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미래에 살고, 부모는 과거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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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미래에 살고, 부모는 과거에 산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2.03.10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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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면 반복되는 신학기 증후군 극복 방법은
[인터뷰] 교육심리 상담 전문가 김복미 박사

3월은 두려움과 설레임을 동시에 안겨다준다. 3월에는 새 학기가 시작되고, 봄이 시작된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우리는 늘 접두사 를 붙이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그만큼 3월은 속도가 빠른 계절이다. 올해 3월은 더 유난스럽다. 대선 외에도 비대면에서 대면수업으로 전환되면서 각 학교와 캠퍼스가 분주해졌다. 이 변화무쌍한 시기에 우리의 마음 건강은 어떻게 지켜야 할까.
 

김복미(47) 박사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이후 충북대에서 교육심리 및 상담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1년 석사시절부터 청소년 상담을 시작했으니 벌써 이 길에서 20년 이상 이력을 자랑한다. 그를 찾아오는 이들은 대부분 마음이 아픈 이들이다. 하루하루 사는 게 벅찬 아이들이 많다. 물질적인 풍요가 넘쳐나더라도 아이들의 마음은 점점 빈곤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인내심이 많고 잘 참는 아이들이 인정을 받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변화에 민감하고 자기 자신을 잘 알아채는 게 미덕이에요. 전에는 몸이 아파도 학교에 가야했지만 지금은 그런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가 되죠. 배려심이 없는 아이가 돼버리죠. 정말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사회의 인식들이 많이 바뀌었어요.”

 

교육심리 상담 전문가 김복미 박사
교육심리 상담 전문가인 김복미 박사는 신학기 시기 아이들의 마음상태를 잘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커튼이 젖혀진 세상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사람들은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또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잘 몰랐던 다른 이의 사생활을 쉽게 엿볼 수 있게 됐다.

전에는 커튼이 쳐져있었다면 이젠 확 열리게 된 셈이죠. SNS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요. 이제는 핸드폰만 열면 나보다 훨씬 더 많이 가진 이들이 눈에 보이잖아요. 원래 그들은 그곳에 있었는데 말이죠.”

그래서일까. 어른도 아이도 자꾸만 다른 이와 비교를 하게 된다. 심리적인 불만이 증폭된다.

아주 유명한 실험이 있어요. 커튼을 쳐놓고 한 쪽은 새 장난감을 주고 다른 쪽은 헌 장난감을 주었어요. 아이들은 두 그룹 모두 아주 즐겁게 놀아요. 일정시간이 지나 커튼이 젖혀지면 헌 장난감을 갖고 놀았던 아이들이 갑자기 엄청 불행하다고 느껴요. 바로 직전까지 헌 장난감으로 행복해했는데 말이죠. 지금 세상이 딱 그래요.”

3월이면 신학기 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새로운 시작을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다.

1, 1, 1은 특히 부모와 주변인들이 아이를 잘 살펴봐야 해요. 초등학교 1학년의 경우 한번은 부모가 직접 교실까지 데려다 주는 게 필요해요. 1의 경우 대인관계를 잘 살펴봐야 하는데 급식을 누구랑 먹는지, 급식 먹으러 가는 길에 누구랑 같이 가는 지 등 구체적으로 인물이나 과정을 파악해야 하죠. 친구 이름을 잘 기억했다가 구체적인 질문을 해야 합니다. 00친구는 무얼 좋아하고, 어떤 아이인지 물어봐야해요. 친구의 성향을 보면 내 아이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학기 초에 교사들은 학부모와 상담시간을 가진다. 이럴 경우 어떠한 질문을 해야 할까.

김 박사는 초등학생의 경우 아이가 어떤 아이랑 친하고, 어떤 과목을 좋아하는 지, 발표시간엔 어떻게 하는 지 등 생활적인 질문을 해줘야 해요. 저학년의 경우 화장실에 언제 가는지 어떻게 가는지도 점검해봐야죠. 중학교도 누구랑 친한지부터 다른 과목 선생님들은 아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 등을 물어봐야겠죠. 남녀공학의 경우는 이성친구를 어떻게 대하는 지도 알아봐야 하고요. 질문을 좀 구체적으로 해야 해요. 고등학교는 사실 거의 전화를 안해요. 전화 받는 걸 부모도 아이도 좋아하지 않아요라고 실례를 들어줬다.

 

다양성을 인정하라

 

이어 그는 지금은 각 학교에 진로상담교사가 있고, ‘(Wee)클래스를 통해 정서적인 부분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주고 있어요. 아이들 대상 각종 검사도 많이 진행하고 있고, 위험군고위험군 관리도 따로 하고요. 전에는 상담을 하자고 하면 내가 뭔 문제가 있나하는 반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보편화됐어요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년 째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만나고 있다. 신흥고에선 교육심리상담 전문가로 아이들의 진로에 대해 코칭해주고 있다. 또 대학에선 교육이수를 한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한 생활지도 및 상담가족상담’‘집단상담수업을 하고 있다. 2017년엔 책 빛나는 에듀케이션을 발간하기도 했다. 이렇게 바쁜 틈에서도 그는 시간을 내 소년원의 아이들을 상담하고 있다.

청주 미평학교 아이들을 보면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은데 지레 자기 인생을 포기해요. 소년원을 나와 대학을 갈 수도 있고 직업을 가질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런 제도에 대해 전혀 몰라요.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상담 봉사를 하고 있죠.”

그가 상담을 시작했던 2000년대 초반과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일단 아이들의 생각이 정말 다양해졌어요. 정말 무지개색처럼 다 달라요. 그런데 부모들은 여전히 흰색이냐 검은색이냐 만을 따지고 있죠. 열심히 일해서 성공하는 시대가 아니라고 하잖아요. 아이들의 특성에 맞는 개별성, 감수성, 민감성을 인정해주는 게 필요해요. 부모의 관점으로 계속 잣대를 들이대면 아이들과 점점 소통하기가 힘들어지죠.”

마음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사회. 우리는 모두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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