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 블록체인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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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과 블록체인 이슈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2.03.16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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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투표 위한 중앙선관위 ‘K-VOTING’ 시스템 구축
세계적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 움직임… 윤 “네거티브 규제” 입장

재테크가 필수인 시대다. 경제의 불확실성과 나도 자칫하면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사람들의 쌈짓돈이 재테크 시장으로 물밀 듯이 쏟아진다. 또한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 영혼까지 끌어 쓴다는 ‘영끌’ 등의 신조어도 일상처럼 쓰이고 있다.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요즘엔 삼삼오오 모이면 온통 재테크 얘기뿐이다. 재테크에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전통적인 방식의 저축, 주식, 펀드, 부동산 그리고 암호화폐 등이 있다. 2022년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 NFT가 주목받는다. 다만 어떤 방식이든 누가 추천한다고 해서 덮어놓고 시작하는 것은 위험하다. 단돈 1000원을 투자해도 정보수집과 자기 판단이 필요하다. 이젠 누구에게나 재테크가 필요하지만 투자와 투기를 혼동하면 자칫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2020년 미국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공화당 내 경선과 대선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실험을 했다. 이후 유타주에서는 5월에 블록체인 앱 ‘보아츠’를 활용한 지방선거를 진행했다. 사용자가 앱을 통해 휴대폰 번호를 인증하고 안면인식·지문 등 생체 데이터로 자신을 증명한다. 앱에서 투표를 마치면 내용은 선관위 데이터베이스에 전송된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에스토니아, 스페인, 인도, 호주 등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선거를 진행하고 있다.

블록체인 투표는 선거비용을 절약하고 기존 전자투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선거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이번 20대 대선에서 투표와 개표를 위한 선거 물품과 시설, 인력을 비롯한 선거보조금으로 잡힌 예산은 4210억원에 달했다. 더구나 이는 투표율 100%를 가정하고 잡은 예산이기 때문에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들로 인한 비용은 버려지는 셈이다. 이번 대선의 투표율은 77.1%. 약 968억원의 선거보조금이 낭비됐다. 블록체인 투표는 이 비용을 절반 이상 줄여준다.

중앙선관위 ‘K-VOTING’ 도입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블록체인 전자투표 방식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8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투표시스템 ‘K-Voting’의 개발을 완료해 같은 해 11월부터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주로 주주총회, 학교·아파트의 대표자 선거 등에서 많이 사용됐다.
이를 통해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난해에는 시스템 추가 개발을 추진했다. 개선된 ‘K-VOTING’은 1000만명 이상 투표가 가능하다. 선관위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공직선거 도입은 이르다는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공직선거 전자투표 도입은 국민적·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신중한 검토를 거쳐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런 가운데 최근 몇 년간 치러진 선거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시도들이 계속됐다. 특히 당내 경선에서 관련 기술이 활용됐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민주당 내 경선에서 이광재 의원(민주·강원 원주시갑)은 블록체인 투표로 정책을 평가받았다. 참여자들에게 디지털보좌관 지원자격을 부여하고 NFT등을 발급하기도 했다.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경선 등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투표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가운데 이번 대선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된 암호화폐, NFT, 메타버스 등에 대한 다양한 공약들이 발표됐다. 특히 암호화폐, 토큰 등 가상자산 과세는 화두였다. 이에 대해 윤석열 당선인은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네거티브 규제는 법률이나 정책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규제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이는 포지티브 규제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포지티브 규제는 법률이나 정책에 허용되는 사항을 나열하고 그 밖의 것을 허용하지 않는 방식이다.

윤 당선인이 내놓은 공약은 ▲비과세한도 현행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 ▲가산자산공개(ICO)를 거래소발행(IEO)부터 도입해 허용 ▲<디지털자산 기본법>제정 ▲디지털 산업진흥청 설립 ▲대체불가능한토큰(NFT)시장 활성화 ▲해킹 등 위험 대비 보험확대 ▲은행과 연계한 가산자산 전문금융기관 육성 등이다.

윤 당선인이 선거 기간 중 가상자산 관련 공약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 당선인이 선거 기간 중 가상자산 관련 공약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가상자산 투자 활성화

구체적으로 현행 가상자산 투자 수익에 대한 과세는 2023년 1월부터 시행된다. 비과세 한도는 250만원으로 그 이상은 기타소득세로 분류돼 수익의 2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즉 250만원 이상 벌면 약 50만원이 세금이다. 본래 과세 시점이 2022년 1월부터였는데 과세 인프라 부족, 투자자보호법 부족 등을 이유로 1년 미뤄졌다.

