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선거 기간 후보자들을 둘러싸고 역대 최고의 비호감 선거라는 오명 속에도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장을 찾았다. 역사 이래 최악의 코로나19 감염병 사태에도 감염 확진자까지 적극적으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그러나 선거 관리를 적법 공정하게 처리해야 할 중앙선거관위원회가 유권자들의 신성한 권리 행사에 뒷받침 하지 못했다. 지난 4일과 5일 실시된 사전투표 과정에서 관내외 투표용지가 섞이면서 폐기 후 재투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또한 격리 대상자들의 투표용지가 허술하게 관리돼 특정후보에 기표된 투표용지가 다시 배포되는 등 중앙선관위의 사전투표 관리부실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투표용지가 쇼핑백이나 바구니, 택배박스 등에 담겨 보관되는 등 전국 곳곳 투표소에서 물의가 빚어져 항의가 빗발쳤다. 과도한 대기시간으로 확진자가 쓰러지는 일도 발생했다.
그런데도 이번 사태에 대한 중앙선관위원장과 사무총장의 태도는 오히려 안일하고 고압적인 것 같다. 5일 중앙선관위를 항의 방문한 야당 의원들에 따르면 김세환 사무총장은 확진자들이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겠다고 ‘난동’을 부렸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사실이라면 유권자의 당연한 권리 앞에 귀를 의심케 하는 망언을 한 것이다.
하지만 노정희 선관위원장은 본 투표일 전날인 8일에야 얼굴을 드러내고 사과와 철저한 관리를 약속하는 특별담화를 발표했다. 사태 책임과 거취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6일 발표된 사과 및 보완 입장문은 선관위 명의였다.
결국 시민단체들에 의해 노 위원장 등은 직권남용·직무유기·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당했다. 시도 선관위가 요청한 사전투표 준비 강화를 묵살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러다보니 준비 소홀을 의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부정 투표가 가능하도록 여지를 두려한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들린다.
이런 의혹의 배경은 노 위원장이 진보성향 변호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특정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전원합의체 사건 주심으로서 무죄 취지 판기환송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권순일 전 중앙선관위원장이 김 사무총장을 임명하고 사퇴했다는 점 등이다.
차제에 중앙선관위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할 것 같다. 선거관리위원회법에 따르면 중앙선관위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으로 구성된다.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쳐 임명‧선출 또는 지명토록 되어있다. 이 중 중앙선관위원장은 관례로 대법관이 맡아오고 있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임명하는데, 선관위원을 중복 지명하고 있어 청와대 눈치를 보게 된다는 해석이다. 여기에다 여당 몫 선관위원도 더하게 돼 중립성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선관위원 지명을 없애고 한국선거학회 등의 추천을 받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