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과 정시 확대,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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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과 정시 확대,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 김승호 청주 서원고 교사
  • 승인 2022.03.23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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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8, 3 담임으로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보는 학생들 응원을 나갔다. 코로나로 인해 예전같은 시끌벅적한 수능 응원은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많은 고3담 임 교사들이 고사장 앞에서 제자들을 맞이했다. 고사장에서 현재 근무학교 학생들 뿐 아니라 이전 근무학교 제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날씨는 추웠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상당수가 밝았다. 이미 수시에 합격해서 굳이 수능 시험을 볼 필요가 없는 학생들도 시험을 보러 왔다. “그냥 쉬지, 왜 왔냐는 질문에 그들은 인생의 경험이잖아요라고 웃으면서 시험장으로 향했다.

김승호 청주 서원고 교사
김승호 청주 서원고 교사

요즘 학생들에게 수능은 그렇게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 같다. 특히 수시로 진학하는 학생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지난 해 우리 반 학생들도 24명 중 19명이 수시로 대학에 진학했다. 이 학생들은 수능 시험을 경험이나 수험생 할인을 위해서 신청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응시한다. 그 하루에 마치 인생이 걸려있던 것처럼 여기던 예전에 비하면 더 나은 현상 같기도 하다.

오죽하면 수시합격생들이 수능시험을 보지 않을까 걱정한다. 2020학년도 수능을 앞두고는 이 걱정이 언론에 등장하기도 했다. 감염에 대한 염려 때문에 학생들이 수능을 보지 않을까 고3 담임들은 전전긍긍했다. 언뜻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학생들이 수능을 안 보는 것을 왜 걱정할까?

수능 등급은 상대평가이기 때문이다. 전체 학생 대비 비율에 따라 등급이 나온다. 예를 들어 1,000명이 시험 볼 때 4%40명이 1등급을 받는다. 그런데 41등부터 1,000등까지 학생 중 시험점수가 상관없는 100명이 시험을 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전체 숫자가 줄면서 1등급 숫자도 36명으로 줄어든다. 37등부터 40등은 2등급으로 밀려나게 된다. 자신의 실력과 점수는 그대로인데 응시자 수가 줄면 불리해진다. 이렇게 되면 수능 최저등급이 필요한 학생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 수능 응시자가 줄어들까 걱정했던 이유다.

결국 수능 원서 접수자 54만여 명 중 5만여 명이 미응시하면서 2020학년도 수능은 역대 최초로 50만 명 선이 무너졌다. 응시 문제 뿐 아니라, 학생 수 저하 현상도 큰 영향을 끼쳤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수능은 응시자 수가 줄어들면 들수록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 낮은 출산율로 학생 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현행 수능 체제는 그들을 더욱 가혹하게 몰아붙일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현장에서 느낄 때, 수능 시험은 그 생명력이 거의 다 해가고 있었다. 그런데 대입 공정성 논란이 화두가 되더니 다시 수능으로의 회귀가 일어났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정시 확대를 주장했다. 새 정부가 말하는 정시 확대가 현재의 오지선다형 시험과 9등급 체제를 단순 확대하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최근 충북의 수능 시험 성적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시험성적이 실력이라는 말은 일리 있다. 다 함께 보는 시험에서 왜 충북만 뒤처지냐는 지적도 있는 것으로 안다. 고등학교 교사로서 그 지적이 아프게 들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논란에 힘이 빠진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뛰어가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 학력을 포기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이것 아니면 저것의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 정시와 수시, 지식과 역량을 함께 갖출 수 있는 새로운 상상력이 교육계에 요구되는 것 같다.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새 시대에 맞는 수능 개편과 그에 맞는 실력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 2028년에 도입 검토 중이라는 서술형 수능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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