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싶지 않은 정치인 출판기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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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싶지 않은 정치인 출판기념회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2.02.1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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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 편집국장

 

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정치인들이 으레 하는 행사가 있다. 출판기념회다. 언제부터 정치인들이 자서전을 쓰고 성대한 출판기념회를 열었는지 알 수 없으나 이제는 선거철만 되면 여기저기서 열린다. 몇 년 동안 뜸하더니 올해 들어 다시 출판기념회 붐이 일었다. 더욱이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대부분의 행사가 취소됐는데도 이 것 만큼은 예외다.

새해가 되자 1월 15일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부위원장, 2월 12일 이차영 괴산군수와 이근규 전 제천시장, 13일 박연수 속리산둘레길 이사장 등이 출판기념회를 마쳤고 오는 18일에는 오제세 전 국회의원, 20일 이범석 전 청주부시장, 26일 김진균 전 봉명중 교장과 윤건영 전 청주교대 총장, 3월 1일 심의보 충청대 명예교수의 행사가 예정돼 있다.

이미 행사를 치른 사람들은 북콘서트 혹은 책 사인회 형식으로 진행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 90일 전인 3월 3일 이후에는 출판기념회를 할 수 없게 돼있어 그 이전까지는 이어질 것이다. 아무리 코로나가 극성을 부려도 아마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우선은 책 내용에 대한 진정성 문제다. 자신을 알리기 위한 도구로 책을 출간하는 것이기 때문에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문장은 미사여구가 넘치고 그럴듯한 논리로 포장돼 있다. 실제 당선되면 거의 지키지 않을 약속들이 넘친다. 그래서 정치인의 책을 읽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일부 정치인들은 본인이 쓰지 않고 대필작가에게 맡기고, 일부는 몇 년전 썼던 책을 표지만 바꿔 세상에 내놔 웃음거리가 된다.

또 출판기념회는 합법적으로 선거자금 모으는 창구역할을 한다. 이 행사에 초대받은 사람들은 책 값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낸다. 이 때문에 이름깨나 있는 정치인들은 많은 자금을 모으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가장 합법적으로 돈 벌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이 것이라고 소문이 났다. 그래서 그럴까. 오제세 전 의원과 이근규 전 제천시장은 출판기념회에 초대하면서 못 오는 사람들을 위해 계좌번호까지 적어 보냈다. 당연히 뒷말들이 나왔다.

그리고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는 세 과시용으로 전락했다. 누가, 얼마나 참석했는지가 회자되지만 대부분의 하객들은 인사치레로 갈 뿐이다. 주최측에서 그 많은 참석자가 모두 자기네 편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정치인과 ‘잘 지내야 하는’ 사람들은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행사에 다 참석한다. 누가 당선될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가서 ‘얼굴도장’ 한 번 찍는 것이다.

이제 영혼이 없는 정치인의 책과 형식적인 출판기념회는 그만 보고 싶다. 자신의 정치철학을 지역민들에게 꼭 알리고 싶다면 오랜 시간 생각해서 책을 제대로 써라. 진정성이 느껴지게 써라. 그것도 선거 앞두고 급하게 하지 말고 평소에 하라. 그러면 사람들은 기꺼이 돈을 내고 책을 사서 꼼꼼하게 읽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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