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라, 기록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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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라, 기록이 힘이다
  • 김승호 청주 서원고 교사
  • 승인 2022.02.16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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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상담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얘기가 기록하라는 것이다. 자신의 하루 일과를 기록하며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어디에 주로 시간을 쏟았는지 등을 정리하다 보면 자연스레 하루를 반성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특히 요즘 학생들은 휴대폰으로 인해 틈틈이 주어지는 자투리 시간들을 게임이나 SNS로 흘려보내는 일이 많다. 이런 시간 사용을 자각하는 것만으로도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기록을 통해 자신을 파악할 것을 요구한다.

김승호 청주 서원고 교사
김승호 청주 서원고 교사

기록하기의 진짜 힘은 활용에 있다. 임용시험을 준비하기 전 몇 년에 걸쳐 내 일과를 기록했다. 날씨나 계절에 따라 내 컨디션은 어떤지, 집중도나 공부량이 달라지는지를 파악했다. 이를 바탕으로 임용고사를 보는 해에는 내 컨디션에 적합한 계획을 짜고 실천할 수 있었다. 특히 요즘은 개인의 포트폴리오가 모두 무기가 되는 시대다. 기록을 꾸준히 남긴다는 것은 그 자체로 경쟁력이 된다.

기업 입장에서도 기록 수집은 경쟁력이 된다. 내가 접속한 웹페이지는 모두 기록에 남아, 내게 적합한 사이트나 광고를 추천한다. 유튜브를 비롯한 SNS도 내 기록을 모아 새로운 추천 알고리즘을 구성하며 사용자들의 시간을 탐하고 있다. 이렇듯 기업들도 앞다투어 사용자의 기록을 쫓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메타(옛 페이스북)가 어닝 쇼크를 기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애플의 앱 사용자 기록 정책 변화가 치명타의 원인이다. 애플은 아이폰에서 앱을 사용할 때 검색과 방문 기록 등을 메타나 구글 같은 기업이 추적해도 될지 사전에 사용자 승인을 받게 했는데, 그 결과 아이폰 사용자의 95% 이상이 추적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이용자 맞춤형 광고를 하는 메타가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메타 최고재무책임자는 애플의 앱 정책으로 올해 메타의 매출 손실액이 100억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기록 수집이 기업의 매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기록이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정작 기록을 남기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남긴 기록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소수다. 그런 점에서 기록문화 창의도시 청주는 그 특색이 있다. 청주는 기록문화 창의도시라는 이름 아래 지난 2년간 시민의 기록을 장려하고 도시의 여러 기억들을 모아 기록으로 변환하며, 문화 행사들을 기획했다. 여기에 올해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청주기록원이 문을 열었다. 앞서 기록이 개인과 기업 입장에서 얼마나 큰 무기인지를 생각해보면 기록도시라는 비전을 어떻게 키워나갈지 기대가 크다.

그러나 문을 연지 한 달이 지난 청주기록원은 아직도 홈페이지조차 찾아볼 수 없다. 청주 동네기록관들도 정리된 웹사이트를 찾기 힘들다. 시민들과 함께 키워가는 기록문화를 내세우지만, 시민들의 접근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때다. 기록문화를 추진하면서 정작 기록된 사이트들이 없어 시민들이 찾을 수 없다면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겠다.

또 기록 수집을 넘어 활용법을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록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확장성이 무궁무진하다. 단순히 자료를 모으는데 그친다면 기록을 반만 쓰는 것이다. 기록 수집을 과거와 추억의 소재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현재와 미래의 데이터로 나아갈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 돌이킬 필요가 있다. 기록을 빅데이터와 연관된 먹거리로 승화시키겠다는 청주시의 비전이 잘 실현되고 있는 것인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빅데이터 시대에 청주시가 지자체의 기록 활용에 선도적인 모델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청주기록원이 생긴 올해, 청주 기록문화의 도약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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