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없는 지역중심 통합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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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없는 지역중심 통합케어?
  • 김영옥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상임대표
  • 승인 2022.03.0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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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술의 발달로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늘어난 기대수명이 결코 늘어난 건강수명은 아니며, 오히려 둘 사이에는 반비례가 작용한다는 사실은 늙어가는 많은 이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특히 자원을 충분히 갖지 못한, 아니 평생 자원다운 자원을 가져보지 못한 채 분투하며 나이 든 이들의 경우 이 격차는 더 심해질 수 있다. 이런 계층을 중심에 두고 노년기 삶의 안전과 평안을 도모하는 게 사회와 국가의 책임이다.

김영옥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상임대표
김영옥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상임대표

WHO는 건강 노화(healthy ageing)를 초고령사회 정책 수립 목표로 설정하고 노년이 되어도 웰빙이 유지되는 조건과 환경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노년으로 잘 사는 것은 생애 전체를 두고 볼 때 잘 늙는 것이며, 이것은 또한 잘 죽는 것과 들숨·날숨처럼 이어져 있다. 고령자가 늘어나면서 한국에서도 지역 중심 통합케어 논의를 많이 한다. ‘지역 중심임을 강조하지만, 통합케어가 지향하는 통합은 여러 측면을 아우른다. 생애단계 전체를 아우르는 돌봄이나, 구체적인 필요가 있을 때 돌봄이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는가도 통합케어 논의의 중요 사안이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논의되는 노년돌봄 정책의 핵심도 통합돌봄이다. 노년들과 보호자들은 예를 들어 방문요양과 방문목욕, 방문간호, 주야간보호, 단기보호 등 다섯 가지 재가급여 서비스를 통합해서 받기를 원하는가 하면, 병원이나 시설이 아니라 살던 곳에서 통합돌봄 서비스를 받기 원했다. 대선후보들 모두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와 장기요양시설 공공화를 통한 질 높은 통합돌봄 서비스를 약속했지만, 그러나 지역 중심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빠져있었다.

2021년 모의사업으로 수행된 의료-요양-예방 통합판정체계 역시 새로운 장기요양 패러다임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생애단계의 맥락에서 노년들과 보호자들의 필요를 중심에 두고 케어 플랜을 짜려는 전환 시도이기도 하다. 이 체계는 소위 정상-전노쇠-노쇠-장애-와상으로 이어지는 신체 변화에 따른 두 필요의 축, 즉 의료와 돌봄의 필요를 통합적으로·연속적으로 만나게 하고자 한다.

그러나 보건과 복지가 만나고, 의료와 요양이 만나 노년의 돌봄 필요가 책임 있게 채워지려면 그 둘을 잇는 지역이 있어야 한다. 2021년 전국 9개 지역에서 수행된 모의사업의 결과를 발표한 건강보험연구원 장기요양연구실 센터장 한은정은 바로 이 지역의 부재를 지적한다. 지역의 부재가 현재 이 체계의 가장 큰 한계라는 것이다.

(요양)병원과 장기요양(특히 재가서비스), 그리고 지역돌봄, 이렇게 세 케어 거점에서 의료와 요양/돌봄이 잘 순환되면 노년은 지역에서 살다 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지역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가. 우리는 자신을 어떤 관점에서 지역주민으로 인지하고 느끼는가. 서로 잘 모르는 사이라 하더라도 지역주민들의 삶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야 지역이 통합케어의 중요 거점이 될 수 있을까. 현재 복지전문가들은 서울의 경우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를 하나의 단초로 언급하고 있는데, 찾동이 미래를 약속한다면 다른 소외된지역들에서는 이런 형태의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런 질문들을 앞두고 나 스스로에게도 묻는다. 나의 지역주민 정체성은 무엇인가, 나는 지역주민으로 무엇을 하고 있으며, 할 수 있으며 하고 싶은가. 지역주민으로 늙어갈 때 내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다른 지역주민들의 자원은 무엇인가. 랜선 깔 듯이 마을만들기를 사업으로 추진할 게 하니라, 각자 자신이 사는 지역을 좀 더 자세히 살피고, 이곳에서 가능한 지역주민의 역할이나 기능을 가늠해보자고 제안한다. 그래야 지역 중심 통합케어의 꿈이 공상 아닌 현실로 구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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