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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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만나고 싶다
  • 서정민갑 대중음악 의견가
  • 승인 2022.03.09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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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내내 아팠다.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공황 때문이었다. 13일 저녁 갑자기 공황 발작이 찾아왔고, 한 달 넘게 후유증이 이어졌다. 평생 아무 문제 없던 호흡이 잘 되지 않았다. 호흡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아 자주 잠을 설쳤고, 신경을 쓰면서 뭔가를 하면 금세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원고는 겨우겨우 썼고, 책 읽는 일도 조심스러웠다.

서정민갑 대중음악 의견가
서정민갑 대중음악 의견가

그런데 이 이야기를 소셜미디어에 올렸더니 많은 이들이 걱정하고 응원하는 이야기를 남겨주었다. 자기도 공황을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다며 조언을 해주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아파본 사람은 공감할 거다. 병을 낫게 하는 건 약과 휴식이지만, 동병상련의 위로가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나는 직장에 다니지 않고, 동네에서 자주 보는 사람도 거의 없다. 함께 공부하고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이 있고, 이따금 만나는 이들이 있긴 하지만, 가족 아닌 사람들에게 보살핌 받는다는 느낌을 경험한 적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무척 많은 이들이 걱정하고 위로해준 덕분에 아주 헛살지는 않았구나 싶었고, 얼른 나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의 한국 사회는 동네 사람들이나 친척, 직장 동료가 가까운 사이였다면 이제는 관심과 지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묶이는 편이다. 물론 다른 관계가 더 중요한 이들도 많을 것이다. 어쨌든 이렇게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중요하다. 혼자 있지 않고 함께 있으며, 함께 있을 때 안전하고 존중받는다는 느낌과 인식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사회의 기본이다. 나는 아프고 나서 내가 연결되어 있는 사회의 실체를 잠시나마 마주할 수 있었다. 덕분에 외롭지 않게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갈수록 개인주의화 되는 추세다. 어쩌면 결혼을 하지 않고, 출산을 하지 않는 경향의 원인 중에는 갈수록 개인주의화 되는 사회의 영향도 조금이나마 있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이번 대선에서도 거대 양당 후보들은 다들 나의 행복에 대해 이야기 했다. 물론 는 행복해야 한다. 사회를 위해 나의 행복을 유예하거나 포기해서는 안된다. 그래야 한다고 요구해서도 안된다.

하지만 대통령 후보라면 큰 그림도 함께 그려야 하지 않았을까. 개인의 행복과 공동체/사회의 행복을 분리시킬 수 없으니, 나의 행복에서 끝나지 않고, 우리가 함께 행복해야 한다고 말해야 하지 않았을까. 나로 행복한 것도 중요하지만, 수많은 나들이 연결되어 우리가 되고, 서로가 서로를 돌보고 살펴야 한다고, 그런데 왜 우리가 되지 못하는지 묻고, 우리가 어떻게 만나고 이어질 수 있는지 이야기 했어야 하지 않을까. 당연히 우리는 모두 다른 존재이지만, 만나지 않고 모이지 않으면 살 수 없다. 계급/민족/세대/성별/성적지향/종교/지역/취향이 모두 다르지만 지금 우리는 한 나라에서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만큼, 공통점도 찾아봤으면 좋겠다. 지금 서로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 하고 나누며 우리가 되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뮤지션이 다르고, 남는 시간을 활용하는 방식이 다르며, 존경하는 정치인이 다르더라도 피부색이 같다거나 국적이 같다는 것 말고, 더 다양한 공통점을 찾아봤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에게 무엇이 간절한지 이야기 하면서 손을 잡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가 만났을 때 절대로 나이 순으로 줄을 세우거나, 차이를 차별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새로운 사회,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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