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는 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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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는 보석이다
  • 맹은영 충북도 신성장동력과장
  • 승인 2022.02.23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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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음악 어플에서 추천해준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본다. 최근 90년대 발라드와 우울한 노래를 많이 들었는지 유사곡 추천들이 둠칫둠칫 흥겹게 운전을 하기엔 부적합하다. 얼른 드라이브할 때 듣기 좋은 추천곡들로 전환해본다. 전혀 눈이 올 것 같지 않은 날씨였는데 갑자기 함박눈이 펑펑 내린다. 친구 왈 요새 기상예보 적중률이 거의 100%”라면서 드디어 슈퍼컴퓨터가 열일을 한다, 세금이 아깝지 않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맹은영 충북도 신성장동력과장
맹은영 충북도 신성장동력과장

다들 눈구경에 차량 속도가 느려지는 건지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네비게이션이 갑자기 추천경로를 바꾼다. 세상에, 오히려 시간이 5분이나 단축되었다. 친구와의 수다 중 갑작스런 엄마의 요청으로 식료품 몇 개를 집으로 배송시키려는데, 최근 내가 사려고 눈여겨봤던 냉동식품이 시간 한정 특가 세일한다는 알림까지 뜨면서 득템의 기쁨도 얻었다. 이렇게 오늘도 음악, 이동경로, 식당, 쇼핑 등 핸드폰 추천 속에 하루를 보낸다. 추천의 늪에 빠져 내 월급통장도 가벼워지는 것 역시 순식간이지만 이런 취향저격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을까.

과거에는 근거 없는 추측이나 그럴싸한 논리, 때로는 관습이 먹히는 시절이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누군가의 일상 속 패턴과 취향을 파악하는 데에 데이터가 그 시작이 되는 세상이 되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적된 나의 습관과 행동들이 나를 대표하고, 그것들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온-오프라인이 연계된 활동이 자연스러워지면서 정부 역시 경제 전반과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디지털 대전환 프로젝트이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기업의 수익 모델, 운영 방식, 문화, 전략뿐만 아니라 사회 시스템까지도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이다.

그 일환으로 추진 중인 대표적인 사업이 데이터 바우처지원사업이다. 기업이 제품 개발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구입하거나 가공하는 데에 드는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데이터 공급기업과의 매칭도 포함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아기가 우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가정방문으로 수집한 아기 울음소리를 기반으로 한 울음 분석 서비스나 1인 여성가구의 안전을 위해 현관 앞 영상정보를 수집하여 이상상황을 감지하는 솔루션이 개발되고, 강수량 등 날씨와 시간대별 하수 맨홀 수위를 분석해 홍수에 사전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나왔다고 한다. 바람이나 파도, 수온 등 해양데이터와 파도에너지 데이터를 확보·가공해 서핑이나 스쿠버다이빙 등 해양레저를 즐기기 위한 적정 날씨를 알려주는 어플도 인기란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실행방법 도출에 필요한 데이터를 어디에서 어떻게 수집해야 할지 난감했던 기업들에게 컨설팅부터 데이터 공급기업 매칭까지 도와준다니 이것보다 좋을 게 어디 있을까.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 2020년의 경우 바우처 지원을 받은 기업의 72.2%가 수도권 기업이라는 점과, 최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설문 결과 디지털 전환에 무관심하다고 답한 기업이 32.4%나 된다는 점이다. 디지털 전환은 단순 신기술을 도입하는 문제를 넘어 고객의 기대나 기업 생태계의 변화를 기업이 직접 확인하고 생존을 고민하는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체감도가 높지 않다는 점은 좀 당황스럽다.

피할 수 없는 변화라면 적극 그 바람을 맞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충북도의 역할은 지역기업들에게 그 바람을 피하지 않고 맞닥뜨릴 수 있는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일이고, 적극적인 정보 공유와 관련 기관과의 협업으로 시작해보고자 한다. 최근 어떤 글에서 읽은 데이터라는 원석을 보석으로 만들고픈 수많은 기업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말이 오늘따라 뭉클하게 떠오른다. 내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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