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많은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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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많은 것이 가능하다
  • 맹은영 충북도 신성장동력과장
  • 승인 2022.03.3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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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청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청주 토박이다. 누군가에게 고향을 소개할 때 청남대와 직지, 오송역 등 지역을 대표할 몇 가지가 있어 괜히 뿌듯할 때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청주와 충주를 헷갈리고, 청주가 있는 곳이 충남인지 충북인지부터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하긴 내 생활 자체에는 불편함은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청주도 4차선도로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시골 읍내 분위기가 연출되는, 특색 있는 무언가를 만들지 못하는, 점점 더 낡아가는 도시가 되는 듯한 아쉬움이 있다.

이런 걱정이나 불평들은 생활이 아니라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도드라진다. 우리 지역으로 기업이나 기관을 유치하기 위한 미팅자리 또는 정부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부처에 사업설명하기 위한 자리들이 대표적이다. 청주보다 더 좋은 곳도 많은데 왜 거기로 가야하냐는 질문에 겉으로는 자신 있게 우리 지역의 장점을 쏟아내지만, 수도권이나 대도시의 화려한 정주여건과 비교하는 상대방을 설득하는 데에 한계에 부딪히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나 역시도 수도권이나 세종이나 송도와 같이 잘 만들어진 계획도시를 내심 부러워하기도 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저렇게 내가 부러워하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내가 부러워한 그 도시의 특징들에 대한 불만과 또 다른 불편함을 토로하는 경우들이 종종 생긴다. 날씨도 실제 객관적인 데이터인 기온이 아닌 체감온도가 우리에게 더 와닿듯 그 도시의 특징들은 결국 살아보며 체감하는 만족도가 더 중요할 것이다.

최근 충북도는 국토교통부 주관 ‘스마트시티 챌린지 공모’에서 예비사업을 거쳐 본사업 최종 대상지로 선정되었다. 스마트시티 개념 자체만으로 보면 도시에 ICT,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접목하여 각종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도시를 의미하지만, 우리도는 기술적으로 획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시를 만들기에 앞서 실제 거주민이 체감하는 불편함을 개선하는 데에 좀 더 집중했다.

그 방법으로 사업 대상지로 결정한 충북혁신도시·오송·오창지역을 중심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함은 물론이고 관련 각종 설문조사, 연관어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토대로 지역의 아쉬운 점을 찾았다.

그 결과 의료, 교통, 생활 등 3가지 분야를 발굴하여 스마트기술을 입히는 작업을 시작했다. 의료분야의 경우 ‘구급 출동과 함께 병원 진료 시작’ 이라는 목표로 IT 시스템을 통해 병원-소방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였고, 교통분야는 도심지 내의 단거리 이동성과 도심 간 이동불편 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초소형 공유전기차를 운영할 예정이다. 생활분야에서는 배달물량 증가에 따른 소음 등 환경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근거리 배달에 전기자전거를 이용하고 시니어, 주부 등 지역주민을 신규 배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제 와서야 하는 반성이지만, 다른 지역과 비교해 특색이 없다는 불평보다는 나의 영역에서 내가 사는 이 지역을 매력 있게 만들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먼저였다. 남들 눈에 좋아 보이는, 모양이 예쁜 도시가 아니라 여기 사는 내가 체감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드는 일 말이다. 이제는 고층빌딩과 차선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넓은 대로, 그리고 SNS를 장식하는 핫한 가게들보다 수다가 넘치는 단골 까페, 제철과일을 추천해주시는 동네 마트, 세수도 안하고 뛰어갔다 와도 부끄럽지 않은 동네 빵집들이 곳곳에 포진된 소박한 우리 지역이 좋다.

여전히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싶은 곳들이 보이지만, 그것 역시 주민인 우리가 계속 바꿔나가야 할 일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 중 마음에 담긴 문구를 공유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여전히 많은 것이 가능하다. 우린 늘, 다시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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