잘못되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배민기 충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충북재난안전연구센터장
배민기 충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충북재난안전연구센터장

여러 재난 유형 중에 화재가 무서운 점은 발생하는 것은 한 순간이지만 고통의 끝은 언제가 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37명 부상, 29명 사망이라는 인명피해가 난 2017년 제천 화재는 4년이 지나 화재 현장은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바뀌었지만, 아직도 손해배상 관련 법정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화재 대응의 최전선에 있는 소방관들의 희생도 너무 크다. 최근 10년간 한 해 평균 572명의 공상자가 발생하였고, 그 간 55명이 순직하여 화재·구조 순직률이 54.5%에 이르며 그 중 현장 활동 단계에서만 43명이 순직하였다.

지난 122일 서울 종로에서는 수백 명의 소방관들이 모여서 우리는 불끄는 기계가 아니라고, 더 이상 죽기 싫다고 외치면서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하였다. 화재로 사망한 사람들의 사연들도 너무도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사고 얼마 전에 대학에 합격하신 분, 결혼을 앞두신 분, 동료들의 목숨을 구하려다 본인이 사고를 당하신 분, 아무도 돌봐주는 분이 없었던 독거노인 등 우리 주변에서 같이 일상을 함께 하던 사람들이다. 이렇듯 화재 사고는 사망자, 유족, 소방관, 지켜보는 국민들 모두에게 지워지지 않는 아픔을 준다.

일상화되어가는 화재는 발생 장소, 시기, 시간을 가리지 않고, 발화 원인도 다양하며 피해 대상도 다양하다. 이는 화재로 위험하지 않은 장소와 시간은 없다는 의미이며, 어느 누가 화재를 당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얘기와 같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가 시작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전국에서 벌써 2,854건의 화재로 182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였다. 집중호우나 태풍과는 달리 화재는 조심하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고, 주로 겨울철과 봄철에 예고되는 재난이라는 점에서 더 기분이 씁쓸하다. 더구나 화재원인이 오로지 돈을 위해서, 자기만 생각한 이해할 수 없는 인재로 밝혀지는 경우는 어이없고 허무하기까지 하다.

화재는 방심(放心)을 먹고 산다는 얘기를 한다. 방심은 염려하는 마음을 놓는다는 의미인데 화재는 한번 마음 놓는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에 예방이 아주 중요하다. 예방의 첫째는 내 가정, 직장, 자주 방문하는 장소에 언제든 불이 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는 것이다. 확률이 낮은 로또 당첨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듯, 한 번쯤 여기서 불이 나면 어떻게 하지 하고 상상해보자.

다음으로는 주변에 화재 원인을 없애고, 초기 대처와 대피는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남이 도와주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작년에 개관한 충북안전체험관도 어린이들만의 공간이 아니니 가족들이 활용해 보는 것도 좋겠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가정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주택, 아파트, 다세대 주택 등 주거지역 화재 발생이 빈번해질까 우려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