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기자의 '무엇'] 하이브리드
상태바
[박소영 기자의 '무엇'] 하이브리드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2.03.31 09: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이브리드(Hybrid)란 단어를 찾아보면 본디 동물이나 식물 따위의 잡종, 혼종, 이종을 뜻하는 영어 단어라고 나온다. 즉, 두 가지 이상의 이질적인 기능이 합쳐진 것을 뜻하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하이브리드라는 말이 자동차에만 쓰였다.

그런데 요즘은 세상이 모두 ‘하이브리드’정신으로 재편되는 느낌이다. 이번 대선 때만 봐도 정통 보수, 정통 진보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진보인사가 보수인사를 지지하고, 보수인사가 진보인사를 지지하고.

이제 세상의 질서가 ‘이념’이 아니라 ‘실리’로 재편되는 느낌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러한 관념의 변화는 더 극대화된 것 같다. 그래서 여전히 ‘진보’‘보수’의 단어가 남발되는 것을 보면 이해가 안 된다. 세상이 너무 서로 ‘갈라치기’를 통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 같다. 이것이 비단 정치공학적인 접근이 아니더라도.

진보와 보수의 이데올로기가 거둬지기를 바랐지만 세상은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획득하기 위해 이러한 단어를 너무 많이 사용한다. 이러한 프레임 자체가 낡고 부패했다고 하지만 언론이 가장 먼저 프레임을 만들고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이러한 프레임에 지친 사람들은 각자도생을 꿈꾼다. 내 자신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그래서일까. 요즘엔 개개인이 일종의 재테크를 하지 않으면 ‘바보’취급을 하는 것 같다.

조카는 요즘 포켓몬 빵을 모은다. 포켓몬 빵을 사기 위해 긴 줄을 선다. 아이들 대신 부모가 줄을 선다. 포켓몬 빵에 들어있는 카드가 무려 159종이 된다고 한다. 그 중에는 일종의 복권처럼 특정 스티커를 뽑으면 중고거래 장터인 ‘당근마켓’에서 5만원에 거래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일부 게임회사들의 사행성 확률게임과 포켓몬 빵의 스티커가 본질적으로 어떠한 점이 다른지 모르겠다. 또 예술작품의 이미지를 쪼개 파는 NFT와 과거 우표수집이나 동전수집이 갖는 의미의 차이도 헷갈린다.

인간은 희귀템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또 값이라는 것도 인간세계에서 우리들끼리 매기는 거니까, 빵 스티커가 100만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어떤 특정인과 회사의 마케팅으로 누군가는 한탕 사기를 치고 떠난다는 게 문제다. 아이들은 포켓몬 빵을 사고, 어른들은 주식을 사고 NFT를 산다. 기술의 진보를 떠나 본질적으로 나의 부를 증식시키기 위해 우리는 모험을 한다.

어쨌든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가 결국 ‘각자도생’이라는 공식은 좀 씁쓸하다. 인류가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인데 말이다. 기후위기, 식량문제 등 인류가 우리 앞에 놓인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지 앞이 깜깜해진다. 연대와 희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에 우리는 무언가를 쪼개 서로 팔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