하지만 별 대안이 나오지 않아 제도 시행을 두고 우려가 계속됐다. 이 때문에 20대 대선에서도 주요 정당 후보들이 개선된 공약을 냈다. 윤 당선인은 “비과세 한도를 주식과 같은 5000만원으로 높이고 과세시점은 늦추겠다. 투자환경을 먼저 개선한 후에 과세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ICO를 허용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가산자산공개를 의미하는 ICO는 백서를 공개한 후 신규 암호화폐를 발행해 투자자들로부터 사업 자금을 모집하는 방식이다. 투자금이 현금이 아니라 비트코인·이더리움 같은 가상화폐로 받기 때문에 국경에 상관없이 전 세계 누구나 투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상장에 성공하고 거래가 활성화되면 높은 투자 실적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잘 모르면 위험도가 높다. 주식과 다르게 증권사 등 공개 주관사가 존재하지 않고 사업주체가 직접 판매한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주식을 공개하는 IPO와 달리 상장기준이나 규정이 없어 사업자가 규칙을 만들어 자유롭게 자금을 모집하는 점도 위험성으로 꼽힌다.
 

 

이에 우리나라는 2017년 9월부터 모든 ICO를 금지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상당수 암호화폐 상장사들이 싱가포르 등에 등록한 뒤 거꾸로 국내 거래소로 들어오는 일이 늘었다. 이를 국내 상장사가 발행한 암호화폐라는 의미로 ‘김치코인’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개중에는 ‘테라’, ‘루나’와 같이 현재 전 세계 거래 규모 10위권에 포함된 성공한 코인들도 많다.

특히 테라와 루나는 경쟁력 높은 코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테라는 티몬 창업자 등이 모여 만든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원화·엔화·미국 달러 등 다양한 법정 화폐와 연동돼 일정한 교환 금액을 꾸준히 유지시켜 주는 스테이블코인이다. 루나는 테라의 가격 안정화를 만들어진 코인이다. 만약 테라 값이 오르거나 내리면 루나를 발행·소각해 값을 유지한다.

그래서 윤 당선인은 이런 암호화폐들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며 “거래소가 코인을 검증하는 식의 발행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업계에서는 기대 반 우려 반인 상황. 한 관계자는 “신생 기업들의 자금 조달 문턱을 크게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거래소에서 검증을 거치더라도 자금을 조달한 업체가 당초 백서대로 이행하지 않고 개발을 게을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 거래소가 일일이 관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역사적 변곡점

국내 업계에서는 코인 발행이 가능해지면 가상자산업계가 성장할 수 있고, 특정 코인에 대한 검증 단계가 생기는 만큼 투자자 보호 장치가 두터워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런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암호화폐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된다는 예측도 나온다. 러시아는 블록체인, 암호화폐 기술이 실생활에 깊숙히 자리 잡은 국가다. 무리한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가 30% 이상 폭락해 파산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임에도 러시아가 사태를 끌고 가는 것은 이 배경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러시아인들의 사재기가 한창이다. 암호화폐의 가격이 급등하는 움직임도 있다. 하지만 이를 견제하기 위해 14일 EU에서 ‘비트코인·이더리움의 거래 금지 규제안’을 내놓으면서 다소 주춤하고 있다. 규제안은 “EU에서 발행 및 거래되는 암호화폐 자산은 최소한의 환경 기준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며 이들 코인이 기준에 미흡하다고 언급했다. 비트코인·이더리움을 채굴·거래하기 위해서 소모되는 자원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있다.

앞으로 이 문제는 유럽의회에 상정되면 논의를 거쳐 가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이미 가상자산에 투자한 개인이 적잖고 기관투자들도 많아 안건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가산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CoinDesk)는 “발표 이후 비트코인은 지지선을 확인하는 전형적인 약세 패턴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이후 저점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번 규제로 인해 하방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존폐의 위기인 상황에도 가상자산이 여전히 주식 등 전통적인 자산 투자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미국은 러시아 암호화폐의 거래를 차단하는 핀셋규제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현재 암호화폐 시장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무시하기는 어려운 상황. 러시아는 비트코인 채굴분야에서 세계 3위를 기록했다. 관심에 힘입어 러시아인이 개설한 가상자산 지갑은 1200만개, 예치금은 239억 달러(29조원)가 넘었다.

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는 탈중앙화가 핵심이다. 그런데 공권력으로 이를 무력화한다면 신뢰와 매력은 크게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핀셋규제 등의 방안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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