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기자의 '무엇'] 각자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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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의 '무엇'] 각자도생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2.03.0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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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힘은 세다. 개발세력들은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한번 계획이 세워지면 어찌됐던 추진된다. 세월이 지나 수장이 바뀌어도 변함없이 진행한다. 그럴 때마다 힘이 빠진다. “원래 그런 줄 몰랐어?”라고 누군가는 비웃는다. 그래 몰랐다. 개발의 힘이 그리 센 것인지.

개발을 하면 다 좋아야 하는 데 좋은 사람만(가진 사람만) 좋다. 모든 개발의 메커니즘이 그렇다. 많이 가진 자는 더 많이 갖게 된다. 그게 자본주의의 원리다. 최근에 알았다. 나는 너무 순진했다.

가령 정부에서 코로나 위기로 돈을 풀게 되면 어떻게 될까. 돈은 순환하지 않는다. 가난한 자가 지원받는 금액이 많다고 하더라도 결국 낮은 금리를 활용해 돈을 빌려서 투자를 한 부자들이 더 부자가 된다. 비트코인에 초창기 투자자나 코로나 위기 때 과감한 주식투자를 해서 인생을 역전시키지 않았다면 늘 가정경제는 쳇바퀴를 돌게 될 것이다. 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현금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있으니까.

아니면 개발지의 부동산을 미리 알고 선점해서 부를 일으켰던가. 그도 아니면 적어도 집 한 채는 자가로 보유하고 있어야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았을 것이다.

경제정책은 사람마다 원하는 게 다 다르다. 집 한 채 있는 사람은 두 채, 세 채를 사서 부를 창출하고 싶고, 집을 많이 가진 사람은 세금이 오르지 않기를 바란다. 집이 없는 자는 집값이 폭락하기를 기대한다. 갖가지 셈법이 다르다. 그래서 정책으로 모두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개발 또한 마찬가지다. 개발을 해야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 그린벨트로 묶였던 지역이 해제되면 값이 고공행진한다. 산업단지로 개발계획이 접수되면 무조건 토지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자가 웃게 된다. 가장 비참한 사람은 종중의 땅에 대대로 살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갈 곳이 없다. 집이 자가가 아니기 때문에 보상액 또한 턱없이 적다. 누군가는 개발로 부를 창출하고, 누군가는 개발로 인해 최소한의 삶의 유지마저 힘들어진다. 개발로 생기는 이 같은 부조리에 대해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개발은 정말 지역발전을 가져올까. 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해 우리는 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까. 누군가는 금을 그리고, 개발을 하고 막대한 이익을 가져가는데 누군가는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이 불공정한 게임에 아직까지 우리사회는 아무런 해답이 없다.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의 문제로 넓혀 봐도 모순은 계속된다.

더 많이 가진 서울이나 수도권엔 또다시 대규모 주택단지가 조성되고, 열차가 뚫리고 생활 및 기반여건이 점점 좋아진다. 반면 지방은 점점 쪼그라든다. 지방은 그래서 마치 전통시장같다. 점점 쇠락하는 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수혈만 하는. 누군가는 각자도생의 시기라고 했다. 혼란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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